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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iz] 망한 스타트업엔 입소문 내줄 '찐팬' 없더라

윤선영 기자
입력 2022/04/28 04:03
The Cold Start Problem / 앤드루 첸

네트워크효과 구축 5단계
① 일단 최소한의 고객부터 확보해야
② 트렌드가 될 마법의 순간을 잡아라
③ 성장 파이를 키워라
④ 시장이 포화라고? 혁신으로 돌파하라
⑤ 충성심 강한 고객이 기업의 최고 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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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화려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에어비앤비, 페이스북(현 메타), 핀터레스트, 스카이프 등 다수의 기업에 투자했다. 지금은 앤드리슨 호로위츠에서 투자를 담당하는 앤드루 첸은 과거 앤드리슨 호로위츠로부터 본인이 창업한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를 받은 적이 있다. 그의 신생기업은 스텔스 스타트업(stealth startup·대중의 관심을 피하고 조용하게 운영되는 신생기업)으로 2009년 탄생했다.

그리고 약 10년 뒤인 2018년, 앤드루 첸은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파트너(general partner)로 일을 시작하며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첸 파트너는 소비자 기술부문 투자를 맡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부터 스타트업 투자자까지 신생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첸 파트너는 투자금 유치를 위한 기업가들의 프레젠테이션(PT)을 수없이 봐왔다. 특히 현 직장에서 그는 다양한 스타트업 PT를 목격한다. 작년 해외 출간된 저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네트워크 효과를 어떻게 시작하고 커지게 만들까(The Cold Start Problem: How to Start and Scale Network Effects)'에서 첸 파트너는 "신생기업들이 PT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에는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선점효과'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본인을 비롯해 앤드리슨 호로위츠 파트너들은 "스타트업의 투자를 위한 피칭을 들으면서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첸 파트너는 고백했다. 구체적으로 '네트워크 효과'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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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 파트너는 네트워크 효과를 '네트워크'와 '효과'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네트워크'는 사람들의 교류를 이어주는 매개체와 같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네트워크는 해당 플랫폼에 올려지는 콘텐츠다. 크리에이터들이 올리고 시청자들이 보는 콘텐츠가 유튜브의 네트워크다.


이런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해당 네트워크의 가치가 증가하는지에 따라 네트워크의 효과가 정해진다.

그렇다면 특정한 제품(product)의 네트워크 효과 유무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첸 파트너는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어떤 제품에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제품이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가'다. 다르게 표현하면, 사람들을 연결하는 요소가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둘째는 '네트워크 규모가 커질수록 제품 사용자가 많아지거나 수익화가 되는가'다.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들의 방어막이 되기 때문이다. 첸 파트너는 '경쟁이 심한 동시에 방패막(defensive barriers)이 약한 산업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기업들의) 몇 안 되는 방어막'이라고 단언했다. 가령,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 A와 B가 있다. A사는 B사의 특정한 기능을 카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능을 베낀다 하더라고 B사 소비자들의 행동을 변화하게 만들어 A사로 사람들이 옮기게 하기는 어렵다. 첸 파트너의 말을 빌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경쟁 기업들은 (타사의) 제품을 종종 모방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를 가져오긴 어렵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는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기업들의 방어막이 된다.


과연 기업들은 네트워크 효과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 것일까. 저서에서 첸 파트너는 네트워크 효과가 만들어지는 5단계 과정을 알렸다. 첫 번째 단계는 콜드 스타트 문제(the cold start problem·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로 고객 수가 적어 활용할 고객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다. 대개 새로운 네트워크(플랫폼)는 론칭 초기에 실패를 겪는다. 가령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이 론칭됐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론칭 초기에 해당 앱에 다양한 콘텐츠가 없다면 고객들은 이탈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첸 파트너는 최소한의 네트워크(atomic network) 만들기를 제시했다. 안정적이고 자체 성장 가능한 최소한의 규모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라는 의미다.

두 번째 단계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1단계에서 구축된 최소한의 네트워크가 성장하면서 도미노처럼 퍼져가는 현상이다. 데이팅 앱 '틴더'는 미국 USC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파티를 주최하며 최소한의 네트워크를 형성했다(학생들은 틴더 앱을 내려받아야 파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후 타 대학교에서도 파티를 주최하며 틴더는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단계는 이탈 속도(escape velocity)다. 이는 신생기업이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하고 성장을 지속하는 과정이다.

네 번째는 난관 봉착(hitting the ceiling)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네트워크가 바이럴 성장의 둔화, 시장 포화 상태 등의 이유로 성장이 멈추는 현상이다. 첸 파트너는"시장 포화로 인한 성장 둔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타깃 시장을 '진화'시키는 방법뿐, 다른 길은 없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단계는 경쟁력 지속하기(the moat)다. 이는 단순히 제품 기능이나 제품 실행력으로 되지 않는다. 네트워크의 퀄리티를 강화함으로써 타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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