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석유없이 화학제품 만들기 도전…'그린영토' 확대할 것

이윤재 기자, 박윤구 기자
입력 2022/04/17 17:17
수정 2022/04/18 10:16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단독 인터뷰

퓨어사이클·루프인더스트리
세계적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亞사업 단독 파트너로 SK 낙점

현재 中 진출 본격 검토 돌입
패션업체 폐의류 재생 관심 커
베트남도 매력적인 후보지

울산 재활용 클러스터 1조 투입
2025년부터 친환경 공장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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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오센트릭은 아시아에 '도시 유전'을 확대해 환경·사회적 가치를 모두 실현할 것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지난 14일 SK서린빌딩에서 진행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녹색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나 사장은 "SK지오센트릭은 울산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시작으로 중국·동남아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북미 친환경 기술 기업인 루프인더스트리, 퓨어사이클로부터 아시아 독점 사업권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도시 유전이란 버려지는 플라스틱·비닐·의류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오일 등 다시 쓸 수 있는 제품의 원료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SK지오센트릭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색 회사'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이어 플라스틱의 무한 반복 사용이 가능한 화학적 재활용 3대 기술(열분해, 해중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확보에 나섰다.

SK지오센트릭은 최근 루프인더스트리와는 페트(PET) 재활용에 대해 아시아권에서, 퓨어사이클과는 PP 재활용에 대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서 독점 사업권을 땄다. 이들 기업이 해당 지역에 진출할 때 SK지오센트릭만 파트너로 합류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나 사장이 해외 진출 1순위로 보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제품 생산자가 수거에 대한 책임까지 지고 있어,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나 사장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지 구성원들과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며 "현지의 굵직한 제품 생산자를 파트너로 삼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의 생산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가전 등 유럽 수출 물량이 많다 보니, 리사이클 제품의 확대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의류 공장이 밀집한 베트남 등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 나 사장은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염료와 섬유 쓰레기를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며 "버려야 할 모든 것들을 다시 쓸 수 있게 만들면서 '도시 유전'을 계속해서 만들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이 같은 해외 진출에 앞서 울산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지을 예정이다. 투자 규모가 총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곳은 루프인더스트리·퓨어사이클 등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총집결된다. 퓨어사이클과는 올 2~3분기 내 합작회사(JV)를 설립할 예정이며, 루프인더스트리와도 논의가 오가고 있다.

열분해유의 경우 SK지오센트릭이 독자 공장을 짓기 위해 기술을 아예 사오는 것을 검토 중이다. SK지오센트릭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열분해유를 SK이노베이션 울산 정유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울산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는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가동될 예정이다. 당장 2025년부터 연간 20만t의 폐플라스틱 재활용과 50만t의 탄소 감축이 전망된다.


나 사장은 "울산 공장을 화학적 재활용 3대 기술로 모두 연계하는 것에 대해 해외 기업들도 '매우 스마트하다'는 반응"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재활용 클러스터를 해외 진출의 모델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나 사장은 최근 글로벌 애슬레저 업체들과도 자주 만난다. 화학섬유의 주성분인 폴리에스터를 다시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가장 난도가 높은 화학적 재활용이지만, 화학·패션기업이 모두 의지를 갖고 적극 논의 중이다.

나 사장은 "SK지오센트릭은 석유 없이 화학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전 세계적으로 환경을 지키려는 건 '정해진 미래'로, 기업의 기술 개발과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나 사장은 "지난해 SK종합화학에서 SK지오센트릭으로 사명을 변경한 건 친환경 사업에 대해 우리 스스로를 더욱 옥죄려고 한 것"이라며 "기업이 이윤을 포기할 순 없지만 절대적으로 지구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는 각오를 담았다"고 말했다.

1990년 유공에 입사한 나 사장은 전략 및 마케팅 조직을 두루 거치는 등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SK이노베이션 전략 임원을 맡아 정유에 집중된 사업을 화학, 배터리 등으로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이윤재 기자 / 박윤구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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