기업·IT

현대重·삼영기계 화해, 그 뒤엔 '民官政 원팀'

입력 2021/10/24 16:54
수정 2021/10/25 08:31
6년 전 기술침해 분쟁 발생
민형사·행정소송으로 번져

송갑석 의원 첫 문제 제기
중기부 행정조사제 첫 적용
민간 전문가 참여 8회 회동

올해 양사 소 취하, 극적 합의
송 의원 "지속적인 해결 위해
관련 인력·예산 확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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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침해 분쟁을 소송이 아닌 '상생' 합의로 마무리한 첫 사례가 나왔다. 민·관·정이 중소기업 기술 보호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한마음으로 협업해 이뤄낸 첫 성과라는 평가다. 다만 이번 사례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원활한 협업을 위한 관련 인력·예산 확충과 전담 기관 설립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7일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 사이의 기술침해 분쟁을 해결하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24일 밝혔다. 2018년 12월 중소기업 기술 보호를 위한 '기술침해 행정조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분쟁이 해결된 첫 사례다.


이 사건은 삼영기계가 2019년 6월 현대중공업이 납품업체 이원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피스톤 제조 기술을 타 중소기업에 무단으로 제공했다며 중기부에 신고한 사안이다. 중기부 신고에 앞서 이미 양사는 형사, 민사, 행정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였다.

중기부는 당사자 간 협상을 주선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와 함께 법원의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 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보상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의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이번 합의 과정에는 중기부뿐만 아니라 국회와 법원은 물론 각계각층의 민간 전문가들이 발 벗고 나섰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첫 '민·관·정' 협업 성공 사례로 평가되는 이유다. 우선 국회에서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슈를 주도했다. 송 의원은 초선 시절이던 2018년 8월 국회에서 '대기업 기술탈취 근절 토론회' 개최를 주관하고 '삼영기계'를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세상에 알렸다.

이후 삼영기계 사건을 대표적인 중소기업 기술분쟁 사례로 규정해 2018년과 2019년 국정감사에서 두 차례 기술탈취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2018년 국감 당시에는 현대중공업 측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 삼영기계와 대화에 나서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삼영기계 사건을 해결한 데는 사법부와 다른 정부 기관의 도움도 컸다. 송 의원이 국감에서 이 사건을 이슈화했다면, 법원에서는 박병민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가 조정에 참여해 사건 해결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특허청·검찰 등 다른 기관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일회성 사례로 남지 않도록 대기업·중소기업 분쟁 조정을 위한 예산·인력 지원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례는 중기부가 만든 기술침해 행정조사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한 첫 사례이지만 상시적인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충과 전담 기관 신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기부가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 기술침해 관련 업무는 중기부 기술보호과(10명)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기술보호지원부(22명)가 담당하고 있으나 인력 부족·순환 보직·전문인력의 잦은 이직 등으로 인해 업무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중기부에 접수되는 기술침해 관련 사건이 증가(2018년 2건→2020년 16건)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기술침해 행정조사와 조정 제도 관련 예산은 올해 중기부 예산 기준 7억25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송 의원은 "사건이 좀 더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6년간 분쟁하는 동안 삼영기계 누적 적자는 209억원에 이른다"며 "이번 사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상생 프로세스 관련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위민의 김남근 변호사 역시 "삼영기계 사건을 해결한 과정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피해 입증과 손해액 감정을 위한 지원을 통해 분쟁 기간을 단축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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