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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아버지 생각하며 만든 발명품…일본을 움직였다

입력 2021/11/23 17:07
수정 2021/11/24 09:18
와상환자 배설케어 로봇 제작
이훈상 대표 "부친 생각하며
거동힘든 환자위해 사업결심"

화장실 못가는 환자들이 착용
대소변 자동흡입후 세정까지
분변은 특수 처리, 냄새 없어

日, 비용 90% 보험 파격 지원
한일 대표 VC들 잇달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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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저귀 차셔야 합니다."

생물학적 인간이 일생에서 맞이하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다. 남에게 음부와 배설물을 내보여야 하고 마지막 자존감이 무너진다.

침상환자 가족이 직면하는 현실의 벽도 다름 아닌 '기저귀 갈기'다. 요양보호사들은 하루 6회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을 권장받는데, 노동시간의 절반을 차지한다.

'노인의 나라' 일본은 이미 병원 폐기물의 90%, 전체 쓰레기의 5%를 성인 기저귀가 차지한다.

이런 개인·가정·사회의 고령화 난제인 '기저귀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혁신기업이 나타났다. 15년간 배설케어로봇 개발에만 전념해온 한국 스타트업 큐라코다.


큐라코는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장애인, 침상환자의 대소변을 종이 기저귀나 간이용 대소변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배설케어' 로봇이다. 이 제품에는 무려 117개의 특허가 출원돼 있고, 2020년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23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훈상 큐라코 대표는 "큐라코 최신 모델이 현재 전 세계에서 비교 불가하게 뛰어난 배설케어로봇"이라며 "일본에서 처음 개발한 제품군임에도 한국 벤처기업 상품에 일본 개호보험이 유일하게 공적급여를 지원하는 것은 압도적 기술력의 방증"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선 고객이 큐라코를 사용하면 정부가 비용 90%를 대준다. 큐라코 상품을 꼼꼼히 뜯어본 일본 최대 벤처캐피털 JAFCO는 2013년 20억원을 투자했고 뒤이어 NHN, IMM,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외 유수 투자자들도 총 100억원을 넣었다.

이 혁신제품은 15년 전 이 대표의 부친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와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엔지니어 출신인 친형과 의기투합해 배설케어로봇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부친은 돌아가셨지만 형제의 발명품은 남았다.

큐라코는 지금껏 15년간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는데, 이젠 마케팅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 국내에서 매출 20억원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마케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상품 가격 1100만원 렌탈 서비스가 월 44만원이라 아직 싸지는 않지만, 내년부터 우리 정부나 대학병원들과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본격 매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1급 중증 와상환자만 보더라도 한국 5400억원, 일본 6조원, 전 세계 83조원의 로봇비데 시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가정과 고급 노인요양병원에 기기 렌탈 서비스를 개시하고, 향후 정부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아 대중화를 이룬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다.

이 대표가 그리는 큐라코의 최종 목표는 전 세계 최대 배변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결국 헬스케어의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먹고 싸는 것'이다. 큐라코가 대중화되면 사람들의 배변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이면서 미래 바이오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기저귀를 차고 있으면 배변의 시기와 횟수조차 알 수 없는데 큐라코는 향후 양과 성분까지 알아낼 수 있다"며 "과거 왕의 매화틀처럼 모든 사람의 배변을 케어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대중화된 자동차의 오토매틱 기어도 처음에는 장애인을 위한 발명품이었다"며 "나중엔 모든 화장실에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적용돼 배변 정보를 얻게 될 것이고 큐라코가 건강화장실 인프라를 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는 무조건 성공시켜야 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꼭 해낼 겁니다." 이 대표에게 큐라코는 사업이자 소명이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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