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르쌍쉐' 가뜩이나 힘든데…친환경 규제 강화에 날벼락

입력 2021/12/07 17:32
수정 2021/12/08 13:05
친환경 규제 신음하는 車업계

저공해차 목표 미달시 기여금
금액 놓고 부처 이견 반년째

"실적 기준 자체가 불합리"
전기차 안파는 도요타가 1위
환경부 "연내 세부규정 마련"
112168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정부가 친환경 차량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시행을 앞두고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기준으로는 르노삼성이 당장 300억원가량을 토해내야 할 처지다. 규제가 더 강화되면 한국GM과 쌍용차 역시 기여금 명목으로 생돈을 내야 한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란 자동차 제조·판매사에 전체 차량 판매량의 일정 비율(현재 18%) 이상을 저공해차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기여금'을 부과한다. 이름만 기여금일 뿐 사실상 과징금에 가깝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커 혼선만 키우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당장 내년 1월 판매 실적이 내후년부터 부과되는 벌금 성격의 기여금 기준이 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7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에 부과하는 기여금 단가를 두고 6개월 넘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목표에 미달된 부분에 대해 차량 1대당 300만원, 산업부는 70만원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 편익을 어디까지 산정하느냐를 두고 의견 차이가 있다"며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계획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준에 따르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저공해차 판매 실적을 보면 르노삼성과 한국GM이 각각 5%, 15.5%로 지난해 보급 목표인 15%를 넘기지 못했거나 가까스로 채운 상태다. 환경부 주장대로 기여금 단가가 대당 300만원으로 결정된다면 르노삼성이 내야 하는 돈은 약 311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최근 판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에 있어서 이 같은 추가 규제는 경영 정상화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50개 주 중에서 규제가 가장 강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적용하는 규제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오염이 적은 전기차·수소차를 판매하지 않는 도요타가 저공해차 보급 실적상 1위로 매겨져 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저공해차 보급 실적은 1종(전기·수소차)과 2종(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3종(가스·휘발유) 차량에 가중치를 매겨 산정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국내에서 전기차(초소형 전기차 포함)와 수소차를 각각 4737대, 3042대 판매한 한국GM과 르노삼성보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1만838대 판매한 도요타가 보급 실적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은 디젤차를 제외하고 하이브리드와 휘발유 차량, LPG 차량 등에도 실적을 인정해주는 만큼 전기차를 판매한 기업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는 기업에 높은 가산점을 줄 경우에는 쌍용차와 같이 아직 전기차 라인업이 없는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세심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권영세 의원은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도까지 시행되면 국내에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 연비 규제, 저·무공해차 판매의무제 등 자동차 산업에 3개의 규제가 적용된다"며 "자동차 산업에 이렇게 많은 규제를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원호섭 기자 / 이축복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