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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못된 놈 많은데…그들이 잘나간다고요? [뉴욕대 심리학 교수 인터뷰]

윤선영 기자
입력 2022/03/16 21:01
수정 2022/03/16 21:02
[Cover Story] '못된 직장 동료들을 어떻게 대할까' 저자 테사 웨스트 美 뉴욕대 심리학 교수

경쟁이 치열한 조직일수록
조직원들 사이 마찰 심해져

스트레스 엄청나게 받으면
모든 일에 참견하게 되거나
무기력해지는 경우 많아

사사건건 트집 잡는 리더가
가장 흔한 '못된 놈' 유형

'못된 놈' 해고는 정답 아냐
조직문화부터 대수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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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대부분의 조직은 못된 놈들(jerks)이 번창하기에 너무 좋은 구조로 돼 있다."

테사 웨스트 뉴욕대 심리학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직장에 못된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잘나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웨스트 교수에 따르면 자리가 얼마 없는 조직 '꼭대기층'에 올라가기 위한 조직원들 사이의 엄청난 경쟁, 일 중독 상사 등의 근무 환경이 일터에 못된 놈들이 생기고 이들이 번창하는 요인이다. 사회심리학자인 웨스트 교수는 20여 년간 사람들이 타인과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직장에서 못된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 올해 1월 해외에서 출간된 웨스트 교수의 저서 '못된 직장 동료들을 어떻게 대할까(Jerks at Work: Toxic Coworkers and What to Do About Them)'에는 그동안 웨스트 교수가 연구하고 경험한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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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저서에서 웨스트 교수는 직장에 일곱 가지 '못된 놈'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kiss up, kick downers)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 목표는 단 하나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가장 꼭대기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과 동등한 위치 또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들 모두를 경쟁 상대로 여긴다. 그리고 자신보다 상급인 사람들에게는 좋은 매너를 보인다.

두 번째 유형은 크레디트 스틸러(credit stealers)다. 이들은 처음에는 친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막상 누군가가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면 이를 훔치고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상사에게 선보일 수 있다.

다음은 불도저형(bulldozers)이다. 업무 경험이 많고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불도저형 직원들의 특징은 두 가지다. 그룹 결정 과정을 본인이 주도하고 상사를 '힘없는 상사'로 만든다.

네 번째 유형은 프리 라이더(free riders)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다. 대다수 프리 라이더들은 친절하고 호감 있어 사람들이 콕 집어 이들의 못된 행동을 얘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다섯 번째 타입은 마이크로매니저(micromanagers)다. 인내심이 없는, 업무 관련 관리를 명목으로 개인의 시간을 뺏는 업무 감독관이다. 마이크로매니저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 맡았던 업무를 감독하기 때문이다. 해당 업무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사사건건 진행 상황을 물어보며 업무 담당자들의 시간을 뺏는다. 관리감독이 많을수록 더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져서 마이크로매니저가 될 수도 있다.

여섯 번째 유형은 무관심한 상사(neglectful bosses)다. 무관심한 상사들은 크게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오랜 시간 업무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후 너무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진다. 마지막으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업무 과정을 심하게 컨트롤한다.

마지막 일곱 번째 유형은 가스라이터(gaslighters)다. 이들은 조직 내 희생양들을 고립시키고 자신의 필요를 채워주는 '대체 현실'을 꾸며 희생양들을 이용한다. 가령 원래 조직 현실과는 달리 가스라이팅을 당한 희생양들은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가스라이터들이 요구하는 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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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는 웨스트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직장 내 못된 사람들이 왜 생기는지, 이들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웨스트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저서에서 "우리 모두는 내면 깊숙이 못된 면을 갖고 있다. 이는 인간 본성의 일부다"라고 했다. 무슨 뜻인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협업을 잘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동시에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갖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상사의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성공에 목말라 타인을 깎아내리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일을 하면 (타인과 마찰을 일으키는) 못된 면이 발현된다. 일례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으면 모든 일에 대해 참견하는 마이크로매니저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이크로매니저가 되면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본인이 무언가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직장에서 프리 라이더나 무관심한 상사가 된다.

―스트레스 외에도 사람들이 일하면서 못되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무 환경이 이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공을 위한 동기가 강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해당 인물의 일터에 상사에게는 팀플레이어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주변 사람들을 비방하고 깎아내려 최근에 승진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성공을 위한 강한 동기를 가진 조직원은 금방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근무 환경에서 어떤 수를 쓰더라도 성공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근무 환경이 개인의 못된 행동을 낳은 요소가 된다.

―7가지 못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직장에서 가장 흔한 못된 유형의 사람은.

▷마이크로매니저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에서 마이크로매니저를 만난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관리자의 두 가지 흔한 면모인 성실성과 관리자 훈련 부족의 '퍼펙트스톰'과 같다. 이전에 맡았던 업무는 잘했고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는 동기를 가졌지만, 관리자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마이크로매니저가 될 확률이 높다. 이들에게 조직원들은 관리하고 이끄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결국 해당 관리자들은 본인이 했던 일에 대해서만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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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리더들은 어떤 유형의 못된 사람들을 다루는 데 가장 힘들어할까.

▷경영 리더들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과 크레디트 스틸러를 다루는 데 가장 어려워한다. 이 두 개 유형의 사람들에 대한 조직원의 불만이 리더 귀에 들어갈 때쯤이면 해당 유형의 못된 사람들은 이미 조직에 큰 피해를 입혔다. 그리고 리더 입장에서는 'A가 이런 말을 했다'는 식의 불만은 조직원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으로 느껴진다. 리더는 누구 편에 서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못된 사람들은 직장 내 '희생양'을 어떻게 선정하나.

▷대다수의 경우 조직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됐거나, 직장 내 친구가 많이 없거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이 못된 사람들의 희생양이 된다. 이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터에서 강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이다.


이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강한 우정을 형성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각기 다른 부서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조언하는 관계를 뜻한다.

조직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직원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이들이 조직 내 강한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돕는 것이다.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못된 아이들을 봤을 때 센 척을 했던 것처럼 직장에서도 똑같이 강한 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일터에서 소용없다. 많은 사람들이 속해 있는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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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의 경우 리더는 못된 사람을 봐도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저서에서 소개했던 애니라는 직원의 이야기를 토대로 설명하겠다. 애니가 입사한 직후 그의 상사 데이비드는 공급망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로 파견됐다. 임시로 데이비드 자리를 대신할 사람으로 같은 사무실에서 10년 동안 근무해온 샤사가 내정됐다. (샤사는) 애니가 주재하는 회의 끝 무렵에 들어와 '팀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라고 물으며 사사건건 애니의 결정에 '태클'을 걸었다. 그리고 애니에 대한 거짓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애니가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샤사는 "데이비드는 내가 모든 일과 모든 사람들을 감독하길 바란다"며 애니의 자율성을 뺏어갔다.

급기야 샤사는 본인에 대한 가십 관련 피해망상증이 생겨 사람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애니는 가까스로 데이비드와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애니는 본인이 입을 떼기도 전에 데이비드에게 샤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데이비드가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 극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데이비드가 애니에게 한 말은 "샤사가 어려운 사람이라는 점을 나도 알아. 하지만 샤사는 많은 일을 하고 있어"였다. 이어 그는 "샤사는 임시적으로 온 사람이야"라며 "공급망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만 참아달라"고 애니에게 요청했다.

데이비드는 샤사의 못된 점을 알면서도 왜 이를 막지 못했을까. 애니의 전직 동료이자 샤사의 악행에서 탈출한 캘빈의 표현에 따르면 데이비드는 샤사를 해고하고 싶어도 그를 해고할 수 없다. 완전하게 샤사를 의지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샤사는 회사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됐다. 이 때문에 샤사를 말릴 수 없던 것이었다.

리더가 못된 사람들을 보더라도 그를 제지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똑똑한 못된 놈(smart jerk)은 상사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리더의 문제는 못된 사람들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에 있지 않다. 다른 (못된) 사람이 리더 본인의 약점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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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일터에서 못된 사람을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못된 사람에 대해 직원이 리더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말할 수 있는 방법은.

▷못된 사람과의 대립과 관련해 직원이 상사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터 내 못된 사람을 포착한 후 상사에게 이야기하는 직원에게 두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상사 입장에서 생각하라. 특정한 못된 놈을 상사가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다. 상사가 못된 직원을 데리고 있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못된 직원의 강점을 파악해야 한다. 못된 놈의 강점을 인정하며 상사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상사는 불만을 더 잘 들어줄 것이다.

둘째, 못된 직원의 구체적 문제에 중점을 둬라. (상사에게) 특정한 못된 직원에 대한 개인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말고 해당 못된 놈의 행동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야기하라는 뜻이다. 못된 직원의 행동이 개인의 업무 생산성을 저하시킨다거나 팀 내 분열을 일으키는 등 구체적 문제를 상사에게 말해야 한다.

―리더가 직원에게 못된 놈에 대한 말을 듣거나 리더 스스로가 못된 직원을 발견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 경우 리더들은 못된 사람의 행동으로부터 이득을 취한다. 똑똑한 못된 놈은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리더 입장에서는) 문제 있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조직 내 사람이 자주 바뀌는 것은 내부에 지장을 준다. 나아가 기존 못된 직원을 내보내더라도 새로운 못된 직원이 들어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직장 내 못된 놈 문제는 해당 사람을 해고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조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와 건강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게 해결 방식이다.

―다수 사람들은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말이 맞는다면 현실적으로 직장 내 못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리더는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

▷각자에게 맞춤형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일터의 못된 사람들은 개인의 행동을 바꿀 마음이 든다. 덧붙여 기업이 '우리는 못된 사람들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기업문화를 선보인다면 못된 사람들이 자사에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

―못된 사람들이 스스로의 못됨을 깨닫는 방법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라. 개인의 행동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묻고 이에 대한 타인의 생각을 물어라. 예를 들어 '내가 어떻게 더 행동했으면 좋겠어?'라든지 '내가 줄였으면 하는 행동이 있을까?' 등 질문을 하며 자신이 못된 행동을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아무리 리더가 기업문화와 근무 환경을 바꾸려 애써도 직장에서 못된 사람이 완전히 없어지긴 힘들다. 못된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은 무엇으로 일터를 버틸 수 있을까.

▷저서에서 말했듯 직장 내 못된 사람들에 대한 처방약은 동료들이다. 직장 친구들이 못된 놈으로 받는 스트레스 등에 대한 처방약이다. 개인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못된 놈 관련 문제를 동료들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령 동료는 못된 사람 관련 이야기를 상사가 듣게 만드는 방법을 조언할 수 있다.

특정한 동료가 진정한 친구인지는 그의 평판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묻는 것이 그의 평판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테사 웨스트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캠퍼스에서 심리학 학사를, 코네티컷대에서 사회심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대 심리학과 조교수로 경력을 쌓았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인관계와 집단관계 등이 웨스트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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