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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앞두고…업계 "노선 조정 땐 경쟁력 저하"

입력 2021/12/28 17:34
수정 2021/12/29 08:50
공정위, 해외노선 독과점 이유로
운수권 회수 등 조건부승인 유력

업계 "소비자 선택권 제한" 반발
"구조조정 가능성 높여" 지적도
LCC엔 기회지만 난립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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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해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결정이 국내 항공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항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만간 대한항공·아시아나 M&A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기업 측에 발송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공정위 차원의 잠정 결론이 담기게 되는데,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보유한 운수권이나 공항 슬롯(이착륙 허용 능력)의 일부 회수를 조건으로 한 승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항공산업의 특성을 차치하고 숫자로만 보면 공정위 결정에도 일리가 있다.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성 추정 요건은 1개 사업자의 점유율 50% 이상 또는 3개 사업자의 점유율 75% 이상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자료를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합칠 경우 143개 노선(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제외·2019년 기준) 중 77개 노선에서 독과점이 발생한다.

기존에도 대한항공·아시아나가 독과점한 노선이 있었지만, 통합 시 추가로 32개 노선이 독과점이 된다는 분석이다. 탑승객 점유율 측면에서도 435개 노선 중 통합 항공사가 독과점할 것으로 보이는 노선은 221개에 달하고, 슬롯 점유율도 새벽 시간대를 제외하면 49~57%로 과점에 가깝다는 게 기업 결합에 반대하거나 조건부 승인을 지지하는 측의 논거다.

하지만 LCC를 제외한 항공업계 대부분은 통합 항공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수권 재분배 없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한다.


김수곤 한국항공협회 부회장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당초 통합 계획대로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M&A가 추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측도 통합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이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LA 노선을 예로 들면, 기존 양대 항공사 체제에서는 아침 10시와 저녁 7시에 중복되는 시간에만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스케줄을 재조정한다면 소비자 선택권은 더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방침이 항공산업 종사자들의 구조조정을 야기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및 노선 통폐합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공정위 의견에 따라 운수권이나 공항 슬롯을 내놓아야 할 경우 사업은 축소하면서 인력은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결정이 오히려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선 재분배가 이뤄진다면 LCC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져 있다. 신생 항공사에 노선을 분배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선을 배분할 경우 LCC 시장의 난립 현상을 해소하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문광민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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