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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찜한 몸값 95조원 전기차 다음달 미국 상장

입력 2021/10/18 17:00
수정 2021/10/18 22:26
블록버스터급 IPO 예고
삼성SDI 배터리 장착한 리비안
트럭·SUV '제2 테슬라' 기대
아마존·포드·블랙록서 대규모 투자
상장땐 단숨에 GM 시총 맞먹어

과감한 차별화 전략 먹혔다
MIT박사 스캐린지 2009년 창업
전기승용차 시장 경쟁 뜨겁자
프리미엄 전기트럭으로 새길 개척
◆ 글로벌 마켓 포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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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생산하는 전기 픽업트럭. [사진 제공 = 리비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있는 테슬라 본사에서 불과 4.3㎞ 떨어진 곳에 리비안 오토모티브의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센터가 둥지를 트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1층 건물 앞에는 '리비안(Rivian)'이라는 작은 간판이 놓여 있다. 간판이 없다면 이곳이 테슬라와 비교되는 자율주행 전기차 스타트업의 핵심 연구소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테슬라가 승용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 리비안은 미국인이 선호하는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에 집중하고 있다. 팰로앨토 주변에선 시범운행 중인 리비안의 픽업트럭 R1T와 SUV R1S가 심심찮게 목격된다.


리비안은 '추수감사절을 앞둔 블록버스터 기업공개(IPO)'로 미국 자본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리비안이 올해 8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 서류를 제출했는데,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들은 리비안이 상장될 경우 기업가치가 최대 800억달러(약 95조5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너럴모터스(GM) 시가총액인 830억달러(약 98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얘기다.

자본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차별성이다. 리비안은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이 등한시한 오프로드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아왔다. 특히 리비안이 내놓은 픽업트럭 R1T는 3피트(0.91m) 깊이의 강을 건널 수 있으며 1만1000파운드(4989㎏)를 견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동을 켜고 시속 60마일(96㎞)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3초다. 또 오프로드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모터 4개의 조합인 쿼드 모터를 달아 좌우와 앞뒤에 달린 모터가 제각각 구동된다. 이를 통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할 수 있는 '탱크 턴'을 구현한다. 힘은 835마력에 최대 토크는 125.5㎏·m에 달한다. 전기차 중 가장 빠르고 튼튼하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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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J 스캐린지 리비안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009년 창업할 때는 전기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오프로드 시장에서 큰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해질 것임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리비안은 얼마 전 흙, 암석, 자갈도로로 이뤄진 길이 3913m의 콜로라도 블랙 베어 로드를 전기차 중 처음으로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파워트레인이 오프로드에 최적화돼 있다면, 소프트웨어는 경쟁사에 버금간다. R1T는 각종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비안 드라이버플러스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으로 차선을 유지·변경하고 속도를 조절한다.

드라이버플러스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ull Self Driving·FSD)에 비교되기도 한다. 리비안은 테슬라처럼 드라이버플러스 10년 이용권을 일시불 1만달러 또는 월 구독료를 받고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 미국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리비안의 자율주행은 테슬라에 버금가는 레벨 2.0~2.5단계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5단계가 완전자율주행이라면 그 절반 수준은 된다는 뜻이다.

또 다른 경쟁력은 네트워크다. 리비안은 테슬라가 도심을 중심으로 슈퍼차저를 설치하는 것과 정반대로 전국 충전소와 협력해 2023년까지 미국 전역에 리비안 전용 충전기를 총 3500개 이상 갖춘다는 포부다. 다만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다.


R1T는 6만7500달러부터, R1S는 7만달러부터로 동종 픽업트럭이나 SUV보다는 두 배가량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사전 주문은 4만8000건에 달하는데 앞서 주요 주주인 아마존이 2030년까지 10만대를 주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는 루시드 모터스의 사전 예약 건수가 1만건을 다소 넘는 것을 고려하면 시장 호응이 큰 편이다. 리비안은 올해 9월부터 일리노이주 공장에서 양산에 돌입해 고객들에게 차량을 인도하고 있다.

리비안은 올해 11월 나스닥에 RIVN이라는 종목명으로 상장될 예정이다. 현재 IPO를 통해 공모 규모를 1억달러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그동안 투자 유치를 통해 개발에만 집중해온 만큼 기업 자체는 적자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액이 9억9400만달러(약 1조1787억원)에 달한다. 지금껏 투자를 유치해 조달한 자금만 107억달러(약 12조68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금까지 성장 동력이 투자 유치였음을 보여준다. 리비안의 주요 주주들은 아마존, 포드, 피델리티, 블랙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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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J 스캐린지 창업주

리비안 상장으로 국내 부품주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 전방 레이더와 카메라 제동장치를 제공하는 만도, 친환경 시트를 납품하는 대원화성 등이 대표적이다.

리비안의 기업가치가 최대 8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보도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작해 대량 생산에 도달하는 것은 미친 듯이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스캐린지 CEO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질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은 다른 브랜드, 다른 취향을 가질 수 있고 우리의 성공은 다른 이들의 성공에 전혀 배타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R J 스캐린지가 2009년 설립했다. 2011년 하이브리드 쿠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지만, 전기승용차 시장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판단해 방향을 픽업트럭과 SUV로 돌렸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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