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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쓰나미…고철값 13년만에 최고치 육박

입력 2022/01/23 17:04
수정 2022/01/24 11:37
대형 철강사 탄소배출 줄이려
전기로 일제히 확대 나서자
연료인 폐고철 수요도 늘어

제강사는 수익성 악화 우려
포스코 "탄소 줄이기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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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몰린 국내외 철강사들이 일관제철(고로·용광로)에서 전기로로 공정 전환에 나서면서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철강사들이 전기로 도입에 나선 이유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고로의 2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일본제철 등 대형 일관제철업체들이 전기로 신설에 나서자 고철 수요가 늘어나고 고철 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고로에 들어가는 주원료는 철광석·석탄이지만, 전기로는 고철을 녹여서 쓴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고철 평균가격(영남지역 중량 A)은 1월 셋째주 기준 t당 60만1000원이다. 2020년 6월(28만2000원)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조만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67만원)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을 찍을 게 확실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철 가격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2~3월 고철 가격이 약보합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강보합 기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철 값이 뛰는 데는 내외부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 일본제철이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2030년 가동을 목표로 300t급 대형 전기로 설비를 신설할 계획을 밝혔고, 중국도 전기로 생산과 철스크랩 사용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국제 스크랩 가격도 국내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국제 철강시장 흐름에 더해 국내 조강(쇳물)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국내 고철 값 상승을 주도한다는 게 전기로업계의 주장이다.

지난해 포스코는 철스크랩 사용 비중을 상향 조정키로 하고 구매량을 확대했다. 2025년까지 광양제철소에, 2027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전기로를 각각 1기 설치할 계획도 밝힌 상태다. 현대제철은 최근 구매정책을 변경해 수입량은 줄이고 국내산 고철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수입산 고철은 국내산보다 품질이 낮아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


A제강사 관계자는 "포스코 전기로가 만들어지면 국내 고철 수급·가격이 불안정해지는 등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전기로업계가 포스코 행보에 민감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 우려 때문이다. 고철 값이 높아진 만큼 철근·봉형강 제품 가격도 오를 텐데, 이를 건설사가 온전히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 등 전기로 구축을 추진 중인 철강사들은 제강기업 주장이 억지라고 반박한다. 고로 철강사 관계자는 "국내 철스크랩 시장은 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베스틸 등 일부 업체가 60% 넘게 점유하고 있다. 포스코가 전기로를 신설한다고 해서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포스코는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다 보니,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하루빨리 감축 성과를 내야 할 입장이다. 포스코는 2017~2019년 연간 평균 788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를 2030년까지 20%가량 줄이고, 2040년까지는 50%를 감축하기로 했다. 그 외 포스코는 봉형강 등 기존 전기로 철강업체들의 주요 생산품 시장에는 뛰어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철을 전략자원으로 인식해야 수급 관리가 원활해질 것으로 분석한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고철 등급을 세분화해 품질에 민감한 고철과 덜 민감한 고철을 구분해 관리한다면 고철 값 상승 압력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광민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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