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을 운영 중인 패션그룹 형지. [사진 제공 = 형지그룹]
중저가 의류 브랜드 사업으로 성장해온 패션기업 형지와 세정이 적자에서 벗어나려 탈출구 모색에 나섰다. 한때 ‘1조 클럽’까지 갔던 두 기업이지만, 가두점 산업의 하향세로 해마다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서다.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을 운영하는 패션그룹 형지는 지난 2020년 연결 매출 30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27% 감소한 수준인데 이 기간 영업손실은 250억원을 냈다.
같은 기간 남성복 예작과 본 등을 운영하는 계열사 형지I&C도 고전했다. 형지I&C의 지난 2020년 연결 매출은 전년보다 34% 줄은 2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도 67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졌다.
골프복 사업에 주력하는 까스텔바작도 매출이 감소세이고, 지난 2013년 선보인 아트몰링 장안점도 적자가 심해 지난해 문을 닫았다.
고전하는 건 인디안과 올리비아로렌을 운영 중인 세정도 마찬가지다.
세정은 지난해 4월 공개한 2020년도 연결감사보고서에서 그해 매출이 2963억원이라고 밝혔다. 1년 전보다 25% 감소했고, 지난 2011년(6895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가두점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한때 전국 곳곳에 매장을 낸 두 회사지만, 소비문화가 변화하는 데 대응이 늦어지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커머스 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로드샵’을 찾지 않게 된 것이다.
LF와 삼성물산,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기업들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할 때도 형지그룹과 세정그룹은 오프라인 사업에 열을 올렸다. 쇼핑몰을 열면 사업 기반인 대리점주들의 반발이 있을 것을 우려해서다.
해마다 영업이익 감소로 고전하던 차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확산했다. 소비자들의 외출이 줄면서 대리점 매출은 급감했다. 형지 그룹은 여기에 대리점 갑질 논란까지 발생했다.
최병오 형지 회장(왼쪽)과 박순호 세정 회장(오른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형지는 대리점법 위반으로 이달 16일 과징금 1억1200만원 처분을 받았다.지난 2014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대리점에서 보관 중인 의류 상품을 판매율이 높은 다른 대리점으로 옮기게 하며 운송비를 대리점이 부담하게 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또 이렇다 할 만한 성과 없이 공세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도 기업의 실적이 부진한 까닭으로 꼽힌다.
형지는 여성복 대리점 사업이 성공적이자 남성 정장 및 셔츠 업체 우성I&C(형지I&C) ▲백화점 여성복 스테파넬, 캐리스노트 ▲제화업체 에스콰이아(현 형지에스콰이아) ▲엘리트 학생복(현 형지엘리트) ▲장안동 쇼핑몰 바우하우스(현 아트몰링)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사업 규모는 키웠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결국 일부 사업은 중단했다.
몇 년간 고배를 마신 두 기업은 결국 체질 개선에 나섰다.
패션그룹 형지가 운영하는 까스텔바작은 최근 패션 플랫폼 선두인 무신사와 골프복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형지I&C의 경우 아마존 미국과 일본에서 글로벌 판매를 개시했다.
최병오 형지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대표가 운영 중인 까스텔바작은 가족 경영의 한계도 뛰어넘고자 패션 전문 경영인 강태수 부사장도 영입했다. 강 부사장은 SK네트웍스(DKNY), LF, 네파, 블랙야크 등을 거쳤다.
플랫폼 다각화와 전문 경영인 도입에 힘입은 형지는 지난해 12월 월매출 56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25% 가까이 성장한 것. 상설 매장 매출도 50%가량 늘었다.
최근 4년간 적자 경영을 이어간 세정도 지난해 8월 이훈규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20년 세정 관리부문장으로 그룹에 합류한 뒤 그룹 체질 개선과 조직 문화 혁신을 이끌어온 전문 경영인이다.
세정그룹은 또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와 동춘상회를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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