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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추진에…해외항공사들 조용히 웃고 있는 이유

입력 2021/12/29 17:55
수정 2021/12/30 10:53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조건부 승인 예고

합병 뒤 독점발생 노선에
공정위 "대부분 규제대상"

항공자유화 노선인 미국行은
해외항공사도 가져갈 수 있어

유럽·中은 국내사만 배분 가능
저비용항공엔 신규취항 기회
◆ 항공 빅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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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결합을 조건부 승인으로 잠정 결론 낸 가운데 이날 서울 김포공항 활주로에 두 항공사 비행기가 나란히 대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한 심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규제 노선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두 기업의 결합 이후 인천에서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바르셀로나, 장자제, 프놈펜, 팔라우, 시드니 등 8개 노선과 부산에서 나고야, 칭다오 등 2개 노선에서 독점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항공 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규제 노선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결합 후 독점이 발생하는 노선은 대부분 규제 대상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음달 말 전원회의에서 최종 규제 대상 노선이 정해지면 항공사별로 신규 진입 여부를 놓고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향후 공정위가 조건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규제 노선별 운수권과 공항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을 국토교통부가 반납받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와 외국계 항공사에 재분배하게 된다. 공정위는 슬롯 반납 수위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점유율 증가분을 해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운수권 재배분의 경우 해당 노선이 항공비(非)자유화 노선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미국 노선과 같이 운수권이 없는 항공자유화 노선은 양사 결합 후 슬롯 재배분만으로 국내 항공사뿐 아니라 해외 항공사도 취항할 수 있다. 반면 항공비자유화 노선 운항을 위해서는 운수권이 필수적이다.

한국과 항공자유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노선으로는 인천~런던, 인천~파리 등 다수의 유럽 노선, 중국 노선, 동남아시아 일부 노선, 일본 일부 노선 등이 있다. 통합 항공사가 이 노선의 운수권을 반납할 경우 운수권은 관련법상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의 M&A가 조건부로 승인돼도 한국의 항공 자원이 외국 항공사로 넘어가는 것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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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운수권은 신규 진입사가 해당 노선의 운수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반납한다.


예를 들어 '인천~파리' 노선에서 한국에 할당된 운수권이 주 14회 운항이고 10회까지 운항했다면, 신규 진입사는 통합 항공사의 운수권 반납 없이 잔여 운수권을 확보할 수 있다.

슬롯 재배분 여부는 공항의 혼잡성 정도가 기준이 된다. 공항 혼잡성은 국제 기준으로 레벨 1에서 3으로 나뉜다. 혼잡공항은 슬롯 여유가 없는 공항으로 레벨3이 해당된다. 다른 LCC가 혼잡공항에 진입하고자 할 경우 통합 항공사는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 반대로 혼잡하지 않은 공항은 슬롯을 재분배할 필요가 없다. 외국 공항의 슬롯도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만 이 역시 공항의 혼잡성 정도, 신규 진입사의 슬롯 보유 현황 등에 따라 반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혼잡성이 레벨3으로 분류된 공항으로는 인천, 런던, 파리, 뉴욕 등이 있다.

공정위는 슬롯·운수권 조정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각 노선에 운임 인상 제한, 공급 축소 금지, 서비스 축소 금지 등 행태적 조치도 부과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슬롯·운수권 조정 조치가 불필요한 일부 노선에 대해서는 행태적 조치만 부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공정위 결정이 최종적으로 이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국경을 오가는 항공산업의 특성상 해외 경쟁당국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 당사국 가운데 결론을 내린 곳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달에 공정위가 먼저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해외 주요국 심사 결과에 따라 기업결합이 무산될 수도 있어 사전 주식 취득은 불가능하다.

이날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심사 일정이 늦어짐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 예정일을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3월 31일로 3개월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원래 취득 예정 일자는 올해 6월 30일이었지만, 9월 30일로 한 번 연기된 뒤 다시 12월 31일로 늦춰진 바 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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