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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Outlook] 시장조사 않고 시제품 개발 매달려…창업자 근거없는 확신이 실패 불러

윤선영 기자
입력 2022/01/13 04:03
'스타트업은 왜 실패하는가' 저자 톰 아이젠만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

ESG(환경·책임·투명경영)중
G가 해결되면 실패 확률 줄어

공동설립자중 최종 결정권을
누가 가질지도 미리 합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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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SG(환경·책임·투명경영)에서 'G' 부문이 해결되면 신생기업(스타트업)의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톰 아이젠만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 교수는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의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투명경영(지배구조)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젠만 교수는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의 지배구조는 이사회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스타트업의 지배구조를 책임지는 이사회에는 대부분 해당 신생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포함된다. 아이젠만 교수에 따르면 자금 조달이나 스타트업 매각등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이사회 멤버들은 투자기업의 우선순위와 선호를 뒤로하고 신생기업에 대한 책임을 지는것을 힘들어할 때가 있다.


지배구조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젠만 교수는 스스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HBS 학생들이 신생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모습을 보며 스타트업의 실패 이유를 연구하게 됐다. 작년 해외에서 출간된 'Why Startups Fail: A New Roadmap for Entrepreneurial Success'에서 아이젠만 교수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HBS 졸업생들이 설립한 스타트업(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신생기업 기준)이 1300개 이상이고, 지난 10년간 HBS 졸업생이 만든 스타트업 중 19개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를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은 신생기업)으로 등극했지만 실패한 스타트업도 많았다고 분석했다. 해당 저서는 '세상 모든 창업가가 묻고 싶은 질문들'이란 제목으로 국내 출간된다.

스타트업이 실패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이젠만 교수는 "스타트업의 실패는 (사업의) 가치가 없어졌다는 것이 아니다"며 "엄격한 시범을 거쳐 시장에 선보일 준비가 됐다는 타당한 추정이 사실은 잘못된 판단이었거나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해 스타트업이 실패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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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만 교수가 지적한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구체적 이유는 6가지다.


바로 △사업 아이디어는 좋지만 나쁜 친구들(직원, 투자자 등)을 만났기 때문 △고객 니즈를 먼저 알아보지 않고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 △얼리어답터의 반응을 기반으로 넘치는 긍정심을 가졌기 때문 △빠른 성장에만 집중해 사업 성장의 속도를 잘못 조절했기 때문 △사업의 초고속 성장으로 인해 자본금·직원이 충당되지 않았기 때문 △사업 성공이란 기적에 매달렸기 때문 등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6가지 이유 중 기업가가 가장 쉽게 회피할 수 있는 스타트업 실패 이유로 '고객 니즈를 먼저 알아보지 않고 제품을 먼저 만든 것'을 꼽았다. 아이젠만 교수는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전에 제품을 만드는 것은 초기 단계 신생기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단언했다. 저서에서 그는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최근 실패로 돌아간 신생기업의 결정적 실패 요인은 '해당 시장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업가들은 왜 이러한 실수를 저지를까. 아이젠만 교수는 그 원인이 '린 스타트업'에 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기업가들이 린 스타트업의 일부만 실천하는 것이 실패를 이끈다는 분석이다. 린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 투자자 스티브 블랭크와 기업가 에릭 리스가 창안한 개념으로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최소기능제품·MVP)으로 제조한 후 시장 반응을 통해 개선하는 전략이다. 아이젠만 교수에 따르면 일부 기업가는 MVP를 만들기는 하지만 제조 전에 고객이 이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는다.

아이젠만 교수는 기업가들이 고객 니즈에 대한 리서치를 하지 않고 MVP를 제조하는 이유를 기업가의 확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인이 유망한 사업 기회를 찾았다고 생각해 기업가들은 넘치는 열정으로 제조에 돌입한다"며 "이러한 열정 때문에 고객 니즈에 대한 리서치를 하지 않거나 충분한 자료 없이 MVP를 제작하는 우를 범한다"고 말했다. 친구들끼리 설립한 신생기업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친구 관계 역시 깨질 수 있다. 아이젠만 교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동설립자들끼리 '누가 상사인가'에 대한 합의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사업 초기에는 공동설립자 둘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모든 결정을 함께 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친구들끼리 터놓고 둘 중 누가 보스인지 이야기하는 게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아이젠만 교수는 공동설립자들은 각자 어떤 리더십 역할을 맡을 것인지 합의를 반드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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