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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63편 1초에…SK하이닉스, 가장 빠른 D램 개발

입력 2021/10/20 17:23
수정 2021/10/20 20:33
업계 최초 4세대 'HBM3' D램
이전 제품보다 속도 78% 향상
내년 중반 이후 본격 양산 계획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에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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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현존 최고 사양의 D램 반도체인 'HBM3'를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은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최고사양 제품군으로 삼성전자와 D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앞선 기술력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 반도체에 해당하는 HBM3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D램은 HBM 외에도 PC와 노트북에 사용되는 일반 D램, 스마트폰·태블릿PC에 활용되는 모바일 D램, 그래픽카드에 들어가는 그래픽 D램 등으로 구분된다. HBM은 동시다발로 밀려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대역폭 D램으로 가장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개발이 어렵지만 부가가치가 높다. 전체 D램 시장에서 비중은 크지 않지만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활용된다.

이 제품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은 뒤 그 사이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다.

이에 따라 일반 D램에 비해 크기와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동시에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 기술진은 단품 D램 칩을 A4 용지 한 장 두께의 3분의 1인 약 30㎛(마이크로미터) 높이로 갈아낸 후 이 칩 12개를 TSV 기술로 수직으로 연결해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1세대에 해당하는 최초의 HBM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3세대인 HBM2E를 양산한 바 있다. 이어 1년 3개월 만에 4세대인 HBM3를 업계 최초로 개발하며 관련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HBM의 세대별 성능 표준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제정한다.


4세대 제품은 이전 세대인 HBM2E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는 약 78% 빠르고 동작전압은 약 8.4% 줄일 수 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HBM3는 초당 819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FHD(풀HD)급 영화(5GB 기준) 163편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HBM3 제품에는 오류정정코드(On Die-Error Correction Code)가 내장돼 있다.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오류를 검출하고 수정하기 위해 별도로 주고받는 코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1과 0으로 이루어진 데이터에 '0'의 개수가 홀수인지 짝수인지를 별도로 저장·전송하고, 메모리에서 이를 읽을 때 데이터와 코드를 다시 비교·검정해 데이터 에러를 사전에 방지하는 식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이 코드를 통해 D램 셀에 전달된 데이터의 오류를 스스로 보정할 수 있게 돼 제품의 신뢰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향후 HBM3는 인공지능(AI)의 완성도를 높이는 머신러닝과 기후변화 해석·신약 개발 등 슈퍼컴퓨터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내년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며,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통해 4차 산업 기반 시스템에 적합한 고사양 메모리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3를 지원하는 고객사의 서버·슈퍼컴퓨터 시스템이 출시되는 내년 중반 이후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차선용 SK하이닉스 부사장(D램 개발담당)은 "세계 최초로 HBM D램을 출시한 SK하이닉스는 HBM2E 시장을 선도한 데 이어 업계 최초로 HBM3 개발에 성공했다"며 "앞으로도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한편, ESG 경영에 부합하는 제품을 공급하여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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