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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BUSINESS STORY] "혁신" 명사로 말하는 순간 얼어붙어…"혁신하자" 동사로 말해야 살아난다

윤선영 기자
입력 2022/04/21 04:04
[Cover Story] 벤 벤사오 인시아드대 퐁텐블로 캠퍼스 교수

'혁신 vs 혁신하다' 차이점
명사로 '혁신' 말하면 압박 커
신제품 내놓거나 신시장 개척
뭔가 해야한다는 걱정만 키워

동사로 '혁신하다'를 말하면
과정과 행동을 중요시 여기며
직원들 심적 부담도 줄어들어

리더 발언이 나비효과 불러
반드시 성공 보장하진 않지만
다양한 아이디어 모이게 되고
꿈쩍않던 대기업 조직들까지
지속적으로 변화 일으키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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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직원들은 '혁신'이란 단어를 들으면 공포감을 느낀다."

벤 벤사오(Ben Bensaou) 인시아드대 퐁텐블로 캠퍼스 교수는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혁신'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벤사오 교수에 따르면 혁신은 직원들 스스로가 차기 '대박 제품'을 내놓거나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런 생각이 직원들에게 긴장감과 압박을 불러와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포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혁신에 대해 이야기를 아예 안 할 수도 없다. 과연 리더들은 직원들과 어떻게 혁신과 관련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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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사오 교수는 작년 해외 출간된 저서 '혁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Built to Innovate: Essential Practices to Wire Innovation into Your Company's DNA)'에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직원들에게 '혁신(innovation)' 대신 '혁신하다(innovating·혁신을 위한 과정과 행동을 뜻함)'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더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사오 교수는 "명사형인 '혁신'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혁신에 대한 결과까지 본인이 책임지고 이뤄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하지만 동사형인 '혁신하다'를 들으면 혁신을 하나의 과정·행동으로 인지해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는 벤사오 교수와 인터뷰하며 '혁신'과 '혁신하다'가 과연 얼마나 다른지 들어봤다. 다음은 벤사오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저서 '혁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많은 사람이 혁신을 하기 위해 기업에 천재적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혁신과 관련해 임원진을 훈련하고 코칭한 결과 기존 기업들, 심지어 설립된 지 수백 년이 된 기업들도 혁신할 수 있다. 기존 기업은 어떻게 혁신할까. 이들은 커다란 산업 변화를 찾지 않는다. 그 대신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보며 혁신의 기회를 찾는다. 또 리더들은 혁신을 시스템화한다. 모든 조직원이 혁신을 이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혁신이 습관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리더들 모습을 통해 배운 점을 기록하기 위해 '혁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 집필을 결심했다.

―'혁신'과 '혁신하다'의 차이점은.

▷사람들은 명사인 '혁신'과 동사인 '혁신하다'를 혼용해 사용한다. 하지만 이 둘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지난 몇 년간 혁신과 관련해 사람들을 훈련시키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혁신'이 공포의 단어라는 것이다. 특히 블루오션을 찾는 혁신은 직원들을 두렵게 만든다. 혁신은 직원들에게 본인이 차기 대박 제품을 선보이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긴장감과 압박을 불러온다. 즉 직원들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를 자신이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결과로 인지한다.

하지만 '혁신하다'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의 긴장감은 사라진다. 사람들은 혁신하는 것을 하나의 과정 혹은 행동이라고 본능적으로 이해한다. 리더들은 조직원이 혁신하는 과정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 또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조직원이 새로운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 혁신하도록 할 수 있다.

―'혁신하다'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이는 앞서 말했듯이 과정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는 과정이다.


기업과 고객에게 큰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조직원이 유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아이디어 구하기와 사람들과 교류하기다. 좋은 아이디어를 구해서 찾은 결과가 '혁신'이다. 혁신을 위한 과정을 시작할 때는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보장을 그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다.

아이디어를 구하는 사람이 더 많을수록 조직이 찾는 아이디어의 범위는 넓어진다. 조직은 모든 면에서 혁신할 수 있다. 기술과 제품 혁신뿐만 아니라 조직 내 (업무) 과정과 내부 운영 등 다양한 부문에서도 혁신할 수 있다. 또 혁신하는 과정을 습관화해 아이디어를 더 자주 구할수록 더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

―조직원이 구하는 아이디어 중 대다수가 경영 전략에 채택되지 않는다면, 리더와 직원들은 일부러 혁신적으로 보이는 아이디어 구하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새로운 아이디어의 성공 여부는 알기 어렵다. 구해진 아이디어가 점진적 혁신을 낳을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지 등은 실제 해당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때 알 수 있다. 특정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기 전까지는 아이디어 성공 여부를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러 혁신적으로 보이는 아이디어를 구하지 말고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구해야 한다. 평범해 보이더라도 다른 아이디어와 합쳐지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 혁신하기로 맘먹었다면…시간·장소·자원 별도로 제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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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혁신하다'에는 세 과정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창의하기(creation)다. 이는 조직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3M, 구글 등 기업들은 조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창출할 '혁신 시간'을 따로 마련한다. 이러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새롭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구하고 찾는 데 효과가 있나.

▷리더가 조직원에게 혁신을 '허락'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혁신하지 않는다. 조직원이 혁신하는 것을 허락하고 혁신을 모두의 업무 일부로 만드는 것에 덧붙여 리더는 조직원에게 혁신을 위한 시간·장소·자원을 줘야 한다. 또한 조직원들은 혁신을 시작하기 위해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야 한다. 혁신을 위해 필요한 트레이닝과 도구를 받는다면 누구나 혁신할 수 있다.

업무 시간에 일정한 시간을 혁신에 사용하라는 구체적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원 모두가 정기적으로 혁신 활동을 하는 것이다. 즉 꾸준함이 혁신에 가장 중요하다. 정기적 혁신 활동의 예를 들자면, 평소와는 다른 방법으로 고객의 말을 듣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 고객의 말을 듣는 활동의 예를 들어 달라.

▷글로벌 호텔 기업 '스타우드'의 활동이다. 스타우드는 전방위 관리자(frontline managers) 700명을 대상으로 파리에서 콘퍼런스를 한 적이 있다. 나는 해당 콘퍼런스 기획자로 참여했다. 당시 관리자 700명을 64개 팀으로 나눠 파리의 거리로 내보냈다. 관리자들은 공책과 카메라를 들고 고객들 삶에 의미 있는 경험, 이미지 등을 찾았다. 3시간 후 관리자들이 돌아왔고 1700개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 아이디어들은 호텔의 영업 방식을 개선하거나, 기존 프로젝트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광고·홍보 콘셉트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들은 발전해 스타우드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팸타스틱(FamTASTIC)' 마케팅 전략이 됐다. 팸타스틱은 부모가 아닌 아이들이 호텔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페셜 가족 패키지를 짜는 전략이다.


이 콘퍼런스에 참여한 관리자 700명 중 그 어느 누구도 '혁신 전문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콘퍼런스를 통해 기업이 혁신 활동을 '허락'함으로써 다양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됐고 이 중 다수는 스타우드에 엄청난 새로운 가치를 안겼다. 콘퍼런스가 끝난 후 한 참가자는 "내가 창의적인 사람인 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혁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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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원들의 창의를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방법은 '생각의 공간(thinking space)'을 제공하는 것이라 말했다.

▷사람들이 실행 엔진(execution engine) 모드로 일하면 일반적으로 공급자 관점으로 업무를 한다. 최고 전문가들을 모아 팀을 꾸려 특정한 고객 문제를 해결할 최상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즉 문제 해결 모드(problem―solving mode)로 일한다.

하지만 혁신을 위한 엔진(innovating engine)이 켜진다면 사람들은 공급자가 아닌 고객 관점으로 일한다. 문제를 찾는 모드(problem―finding mode)로 일하는 것이다. 고객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원들이 각기 다른 모드로 전환하는 것을 돕기 위해 기업은 각 모드에 맞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가령 월트디즈니컴퍼니에서는 혁신 활동을 위한 드림 룸(Dream Room)을 제공한다.

물론 혁신은 이런 공간 밖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원들이 혁신하는 과정의 논리를 이해하고 혁신을 위한 도구와 테크닉을 제공받기 전까진 이러한 '혁신 모드 공간'을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조직원들이 혁신을 하는 데 더 익숙해지면 '혁신하다'는 그들의 DNA 일부가 된다. 따라서 '드림 룸' 같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혁신하다'의 두 번째 과정은 통합(integration)이다. 조직 내 혁신 자원과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점을 연결하는' 과정이다. 기업들은 첫 번째 과정에서 구한 아이디어 중 경영 전략에 도입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아이디어 평가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가.

▷대부분 기업들은 일명 스테이지 게이트 시스템(stage―gate system)을 사용해 혁신 활동을 체계화한다. 이는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으로, 혁신적인 콘셉트(예를 들어 신제품 아이디어)를 정해진 과정에 따라 발전시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한 게이트(단계)를 지나가기 위해선 리더십위원회가 정해 놓은 기준에 부합하는지 평가를 받는다. 가령 초기 단계에서는 특정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비즈니스 사례를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본다. 이 평가를 통과하면 이후에 해당 아이디어를 실제 고객이 사용해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한다.

―'혁신하다'의 마지막 과정은 리프레이밍(reframing)이다. 이는 기존 경영전략을 생각하며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다. 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조직은 기존 경영전략에 의구심을 둬야 한다. 저서에서도 말했듯이 리프레이밍 과정은 조직의 미션, 고객층, 강점, 약점, 경쟁전략 등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현재 있는 조직 미션, 고객층 등을 왜 이렇게 설정했는지, 과거에 했던 설정 선택에 따르는 성과는 어떤지, 변화하는 경영 환경이 현 전략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고 나오는 답에 따라 경영전략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혁신하다'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 기업은 세 가지 새로운 포지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만들어야 하는 신규 포지션은 혁신하기 코치(innovating coach), 혁신하기 코디네이터(innovating coordinator), 혁신하기 위원회(innovating committee)다. 각 포지션의 역할을 무엇인가.

▷세 가지 역할을 할 사람은 기존 직원 중에서 선정한다. 이는 개인 상황에 따라 풀타임 혹은 하프타임 역할이 된다. 이들은 '혁신하다'의 세 과정이 잘 진행되도록 돕는다. 혁신하기 코치는 개인적으로 혁신을 하는 조직원 혹은 팀을 위한 자원을 만들고 구성한다. 코치들은 조직원이나 팀에 혁신하기 훈련을 제공하며 혁신을 위해 필요한 도구와 테크닉 사용법 등을 알린다. 또한 앞서 말한 단계별 게이트 과정을 통과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혁신하기 코치들은 본사 차원의 혁신 훈련 프로그램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인증된 사람이어야 한다.

혁신하기 코디네이터들은 사내 혁신가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사내 혁신가들의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이 가장 승산이 있는 것인지 선택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다. 소속된 부서와 상관없이 혁신하기에 큰 동기 부여가 있고 이에 대한 헌신을 할 사람이 코디네이터가 될 수 있다. 혁신하기 코디네이터들은 보통 혁신하기 코치에게 특정한 (혁신) 프로젝트 관련 훈련과 코칭을 받은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혁신하기 위원회는 이사회 혹은 C레벨급 사람들로 구성한다. 해당 위원회는 최고의 혁신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며, 결과를 모니터링한다.

―혁신을 위해 공식적으로 '혁신 거버넌스 구조'를 만든 기업이 있나.

▷독일 생명과학 기업 '바이엘'이 혁신 거버넌스 구조를 만든 기업 중 하나다. 우선적으로 바이엘 이사회 구성원 모두가 혁신에 대한 책임을 지게 했다. '혁신하기 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또한 시니어급 관리자 80명을 혁신 앰배서더(innovation ambassadors)로 선정해 이사회를 지원하도록 했다.

혁신 앰배서더는 중간급 관리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지하고, 혁신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이후 중간관리자들에게 엄청난 투자를 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중간관리자들을 훈련시키고 인증하며 1000명 이상의 혁신하기 코치들을 배출했다.

마지막으로 바이엘은 디지털 플랫폼 '위솔브(WeSolve)'를 만들었다. 위솔브는 조직원 누구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올리고 다른 직원들이 해결 방법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플랫폼이다. 언제 확인하더라도 위솔브에는 약 200개의 도전 과제들이 올라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엘 조직원 4만여 명이 위솔브에 참여했다.

▶▶ 벤 벤사오 교수는…

프랑스 ENTPE에서 토목공학 학사학위, 일본 히토쓰바시대에서 경영과학 석사학위,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인시아드대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시아드대에서 그는 '네트워크화된 조직 관리하기(Managing Networked Organizations)'와 '일본 경영 이해하기(Understanding Japanese Business)' 등 두 개의 MBA 과목을 신설했다. 혁신적 조직 만들기, 전략적 제휴 등이 벤사오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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