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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면세점서 못 산다고?…중국 보따리상 싹쓸이에 열받자 철수

입력 2022/01/17 17:09
수정 2022/01/18 08:39
서울·제주·부산 등 시내면세점
내년 3월까지 모두 철수 검토

다이궁 싹쓸이로 일반판매 줄자
브랜드 훼손 우려해 발빼는 듯
업계 "브랜드 잇단 탈출" 염려

백화점 영업강화에 주력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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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이 국내 면세점 사업을 축소하고 백화점 매장 영업력을 강화한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마련된 루이비통 남성 전문 매장.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루이비통이 국내 면세점 매장을 대폭 축소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한 관광객의 빈자리를 중국 보따리상인 '다이궁'이 차지하면서 브랜드 훼손이 심각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면세점 대신 백화점 내 매장 확대로 프리미엄 판매 전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17일 영국 면세유통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오는 3월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에 있는 매장을 추가로 닫을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운영을 최근 중단한 데 이은 줄폐점이다. 이 매체는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본점에 있는 나머지 시내면세점 매장도 올해 10월과 내년 3월 사이에 모두 철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루이비통은 시내면세점 대신 공항면세점을 거점으로 면세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비통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 매장을 유지하고 내년에는 제2터미널에 두 번째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시내면세점 축소는 다이궁이 면세점 매출 중 대부분을 차지하며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2017년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줄었다. 다이궁은 시내면세점에서 제품을 대량 구매한 뒤 중국 소비자에게 이윤을 붙여 팔고 있다. 현재 국내 시내면세점의 다이궁 매출 의존도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비통은 이 같은 다이궁의 불법 유통으로 손상되는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회사 측이 중국 내 공항면세점을 늘리기로 한 이유도 다이궁의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서다. 외신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2023년까지 중국 6개 공항면세점에 입점하고, 홍콩국제공항에도 두 번째 매장을 열 계획이다.

또한 루이비통은 수익성이 좋은 백화점 영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명품 소비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루이비통코리아 매출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1조4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7846억원에서 약 33% 늘어난 수치다. 2020년은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으로 패션업계 매출이 가장 줄어든 해였음에도 루이비통 성장세는 가팔랐다. 명품 수요가 폭발하면서 루이비통은 지난해 가격 인상만 다섯 차례 강행하기도 했다. 작년 매출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백화점 앞에는 명품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개점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명품 인기가 뜨겁다. 신년부터 에르메스·샤넬·롤렉스·티파니 등 명품 업계의 가격 인상도 줄을 이은 만큼, 루이비통의 제품 가격 인상 조치도 이어질 전망이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면세점 사업보다는 수익성이 좋은 백화점 판매를 강화하는 게 명품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루이비통 남성 전문 매장이 들어선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루이비통의 면세점 철수로 국내 면세 업계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른 명품 브랜드들 역시 '탈(脫)면세점'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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