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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까지 MZ세대에 줄섰다

입력 2021/11/30 17:50
수정 2021/11/30 19:15
차기 노조위원장 후보들
전체 유권자 12% 차지하는
남양연구소 직원들에 구애

"자율 출퇴근제 도입하겠다
성과급 삼성전자 수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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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차기 노조위원장 후보들이 'MZ세대'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12월 노조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유권자의 12%를 차지하는 남양연구소의 젊은 직원들이 '캐스팅 보터'이자 향후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파워 집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측 역시 1980년대생 직원들을 위한 보상제도를 강화하는 등 MZ세대 마음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선거에 4명의 후보가 출마해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선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남양연구소 직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이다.


대다수가 대졸 이상의 연구원, 엔지니어인 연구소 직원들은 '책임(과장급)'으로 진급하면 통상적으로 노조에서 탈퇴한다.

진급을 거부하고 노조 조합원으로 남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 이 숫자가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들이 20·30대 직원의 마음 잡기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연구소 소속 유권자는 5996명으로 전체 조합원(4만8743명)의 약 12%"라며 "또 연구소 소속 조합원이 많아지면 사측과 여러 협상에서도 유리한 만큼 노조가 연구소 소속의 MZ세대 잡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기존 직장 문화에 반기를 들고 자율, 책임 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징에 부합한다. 기호 1~4번 모두 재택근무와 자율출근제의 확대 또는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 위원장인 기호 1번 이상수 후보는 G2(대리) 진급 시 3주 휴가를 공약했다. 기호 2번 권오일 후보는 주35시간 근무제 도입, 기호 4번 안현호 후보는 구글이나 네이버 등을 벤치마킹해 선진 연구환경을 조성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성과급'이다.


평가와 보상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투명과 공정을 외치는 MZ세대를 위해 후보들은 '삼성전자 수준의 성과급'은 물론 '직무 발명특허 보상제도' 등을 통해 정당한 보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기호 1~2번과 3번 조현균 후보 등은 연구소에 별도 임금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합원들은 임금 협상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데 최근 현대차 실적이 줄면서 성과급 또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을 고려해 대졸 연구직 조합원들에게 별도의 임금체계를 만들어 지지를 얻겠다는 것이다.

사측도 최근 '탤런트 리워드'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10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회사의 '허리'에 해당하는 '책임(과장급)'에게 50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이 골자다. 입사 10~15년 차 비조합원 직원들은 노조 조합원이 누리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다 수차례 임금 동결로 불만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이나 제도를 놓고 우려도 제기된다. 남양연구소 별도 임금제에 대해서는 기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호봉제가 '연봉제'나 '직무제'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연봉제·직무제로 바뀌면 임금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성과주의에 함몰돼 연구직 조합원이 저연봉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한 관계자는 "연봉제, 직무제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탤런트 리워드를 두고도 책임(과장급)이 아닌 40·50대 팀장들이 받는 사례가 등장하자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지부장 1차 투표는 12월 2일, 2차 투표는 12월 7일로 예정돼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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