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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조 클럽이었던 이 기업, 적자 전환에 고전

이상현 기자
입력 2022/01/19 07:01
수정 2022/01/19 20:04
패션기업 형지·세정, 온라인 쇼핑 급부상에 밀려 적자
매출액·영업이익 줄고 적자 늘자 뒤늦게 온라인 진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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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을 운영 중인 패션그룹 형지. [사진 제공 = 형지그룹]

중저가 의류 브랜드 사업으로 성장해온 패션기업 형지와 세정이 적자에서 벗어나려 탈출구 모색에 나섰다. 한때 ‘1조 클럽’까지 갔던 두 기업이지만, 가두점 산업의 하향세로 해마다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을 운영하는 패션그룹 형지는 지난 2020년 연결 매출 30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27% 감소한 수준인데 이 기간 영업손실은 250억원을 냈다.

같은 기간 남성복 예작과 본 등을 운영하는 계열사 형지I&C도 고전했다. 형지I&C의 지난 2020년 연결 매출은 전년보다 34% 줄은 2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도 67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졌다.


골프복 사업에 주력하는 까스텔바작도 매출이 감소세이고, 지난 2013년 선보인 아트몰링 장안점도 적자가 심해 지난해 문을 닫았다.

고전하는 건 인디안과 올리비아로렌을 운영 중인 세정도 마찬가지다.

세정은 지난해 4월 공개한 2020년도 연결감사보고서에서 그해 매출이 2963억원이라고 밝혔다. 1년 전보다 25% 감소했고, 지난 2011년(6895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가두점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한때 전국 곳곳에 매장을 낸 두 회사지만, 소비문화가 변화하는 데 대응이 늦어지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커머스 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로드샵’을 찾지 않게 된 것이다.

LF와 삼성물산,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기업들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할 때도 형지그룹과 세정그룹은 오프라인 사업에 열을 올렸다. 쇼핑몰을 열면 사업 기반인 대리점주들의 반발이 있을 것을 우려해서다.

해마다 영업이익 감소로 고전하던 차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확산했다. 소비자들의 외출이 줄면서 대리점 매출은 급감했다. 형지 그룹은 여기에 대리점 갑질 논란까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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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오 형지 회장(왼쪽)과 박순호 세정 회장(오른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형지는 대리점법 위반으로 이달 16일 과징금 1억12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대리점에서 보관 중인 의류 상품을 판매율이 높은 다른 대리점으로 옮기게 하며 운송비를 대리점이 부담하게 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또 이렇다 할 만한 성과 없이 공세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도 기업의 실적이 부진한 까닭으로 꼽힌다.

형지는 여성복 대리점 사업이 성공적이자 남성 정장 및 셔츠 업체 우성I&C(형지I&C) ▲백화점 여성복 스테파넬, 캐리스노트 ▲제화업체 에스콰이아(현 형지에스콰이아) ▲엘리트 학생복(현 형지엘리트) ▲장안동 쇼핑몰 바우하우스(현 아트몰링)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사업 규모는 키웠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결국 일부 사업은 중단했다.

몇 년간 고배를 마신 두 기업은 결국 체질 개선에 나섰다.

패션그룹 형지가 운영하는 까스텔바작은 최근 패션 플랫폼 선두인 무신사와 골프복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형지I&C의 경우 아마존 미국과 일본에서 글로벌 판매를 개시했다.

최병오 형지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대표가 운영 중인 까스텔바작은 가족 경영의 한계도 뛰어넘고자 패션 전문 경영인 강태수 부사장도 영입했다. 강 부사장은 SK네트웍스(DKNY), LF, 네파, 블랙야크 등을 거쳤다.

플랫폼 다각화와 전문 경영인 도입에 힘입은 형지는 지난해 12월 월매출 56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25% 가까이 성장한 것. 상설 매장 매출도 50%가량 늘었다.

최근 4년간 적자 경영을 이어간 세정도 지난해 8월 이훈규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20년 세정 관리부문장으로 그룹에 합류한 뒤 그룹 체질 개선과 조직 문화 혁신을 이끌어온 전문 경영인이다.

세정그룹은 또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와 동춘상회를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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