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정주영 정신이야말로 한국 스타트업 뿌리"

입력 2022/01/23 18:39
수정 2022/01/23 20:54
장석환 신임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범현대家 기부로 출범한 재단
강남 한복판 실비 입주공간 등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역점
10년간 창출 가치 4486억원

"새터민·비영리기관 지원 등
ESG와 다양한 가치 보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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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환 신임 이사장이 재단 운영 관련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야말로 스타트업의 기업가정신에 가장 어울리는 분입니다. 그분의 존재가 스타트업들에도 많은 귀감이 될 것입니다."

장석환 신임 아산나눔재단 이사장(4대)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범현대가에서 6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2011년 만들어진 재단으로 국내 대표적 스타트업 창업 공간인 마루180, 마루360을 운영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6남인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다.

장 이사장은 "아산나눔재단은 10년 전부터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과 기업가정신 함양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면서 "이제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크게 성장한 것에 대해 재단에서도 얼마간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10년 전부터 엔젤투자기금을 조성해 1000억원 규모를 엔젤 투자를 하는 펀드에 출자해 왔다. 재단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거쳐 간 스타트업 수만 350개 팀에 달한다.

마루180과 마루360은 서울 강남구 역삼로에 위치한 스타트업 입주 공간으로, 초기 창업 기업들이 가장 입주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강남 한복판의 공간을 실비 정도만 내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파크랩스, 캡스톤파트너스처럼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투자기관들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투자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장 이사장은 "최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아산 유스프러너의 데모데이를 개최했다"면서 "9개 팀이 창업가가 돼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기업가정신이 많이 자라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1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중학생 희망 직업에서 8위, 고등학생 희망 직업에서 4위를 차지했다. 경영자도 각각 10위와 9위를 차지했다. 2010년 조사에서는 모두 순위에 없었던 직업이었다.

장 이사장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티처프러너'도 성과가 있었다"면서 "교사들 스스로 커리큘럼을 직접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교사들의 기업가정신을 함양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벤처 생태계가 크게 성장하면서 아산나눔재단도 변화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새롭게 창업한 벤처캐피털, 여성이 심사역으로 있는 벤처캐피털에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을 더 많이 출자하겠다"면서 "자금이 몰리지 않는 곳에 재단에서 지원하는 것이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기업 목적이 주주 이윤 극대화에만 있었는데 이제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라는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정주영 창업주께서도 다 같이 사는 사회에 대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 측면에서 시작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아산상회'다. 창업 기회로부터 소외된 북한 이탈 청년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청년, 외국 청년과 함께 팀을 이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장 이사장은 "현재 6개 팀이 아산상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새터민의 탈북 경험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아이스토리라는 팀도 있다"면서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많았던 정주영 회장님의 뜻과 잘 맞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장 이사장은 "아산나눔재단에서 지난 10년간 프로그램을 운영한 만큼 이제는 이곳에서 성장한 기업가들이 창업 생태계에 큰일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외부 기관을 통해 분석한 결과 아산나눔재단이 10년간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4486억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산나눔재단은 비영리기관 종사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장 이사장은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는 비영리기관과 사회적 경제조직 직원을 위한 미니 MBA"라면서 "비영리기관도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리더십, 마케팅과 같은 기업가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일을 하는 비영리기관도 영리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들이 결과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임팩트가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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