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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역지사지가 가능하려면…시·공간적으로 가까워야

입력 2022/04/2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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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사춘기를 한참 보내고 있는 둘째 딸에게 예쁜 옷을 사준 적이 있다. 나와 아내 모두 그 옷을 입은 아이를 몇 m 밖에서 지켜보며 아이에게 정말이지 참 많이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물론 100% 진심으로. 그런데 아이는 뚱한 표정으로 여드름이 몇 개 난 자기 이마를 보면서 자기는 못생겼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자신이 보는 자기와 타인이 보는 자기는 참으로 많이 다르다. 이는 어른들의 세상에서도 가끔 일어난다. 참으로 능력 있고 괜찮은 후배나 부하 직원인데도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의기소침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반대로 잘 쳐줘야 평균적인 수준의 동료가 자신은 매우 뛰어나다고 흡족해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왜 이렇게 자신의 판단과 타인의 판단은 다를까? 이는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든 종류의 입장 바꿔 생각해 보지 못하는 경우들 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지사지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니 말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지 못하고 상대방 관점을 취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대상에 대해 판단하고 평가할 때 다른 정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와 해답을 절묘하게 풀어낸 연구가 있다. 이스라엘 반구리온대학의 심리학자 탈 에얄(Tal Eyal) 교수 연구진에 의해 최근 발표됐다. 에얄 교수 연구진은 사람들이 미래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할 때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을 했다.

이들은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 상대방이 얼마나 호감을 느낄까에 대해 예측, 즉 판단하게 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그 판단이 오늘 저녁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으며,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몇 달 후에 사람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이후 참가자 자신들의 예측과 참가자 사진을 본 평가자의 실제 판단 결과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분석했다. 매우 명확한 결과의 차이가 나타났다.


몇 달 후에 자기 사진이 평가될 것으로 알고 상대방의 판단을 예측한 경우가 오늘 저녁인 경우보다 참가자의 예측과 실제 평가자의 평가가 더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을 보다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자기와 더 비슷하며 따라서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이후의 다른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상대방 입장에서 자신을 평가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명시적으로 지시를 내린 경우에는 상당한 차이가 참가자들과 실제 평가자들 사이에 나타났다. 평가 시점에 따른 차이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저 말로만 다른 사람의 입장으로 보라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참가자가 타인의 사진을 평가할 때는 어땠을까? 이번에는 사진이 찍힌 시점에 변화를 줬다.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그 사진이 몇 달 전에 찍힌 것이라고 말해줬다.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같은) 그 사진이 그날 아침에 찍힌 사진이라고 말해줬다. 물론, 이번에도 사진 속의 주인공인 당사자는 자신이 얼마나 호감 가는 사람으로 비춰질까를 판단했다. 참가자와 당사자 양쪽의 판단이 더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그 사진이 그날 아침에 찍힌 것으로 참가자들이 들었을 때다. 왜냐하면 참가자들이 당사자와 마찬가지로 그 사진 속에서 더 구체적인 측면들에 집중을 했기 때문이다.

즉, 역지사지하려면 어떻게든 그 사람에게 물리적으로 더 가깝게 가야 한다. 그 거리가 시간이든 공간이든 말이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매우 효율적인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더라도 의견 차는 만나서 좁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런 역추리도 가능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측면을 상대방으로부터 알고 싶으면 되도록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을 기꺼이 만나 봐야 한다. 그래서 느슨한 관계도 중요한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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