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삼성폰 영업 직접 뛴 이재용…골드만삭스도 뚫었다

입력 2021/11/25 17:36
수정 2021/11/26 09:48
회계부정·합병 관련 공판서
IB와 주고받은 이메일 공개

'애플' 일색 투자은행들 만나
기술인증하며 '영업본색'
109712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왜 골드만삭스에서는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나요? 보안 때문인가요? 알겠습니다. 제가 기술진과 다시 방문해 애로 사항을 해결하겠습니다."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공판에서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급된 이메일 내용이다. 이날 변호인 측은 2015년 7월 미국 골드만삭스 고위 경영진이 이 부회장과 미팅한 결과가 담긴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메일 속 이 부회장 모습은 영락없는 삼성전자 '영업맨'이라는 평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이 부회장과의 면담 내용을 본사 고위 경영진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향후 중요한 검토 사안 중 하나로 '골드만삭스 기술부서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특별인증을 살펴보고 승인하도록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IB)들은 보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통화 녹음도 까다롭게 적용하고 스마트폰 내 문서·사진·문자 등의 외부 공유는 대부분 불가능하다. 보안에 취약한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그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투자은행의 업무용 휴대전화는 회사 기술부서에서 별도 인증을 받지 못하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당시 골드만삭스도 기술부서의 특별인증을 받아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애플 아이폰과 블랙베리 단 2종이었다. 골드만삭스와의 미팅에서 이들이 아이폰과 블랙베리만 사용하는 것을 본 이 부회장이 삼성폰 영업에 직접 나선 것이다.

투자은행에서 추가로 보안 인증을 받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보안 문제에 있어 워낙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에 앞서 삼성전자 휴대폰사업부도 다양한 경로로 접근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본인이 직접 발로 뛰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들과 함께 골드만삭스 뉴욕 본사를 찾은 것이다. 이곳에서 엔지니어들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장점과 강력한 보안 기능 등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골드만삭스 기술부서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특별인증을 해주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후 골드만삭스 임직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업무용 전화기로 사용하게 됐다.

정 대표도 이날 "이전에는 블랙베리를 업무용으로, 삼성폰은 개인용으로 썼다"며 "삼성폰이 보안 인증을 받은 뒤로는 삼성폰 하나만 쓰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 부회장이 골드만삭스 임직원 시장을 직접 개척한 셈이 됐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대표 영업맨의 모습을 보여준 사례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5세대(5G) 통신장비 수주전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에서 8조원대 장비 공급을 수주했다. 이 부회장은 버라이즌과의 계약을 앞두고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영상통화를 하며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