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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AI 축구분석기, 유럽서 일냈다

입력 2022/01/18 17:25
수정 2022/01/18 19:23
비프로가 만든 '비프로일레븐'
영상촬영·편집·분석 등 전과정
전문가 없이도 손쉽게 서비스
전술·상대팀전력 AI가 분석

AC밀란·세비야·왓퍼드 등
전세계 1355개 축구팀이 애용

유료고객수·매출 매년 쑥쑥
"NBA·미식축구까지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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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똑같은 개수 바둑돌로 얼마나 판을 점유하는지를 다툰다면, 축구는 똑같은 수 선수가 뛰어서 어떻게 공간을 창출하는지 겨루는 게임입니다. 축구에서 공간창출은 선수 개개인의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공지능(AI) 기술과 접목해 분석하다 보면 이 부분도 과학적으로 수행이 가능해집니다. '비프로일레븐'은 선수가 패스를 했을 때 어디에 공간이 있었는지, 선수 간 간격이 어땠는지 등을 수치화해서 제공합니다."

강현욱 비프로컴퍼니 대표(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비프로일레븐이 제공하는 핵심 데이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비프로컴퍼니는 축구 AI 영상 분석 솔루션 비프로일레븐을 선보인 업체다.


비프로컴퍼니는 2016년 유소년축구팀과 하부 리그팀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프로축구팀까지 지평을 넓혔다. 현재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웨스트햄, 크리스털팰리스, 왓퍼드와 스페인 라리가의 세비야, 아틀레틱빌바오,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밀란 등 유수의 명문 축구팀이 비프로일레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1355개 축구팀이 비프로일레븐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매출액과 유료 고객이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강현욱 대표는 "기존 방식으로는 축구 영상 촬영, 편집, 분석, 발표, 공유, 상대팀 분석의 과정을 한 번에 끝낼 수 없었고 각 과정에 맞는 전문가와 도구가 필요했다"며 "비프로일레븐은 이 과정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체형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타고난 '축구광'이었던 강 대표였기에 이런 서비스를 고안해낼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축구를 해왔던 강 대표는 대학교 동아리 리그에서 뛰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그는 "동아리 리그를 위한 웹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점점 다른 아이디어들이 붙으면서 '비프로일레븐'을 선보이는 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비프로일레븐은 축구 경기·훈련 영상과 데이터를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한다. 최근에는 '비프로캠'이란 카메라 장비를 개발해 더 간편하게 영상을 제공할 수 있게끔 했다. 비프로캠은 3개의 렌즈가 내장돼 있는 휴대용 카메라다. 왼쪽, 중앙, 오른쪽을 촬영해 파노라믹 영상을 제공하던 기존 카메라 기능에 휴대성을 높인 것이다. 그동안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훈련 캠프나 홈구장이 아니면 영상을 찍기 어려웠다. 강 대표는 "이전까지는 '엘리트 레벨' 축구팀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비프로캠을 통해 축구 동호인들도 무인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플랫폼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감독들이 전술을 수립하고 스카우터들이 유망주를 발굴하는 데도 비프로일레븐이 활용된다.


강 대표는 "축구 감독들은 '압박 상황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잘 못 풀어나가는 게 문제'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비프로일레븐은 압박 상황이라는 것을 수치상으로 정의한다"며 "예를 들어, 선수 반경 5m 내에 다른 팀 선수가 3명 이상 있을 때를 압박 상황이라고 정의하고 그동안 영상 분석을 통해 얻은 데이터에서 이런 상황을 모두 뽑아낸다"고 설명했다. 비프로컴퍼니는 축구팀에서 시작해 미식축구·농구까지 서비스 제공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강 대표는 "미국 미식축구 팀들이 비프로일레븐의 카메라 기술과 영상 편집 도구에 관심을 가져서 테스트하는 단계"라며 "풋살과 같은 실내 경기에서도 비프로일레븐을 활용하는데, 풋살과 농구는 비슷한 점이 많아 올해 미국 농구팀에도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처음 해외시장을 개척한 강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유럽과 달리 스포츠가 '돈을 쓰는 취미'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쟁사들을 보면 미국의 유료 고객이 전체 고객의 40%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나 된다"며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성장을 거둘 수 있는 곳은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너킥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여러 사람을 개개인으로 인식하고 작고 빠른 공을 정확하게 탐지하는 AI 알고리즘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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