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CEO 심리학] 말의 핵심이 진실이라고 거짓인 일부 주장 간과해…'가짜뉴스 재생산'의 위험

입력 2022/04/28 04:01
37634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미래를 꿈꾸고 상상하는 것은 중요하다. 수많은 리더가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고 주문하면서 이를 강조한다. 그런데 어떤 미래 상상은 오히려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현재의 거짓이나 속임수를 부지불식간에 정당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꽤 많은 경우 이런 과정을 통해 분명하게 처벌받거나 바로잡혀야 할 현재의 거짓이나 부정직함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사전가정사고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사전가정사고(prefactual thinking)는 실제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예측 가능한 여러 대안에 대한 상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전가정사고가 자칫하면 현재의 부정직함을 변명하게 부추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런던 비즈니스 스쿨 심리학자인 베스 앤 엘가슨(Beth Anne Helgason) 교수 연구진이 매우 흥미로운 연구를 올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정치, 경제, 과학, 일반 소비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분명한 현재의 진실과 그 반대에 해당하는 거짓, 그리고 사전가정사고에 해당하는 문장들을 각각 준비했다. 예를 들어 디젤게이트가 터졌던 시절, '폭스바겐 3.0 L TDI 디젤 엔진은 배기가스 방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진실이다. 그러니 당연히 '폭스바겐 3.0 L TDI 디젤 엔진은 배기가스 방출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그런데 사전가정사고는 '만약 폭스바겐이 자신들의 기술자들과 좀 더 치밀하게 엔진을 만들었다면 3.0 L TDI 디젤 엔진은 배기가스 방출 기준을 충족했을 것이다'다. 얼핏 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다. 하지만 사실 모든 것은 해당 회사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니 변명에 불과한 문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가정사고 문장을 읽고 난 뒤 거짓에 해당하는 문장들을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도덕적으로 더 완화된 반응을 보였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그런 거짓말 정도는 용서해줄 수 있지 않나?'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즉, 사전가정사고를 할수록 현재의 거짓에 대한 뻔뻔함을 더 강하게 만들어내는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이러한 경향성은 덜 윤리적인 사람일수록 더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윤리적 측면이 약한 사람은 사전가정사고를 한 뒤에 가짜 뉴스를 SNS에 퍼트리는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더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자기 자신도 더 적극적으로 가짜 뉴스를 퍼트릴 의향을 가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도대체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사람들은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 내용에서 핵심 혹은 요지(gist)를 파악하는 데 온통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요지가 진실이라고 생각되거나 쉽게 파악되면 사람들은 주장이나 논리의 다른 부분들이 심각하게 틀렸는데도 쉽게 넘어가주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연구진은 '평균적인 최고경영자(CEO)는 평균적인 근로자보다 500배나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주장을 검토했다. 물론 여기서 핵심은 CEO가 근로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이고, 당연히 이는 사실이다. 500배라는 수치는 대부분 나라에서 평균적으로 터무니없는 거짓이지만, 이 거짓말 역시 쉽게 용서받는다. 요지가 진실이니 말이다. '500배'라는 것은 매우 심각한 오류임에도 이에 기초해 이후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추가적 판단과 결정이 나온다는 사실은 대부분 간과되고 있다.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도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다. 사기도 마찬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리더라면 어떤 주장의 '핵심'과 그 핵심을 뒷받침하는 '자료나 근거'의 정확성을 분리해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에 분노하거나 환호하는 실수를 끊임없이 반복하게 된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