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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뿔'한우 순식간에 동난다…백화점만 찾는다는 부자들

입력 2022/01/27 17:19
수정 2022/01/28 07:49
현대百 압구정본점 식품관
VIP고객 방문 年 127회
정육 매출 비중도 40% 넘어
명품 한우 '투뿔넘버나인'
한끼 먹을양만큼만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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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식품관에서 단골고객 부부가 고기를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투뿔넘버나인 안심 500g만 주세요."

지난 25일 찾은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 육류코너엔 명품 한우의 최강자로 꼽히는 '투뿔넘버나인'이 즐비했다. 최상급 한우로 꼽히는 투뿔(1++) 중에서도 마블링 함량에 따라 부여되는 마블링넘버 최고 등급인 9등급을 부여받은 소고기다. 투뿔넘버나인은 쇠고기 도축 물량 중 5~7%만 나올 만큼 희소한 상품이다. 이곳에선 한우 암소 안심 투뿔넘버나인이 100g당 3만6500원에 팔리고 있다. 한우전문점 민소한우의 대표 메뉴 '민소 특안심' 100g당 가격 3만원을 웃도는 액수다.

백발이 성성한 여성 단골고객은 투뿔넘버나인 안심 500g, 18만2500원어치를 사갔다.


이곳 육류코너에서 근무하는 이정숙 매니저는 "이렇게 부부끼리 저녁에 한 끼 먹을 양만큼 사가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고객은 같은 고기를 딱 300g만 구매했다. 손바닥만 한 얇은 고기 2장이다. 이 여성은 "아기 이유식에 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젊은 고객일수록 200~300g 소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주일에도 2~3차례씩 들러 고기를 사는 단골이 많아 얼굴만 봐도 어떤 고기를 찾을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짜 부자는 백화점 식품관에서 소고기를 사먹는다."

유통업계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부자 감별법'이다. 명품 가방은 소득이 많지 않더라도 큰맘 먹고 구매할 수 있지만, 특상품 소고기를 취급하는 백화점 식품관에서 지속적으로 소고기를 구매해 먹을 수 있는 건 진짜 부자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속설은 실제 통계로도 입증된다. 현대백화점 고객 중 연 2000만원 이상 소비하는 VIP 고객의 지난해 식품관 연평균 이용 횟수는 63.1회로 집계됐다. 주 1회 이상 백화점 식품관을 들렀다는 얘기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고객의 식품관 연평균 이용 횟수(6.5회)의 10배가 넘는 숫자다.

서울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 한복판에 자리 잡은 현대백화점 본점 식품관으로 좁혀보면 VIP 고객의 이곳 식품관 연평균 방문 횟수는 127회로 더 늘어난다. 일주일에 2~3회씩 식품관을 찾는 셈이다. 본점 식품관(슈퍼마켓) 매출에서 VIP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49.1%로 절반에 육박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압구정 본점은 VIP 고객 방문이 활발한 덕에 투뿔넘버나인 같은 명품 식품이 항상 재고 폐기 없이 소진된다"며 "바이어 측에선 재고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어 협상력이 강화된다. 일반 식품에 비해 가격이 높긴 하지만 거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VIP 고객이 식품관에서 가장 선호하는 식품은 정육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전 점을 통틀어 정육 매출에서 VIP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이고, 압구정 본점에선 47%로 나타났다. 청과(26%), 채소(14%), 수산물(9%)이 뒤를 이었다.

한편 올해 설을 앞두고 지난 14일부터 진행된 설 선물세트 판매 행사에서 100만원 이상 고가 한우 선물세트 판매가 전년 대비 45% 늘고, 현대명품한우 특(130만원) 등 프리미엄형 한우 선물세트 10여 종이 조기에 완판됐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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