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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칭찬만하는 상사인가요?…부하직원 목표달성 못돕는다

입력 2021/10/14 04:03
수정 2021/10/1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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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많은 리더가 강조하는 바다. 공은 아래로, 책임은 위로 보내야 한다. 물론 그 반대로 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문제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심리학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어떤 좋은 결과에 대해 방법을 자세히 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무슨 뜻일까. 사실 이 결론은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인간의 의지력에 관한 연구로부터 출발한다. 어떤 사람의 바람직한 행동을 두고 그것에 대해 칭찬이나 긍정적 피드백을 줄 때 사람들은 흔히 그 당사자의 노력과 의지력을 칭찬한다. 물론 마땅히 해야 할 칭찬이다. 하지만 그 행동을 칭찬 이후에도 지속시킬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말 그대로 방법을 자세히 묻는 것이다. 필자 본인의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작년에 두 번 금연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두 번 모두 실패했지만 두 시도는 양과 질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작년 초 첫 번째 금연을 했을 때였다. 일주일 동안 간신히 금연하고 있었는데 퇴임을 앞두고 계신 선배 교수님 한 분이 필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 김 교수 벌써 일주일이나 금연을 하고 있다면서? 의지력이 대단한데?" 분명 그분의 의도는 덕담이자 격려였다.

하지만 이 칭찬에 죄송스럽게도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이고, 교수님, 전 지금 죽을 맛이에요.' 왜냐하면 이미 의지력이 거의 바닥 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 뒤 다시 담배에 손을 댄 필자는 그 학기 내내 그 교수님을 피해 다녔다. 민망하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2학기가 돼서 찬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한 작년 이맘때 다시 한번 금연을 시도했다. 마찬가지로 일주일쯤 흘렀을까, 또 다른 선배 교수님 한 분을 복도에서 마주쳤다. 그분의 덕담 역시 시작은 앞서 말한 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와! 김 교수 일주일이나 금연 중이라면서? 대단한데?" 그런데 바로 이어진 다음 말씀은 사뭇 달랐다. "도대체 방법이 뭐야?"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 생각하면서 필자는 지난 일주일 동안 금연에 도움이 됐던 순간을 훨씬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고, 반대로 어떤 행동이나 상황 뒤에 금연이 어려웠는가 역시 곰곰이 되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그 이후 그 교수님을 만날 때마다 내가 생각한 그 방법, 즉 이유를 자주 이야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교수님, 물을 많이 마셔야 하더라고요. 수분 섭취량이 모자라면 꼭 조금 뒤에 담배 생각이 나던데요?" "짠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 음식 뒤에는 금연이 항상 어렵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방법에 관한 대화를 계속해 나가면서 필자는 신기하게도 금연 과정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한 시각을 스스로 가질 수 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금연은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까지 무려 두 달 반에 걸쳐 이어졌다. 다소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그 교수님께서는 작년 말에 정년 퇴임을 하셨고, 그 금연은 아쉽게도 그리고 공교롭게도 거기서 끝났다.

단순하면서도 추상적인 의지나 노력에 대한 칭찬은 기존 성과에 대한 칭찬으로서는 그리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성과나 바람직한 행동을 더욱 지속시키려면 항상 그간의 작은 성공과 장애의 원인을 더욱 자세히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이른바 '방법'을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 성과가 한 개인이 아니라 다수의 협동에 의한 것이라면 더더욱 방법에 관한 질문을 자세히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성공 요인의 주인공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바로 공은 아래로, 책임은 위로 가는 긍정적 현상이다. 성과에 대한 방법을 자세히 묻는 과정에서 대답하다 보면 다양한 구성원의 기여 과정이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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