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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찾은 상하농원…ESG로 진화한 농업의 미래

입력 2021/10/27 17:01
수정 2021/10/27 20:31
기업·정부·지자체 삼각협력
성공한 '농촌형 테마공원'

직원 85% 이상 고창 출신
지역고용 창출 역할 톡톡

1차산업에 머물던 농업에
2차 가공업·3차 관광 접목

태양열 이용한 수영장 조명
탄소 줄이는 숲프로젝트…

"체험하며 농업을 즐기세요"
◆ ESG 경영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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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매일유업 상하농원. 기업과 지역사회, 행정기관이 협력해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성공한 농촌형 테마공원이다. 상하농원은 단순 생산에 머물렀던 농업에서 나아가 가공과 유통·서비스·관광을 접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촌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했다.

2016년 개장 이후 지난해까지 100만명이 상하농원을 다녀갔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도 공원을 방문해 걷고, 먹고, 즐기는 인원이 주말에는 평균 2000여 명에 달한다. 올해 방문객은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직원 85% 이상은 고창 출신이고, 전북·전남으로 확대하면 호남지역 출신이 95%에 달한다. 지역 고용 창출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27일 류영기 상하농원 대표는 "상하농원은 기업과 정부, 지자체의 상생 모델 성공 사례는 물론 농촌과 산업이 어떻게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를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며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상하농원은 단순 생산에 머물렀던 농업(1차산업)의 모습에서 나아가 농산물 가공(2차산업), 유통·서비스·관광(3차산업) 시설이 어우러진 3만평 규모 공원이다. 이곳은 6차산업의 성공사례로 불린다. 숫자 1, 2, 3을 더해도, 곱해도 6인데, 상하엔 1·2·3차 사업이 융합돼 있다. 여기에 숙박시설과 레스토랑, 수영장, 스파 등도 설치했다.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해 수영장 조명을 가동하고, 음식 매장에선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사용해 친환경적 요소를 더했다. 농원을 바라보며 즐기는 아로마탕과 노천탕은 '자연과 하나 되는 숲속 힐링'이란 콘셉트다.

상하는 지역 농가와 협업·상생에도 초점을 맞췄다. 인근 42개 농가와 협업해 제철 농산물 30종 이상을 선보였다.


이러한 협업으로 상하에서 만날 수 있는 농가와 상생 제품은 고객의 구매로까지 이어진다. 유정란을 비롯해 햄과 소시지, 잼, 된장, 고추장 등은 상하농원 내 파머스마켓과 온라인에서 판매된다. '블랙망고 수박'이라는 낯선 품종의 수박 농사를 짓는 유건주 씨는 "수박 재배 방법부터 수확, 판로까지 모든 분야에서 상하의 도움을 받는다"며 "이곳이 있어 농사도 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중 가장 입장객이 많은 10월 말 핼러윈 행사에선 지역 농가와 계약 재배를 통해 공급된 호박이 핼러윈 장식과 요리 재료 등으로 활용된다.

친환경도 눈에 띈다. 상하농원은 '상하의 숲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상하의 숲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탄소 선순환을 위해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함으로써 산소 포화도를 높여준다. 방문객들은 숲을 거닐며 '자연과 하나 되는 숲속 힐링'을 누릴 수 있다.

식음료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자원의 업사이클링을 위해 생분해성 재활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생분해성 재활용 컵은 일반 플라스틱 컵에 비해 가격은 높지만 토양에서 자연분해되기 때문에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불린다.


아울러 수거한 재활용 컵을 세척해 '리사이클 화분 만들기'라는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친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또 상하농원은 친환경에서 자란 젖소의 분뇨와 커피전문점 폴바셋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퇴비를 만들고 있다. 퇴비는 젖소들이 먹는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장어에서 나오는 유기물은 딸기 재배 퇴비로 사용된다.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는 친환경 농법이다.

매일유업 지주사인 매일홀딩스의 고정수 ESG총괄임원은 "매일유업은 친환경뿐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ESG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매일유업의 ESG 경영 뿌리는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회장이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인 고인은 단신으로 월남해 자수성가했다. 종합 낙농개발 사업으로 낙농가가 조성되고, 전국의 버려진 황무지가 개간돼 푸른 초지로 탈바꿈하고, 거기서 생산된 우유가 시장마다 넘쳐 농촌이 잘 살게 되는 꿈을 갖고 기업을 일궜다. 기업 경영을 통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다.

그는 기업 이윤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평생 기업 경영으로 모은 재산 상당 부분을 사회복지재단과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김복용 회장은 "기업이란 이윤을 넘어 온 국민, 나아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 공익적인 면이 있어야 한다. 나는 기업인으로서 많은 사람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나의 몫이 있고 주어진 사명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정승환 재계·ESG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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