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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BUSINESS STORY] 전기 아끼고, 자원 나눠쓰고…도시가 똑똑해져야 탄소발자국 줄어들죠

윤선영 기자
입력 2022/04/28 04:04
[Cover Story] '스마트시티' 저자 베르트랑 클랭 HEC 파리 교수

스마트시티는 환경에 관해
미래지향적 접근하는 도시

ICT로 사람·사물 연결
자원 공유하고 에너지 효율화
탄소발자국 줄이는 데 도움

기본 틀 만들고 설계하고…
사람들 적응하는 데 최소 10년
일상 변화 없이는 성공 못해

성공한 스마트시티 조건은
데이터관리·에너지·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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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최근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에 본격 착수했다. 스마트시티란 정보통신기술(ICT) 등 최첨단 기술이 도시 구석구석에 연결된 고도화된 도시다. 스마트시티는 어떻게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는 베르트랑 클랭 HEC 파리 교수와 서면으로 인터뷰하며 스마트시티에 대해 들어봤다.

클랭 교수는 작년 12월 전자책으로 출간된 '스마트시티: 6개 주요 스마트시티들의 지속 가능한 체계(Smart Cities: The sustainable program of six leading cities)'의 공동저자다.


그는 프랑스 기업 부이그와 HEC 파리의 공동 스마트시티 연구 프로젝트인 '스마트시티와 공익(Smart City and the Common Good)'의 의장직도 맡고 있다.

MK 비즈니스 스토리와의 인터뷰에서 클랭 교수는 "스마트시티 틀을 세우고, 시범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이 스마트시티에 적응하고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데에는 최소 10년이 걸린다"며 "단순히 기술적 해결방식을 기반으로 스마트시티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해당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고 단언했다. 클랭 교수는 스마트시티가 필요한 '진짜' 이유를 강조했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 등이 그것이다. 다음은 클랭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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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 파리와 부이그의 협업은 어떻게 시작됐는가.

▷부이그는 프랑스에서 설립된 글로벌 기업이다. 건축, 부동산, 서비스, 철도· 공항건설, 통신사 등이 부이그의 다섯 가지 사업 포트폴리오다. 2019년부터 HEC 파리와 부이그의 파트너십 체결 협상이 시작됐고 해당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2020년 10월에 출범했다. 파트너십에 포함된 내용 중 하나가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리서치 프로젝트인 '스마트시티와 공익'이다.

―스마트시티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저서에서 스마트시티를 '경제, 사람에 대한 거버넌스, 이동성, 환경, 삶의 질 등 다양한 핵심 영역에 미래 지향적인 접근 방식(forward―thinking approach)을 취하는 도시'로 정의했다. ICT를 이용해 미래 지향적인 접근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이 같은 스마트시티 정의는 살짝 낡았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시티의 목적을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ICT가 필요하고 사람들을 연결시켜야 할까. 사람들에게 인공지능(AI)·애플리케이션 등과 서로에 대한 연결이 필요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ICT는 탄소발자국, 온실가스 등을 감소시키는 도구다. 그리고 물 등의 자원 고갈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솔루션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등이 그 예다. 즉, 기후변화, 도시 문제(늘어나는 인구에 대비되는 자원 고갈 등),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 등의 문제가 미래 지향적인 접근을 하는 이유다.

―'스마트시티: 6개 주요 스마트시티들의 지속 가능한 체계'에서 분석한 스마트시티는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코펜하겐, 싱가포르, 토론토, 빈 총 6개 도시다. 전 세계 스마트시티 가운데 언급된 6개 도시를 분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래는 더 많은 도시를 방문하고 관련인들을 만나 이야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때문에 여행이 불가능한 시기가 있었다.


결국에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과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가 협업해서 만든 '스마트시티 인덱스(Smart City Index)', 호주의 데이터 혁신 에이전시 '2THINKNow'의 '혁신 도시 인덱스(Innovation Cities™ Index)' 등 다수의 자료를 종합해 스마트시티들의 순위를 살펴보고, 상위권에 오른 도시들 중 최근 10년 동안 상을 받은 도시들을 추렸다. 사실 토론토는 해당 기준에 미치지 않았지만 구글과의 협업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와 함께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IMD와 싱가포르 기술디자인대에서 만든 스마트시티 인덱스를 기반으로 도시들을 분석할 기준을 세웠다. 활동(activities), 거버넌스(governance), 헬스(heatlh), 기회(opportunities), 이동성(mobility) 총 5개 기준 요소가 타 교육기관들의 자료에서 나왔다. 여기에 우리는 2개 카테고리를 추가로 더 만들었다. 주택·에너지(housing&energy)와 데이터 관리(data management)다.

―각 7가지 분석 기준에 대해 설명해달라.

▷여기에는 18개 세부 평가기준이 있다. 활동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활동과 '녹색 공간'이 얼마나 있는가를 파악한다. 거버넌스는 지역정부의 결정에 대한 정보와 시민들의 피드백이 얼마나 원활하게 전달되고 관리되는지를 본다. 헬스는 도시의 재활용 서비스, 치안, 대기오염, 의료 서비스, 기본 위생시설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성 등을 확인한다. 기회는 시민들의 구직활동, 교육에 대한 접근성, 평생교육 기회,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소수 집단들이 얼마나 환영받는 기분이 드는지 등을 분석한다. 이동성은 대중교통이 얼마나 잘돼 있는지, 교통 정체 빈번도 등을 본다. 주택·에너지와 데이터 관리는 해당 관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정리하자면 18개 세부 평가기준은 △문화적 활동 △녹색공간 △지역정부 결정 정보 공유 △시민들의 피드백 전달 및 관리 △재활용 서비스 △치안 △대기오염 △의료 서비스 △위생시설 접근성 △시민들의 구직활동 △교육에 대한 접근성 △평생교육 기회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소수집단에 대한 환영 △대중교통 △교통 정체 빈번도 △주택·에너지 △데이터 관리 등이다.

서울 스마트시티 변신 성공하려면…기업들 파괴적 혁신 기회주고, 시민들 단계별 참여 끌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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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6개 도시들에 공통점이 있었는가.

▷저서에서도 설명했듯이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코펜하겐, 싱가포르, 토론토, 빈은 모두 고소득 도시이자 도시 계획 정책이 잘 짜인 곳이다. 또한 디지털, 에너지, 모빌리티, 기술 관련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구축돼 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이 없다 하더라도 (스마트시티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으면 도시들은 각자에 맞는 효율적인 도시 계획 정책을 만들어 스마트시티를 구축할 수 있다. 브라질의 도시 쿠리치바가 화려한 인프라 없이 스마트시티로 변하고 있는 도시의 예다(KOTRA가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쿠리치바는 브라질 '커넥티드 스마트시티 2021(Connected Smart Cities 2021)'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고 1위는 상파울루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도시 관리 관계자들이 스마트시티에 대한 끈질긴 헌신을 보여야 한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전략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없다. 하지만 송도가 '무에서 유'로 재창조된, 그린필드 도시(개발되지 않은 땅에서 지어진 도시)라는 점을 알고 있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전기·자동차 제조업 등의 선두 국가다. 또한 한국에는 과학과 기술, 사이버 보안, 바이오테크 부문에 대기업들이 많이 있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의 키 플레이어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전략과 관련한 언급이 어색하지만, 한국은 고등교육· 사회적 교류(social ties) 수준 등이 높기 때문에 다양한 스마트시티 사례에 대한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올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도시 인프라를 구축한 도시들끼리 비교하는 것은 늘 도움이 된다. 도시들은 '현실판 실험실'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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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한국 정부는 '스마트시티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등을 국가 시범도시로 선정했고, 최근 세종시 5-1 생활권의 스마트시티 조성 착수 소식이 전해졌다.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를 추진할 때 중요한 점은.

▷시범도시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규모다. 시범 단계가 끝난 후 스마트시티 (실제)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스케일이 필요하다. 스마트시티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 등도 시범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요소는 시민의 참여다. 스마트시티 콘셉트, 디자인 등에 시민이 참여함으로써 스마트시티에 대한 사회적 수용과 최종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시민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이에 따르는 사람들의 피드백과 수집된 정보는 스마트시티 성공 여부를 가를 수 있다. 스마트시티 콘셉트를 정하고 디자인하는 일에만 시민의 참여가 필요한 게 아니다. 정보 및 데이터 공유 플랫폼, 폐기물 관리, 에너지 소비 등 분야에서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스마트시티를 만들고 출범하는 데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리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도시의) 규모가 중요하다. 모빌리티 혹은 에너지 관련 구체적 프로젝트를 론칭하는 일에는 시간이 꽤 필요하다. '스마트시티: 6개 주요 스마트시티들의 지속 가능한 체계' 전자책 집필을 위해 연구한 도시들을 기반으로 말하겠다. 스마트시티의 틀을 세우고, 시범계획을 실시하고, 자원을 활용하고, (사람들이) 적응하고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데에는 최소 10년이 걸린다.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데는 도시 임원(city executives) 역시 중요하다. 도시 공공기관 임원들에겐 임기가 있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스마트시티와 관련한 지속적 프로젝트를 론칭하고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임원들끼리 공통된 목표를 가져야 한다.

―저서에서 분석한 6개 스마트 도시들의 각 정부가 어떤 부문에 우선순위를 두는지에 따라 암스테르담은 '컬래버 시티 (The Collaborative City)', 바르셀로나는 '디지털 시티(The Digital City)', 코펜하겐은 '그린 성장 시티(The Green Growth City)', 싱가포르는 '스마트 국가(The Smart Nation)', 토론토는 '구글 시티(The Google City)', 빈은 '프레임워크 시티(The Framework City)'로 묘사했다. 서울이 스마트시티라면 어떤 묘사가 어울릴까.

▷우선 6개 도시를 왜 그렇게 묘사했는지 간단히 설명하겠다. 암스테르담을 '컬래버 시티'라고 칭한 이유는 해당 도시에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한 공공·민간 부문의 파트너십이 강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오픈 데이터가 혁신 정책의 중심이 되는 도시다.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오픈 데이터 BCN포털'이라는 오픈 데이터 저장소를 구축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바르셀로나에 '디지털 시티'라는 별명을 붙였다.

코펜하겐이 스마트시티로 변화한 이유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됐다. 코펜하겐의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는 환경 관련 문제들에 중점을 맞췄다. 그래서 '그린 성장 시티'라고 해당 도시를 표현했다.

싱가포르는 '스마트 국가'가 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해 노력해왔다. 해당 국가의 '스마트 국가' 프로젝트에서 착안해 묘사했다.

토론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설립한 도시계획 사업체 '사이드워크 랩스'는 2017년 토론토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파트너로 선정됐다. 온타리오 호수 주변의 키사이드 지구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였다. 안타깝게도 사이드워크 랩스는 코로나19 위기, 예산 문제 등의 이유로 결국 이 프로젝트를 철회했다. 하지만 구글이 스마트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어서 우리는 토론토를 6개 도시 리스트에 올리고 '구글 시티'라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2014년 빈 시의회는 '스마트시티 빈 프레임워크 전략'을 세웠다. 이는 2050년까지 빈이 스마트시티가 되는 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장기 전략이다.

나는 한국이나 서울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서울이 스마트시티가 된다면 이를 '디지털 공용 공간도시(Digital public space)'로 표현할 것을 제안한다. 서울은 빈처럼 도시 마스터 플랜의 혜택을 본다. 서울의 다양한 정책에 대해 많은 자료를 읽었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서비스를 구축하고 교통 체증을 줄이고 폐기물 관리를 개선하는 정책을 많이 읽었다. 서울의 우선순위는 '스마트 모빌리티'로 보인다. 지능형 교통체계(ITS), 버스 운행관리시스템(BMS) 등의 기술들을 접목시켰다.

물론 내 의견이 틀렸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적 연결과 공공장소의 역할, 그리고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한 우선순위를 고려하면 서울이 스마트 도시로 진화했을 때 이를 '디지털 공용 공간도시'라고 묘사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실제로 서울을 방문해 내 예상이 맞았는지 확인하고 싶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연구 조사한 6개 스마트시티를 분석한 결과, 도시 변화는 세 가지 요소의 융합으로 이뤄진다. 첫째는 도시를 운영하는 팀이 내놓은 비전이다. 둘째는 (한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변화하는 데) 필요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큰 관여다. 마지막 요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업이다. 이해관계자들에는 시의회 등 도시의 리더십, 민간부문 기업들, 시민 등이 포함된다.

훌륭한 스마트시티는 좋은 도시 정부를 요구한다. 그리고 훌륭한 스마트시티는 기업들에 중요한 시장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기회, 파괴적 혁신을 시작할 기회 등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스마트시티는 '스마트 프로젝트'를 통해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시민들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서에서도 설명했듯이, 바르셀로나는 디지털 플랫폼 '데시딤(Decidim)'을 개설했다. 이는 사람들이 공공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든다. 구체적으로 시민은 해당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시티 관련 제안을 하고, 토의집단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 관련 폴로업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단순히 기술적 해결방식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또한 프로젝트의 복잡성과 진행 과정 연기 역시 실패에 기여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요인은 사람들이 스마트시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만들 수 있다. 덧붙여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예산 관리 부족, 자금 조달을 위한 세금 인상 역시 매우 부정적인 시선을 낳을 수 있다.

▶▶ 베르트랑 클랭 교수는…

프랑스 렌 대학교(Universite de Rennes)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프랑스 소르본대학교(Universite Sorbonne-Paris-Nord)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HEC파리 Ph.D 프로그램 부학과장으로 경력을 쌓았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HEC파리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직경제학, 공공·민간 부문 파트너십 등이 그의 관심 연구 분야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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