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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iz] 피할수 없는 전쟁은 없다, G2관계일지라도

입력 2022/05/12 04:01
수정 2022/05/12 08:07
The Avoidable War / 케빈 러드

시진핑과 친분·중국어 유창
케빈 러드 호주 前총리 분석
60대에 옥스퍼드大서 박사
習움직이는 10가지 요소 연구

美中 충돌없는 경쟁관계 가능
양측 각각 레드라인 설정하고
고위급 백채널서 관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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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1_미국의 뮌헨 모멘트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시도하든 말든 상관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 대만을 무력침공할 것이다. 호시탐탐 중국을 도발하는 대만의 총선(2024년), 장기 집권을 고착화한 시진핑 주석의 21차(2027년)·22차(2032년) 중국 공산당대회 등을 고려하면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 개입을 할 정치적 유인은 충분하다. 문제는 미국. 전쟁을 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대신 미국은 유럽연합(EU) 등 강대국들과 함께 중국에 대만을 내주는 타협을 선택한다.


마치 1938년 영국과 프랑스가 히틀러의 요구에 따라 체코슬로바키아를 독일에 이양했던 뮌헨협정처럼.

#시나리오2_제2의 미드웨이 해전

중국은 미국이 군사전·경제전·사이버전에서 모두 열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미국은 국방부가 실시한 대만해협 공격 대비 미·중 간 시뮬레이션 워게임에서 19회 연속 패배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만해협을 침공한 중국은 그러나 미국에 대패한다. 미국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주한미군까지 남중국해에 투입하고 중국에 대항한 기습전략을 펼치면서 전쟁에 승리한다. 마치 태평양전쟁 초기 하와이 북서쪽 미드웨이 앞바다에서 있었던 미·일 양군 사이의 해전처럼 미국은 기습작전을 통해 중국을 패퇴시킨다.

#시나리오3_아메리칸 워털루전투

중국은 대만을 무력침공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핵심 기지인 일본 오키나와와 미국 괌을 동시에 공격한다. 20만명 이상의 인민해방군을 대만의 20여 개 해변에 풀어 지상침투를 실시한다. 미국 잠수함은 일부 중국 해군함을 격침시키지만 미군은 결국 남중국해 제공권마저 잃어버린다. 중국이 전쟁에 시간을 끄는 동안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중동 지역 분쟁도 이어지면서 인·태 지역의 패권은 서서히 중국으로 넘어간다. 초강대국 미국의 시대는 종말을 고한다. 1815년 나폴레옹이 이끈 프랑스군이 영국·프로이센 연합군과 벨기에 남동부 워털루에서 패배하면서 나폴레옹의 시대가 막을 내렸듯이.

미·중 충돌 시나리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중국해에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벌어진다면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 상상해본 적 있는가. 대만을 미·중 지배로 분단시키는 제2의 한반도 방식, 미군의 지원을 받은 대만독립군이 격렬히 전투하는 우크라이나식, 연합군이 중국과 맞서싸우면서 단기에 전투를 끝내는 남중국해의 걸프전 방식 등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최근작 'The Avoidable War'에 적어놓은 미·중 충돌 시나리오는 10여 개에 달한다. 매우 현실적인 시나리오들이라 한국 독자들이 읽는다면 소름 돋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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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출간된 'The Avoidable War'는 판매 시작과 동시에 재고가 부족해 못 팔 정도로 대란이었다. 중국어 번역판도 준비 중으로 알려졌는데 시판되면 중국에서도 대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미·중 갈등을 다룬 많은 책이 출판됐지만 이 책처럼 현실적인 전략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을 경험해봤다는 미국·유럽의 많은 전문가들은 서구 입장에서 미·중 갈등을 바라봤기 때문에 답은 나와 있었다. 중국 전문가들은 애국·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미·중 갈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결론은 뻔했다. 하지만 양국을 모두 잘 아는 러드 전 총리 같은 인물의 현실적인 조언은 없었다.

러드 전 총리는 서방세계 지도자 중 중국어를 가장 완벽하게 구사하는 이다. 시진핑 주석과의 인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진핑 주석이 푸젠성 샤먼 부시장이던 1980년대 말 주중 호주대사관에 외교관으로 부임한 러드 전 총리는 2000년대 초반 호주 총리, 외교장관을 거치고 총리에 재선임되면서 당시 시진핑 부주석과 친교를 이어갔다. 정계에서 은퇴한 이후 2014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시니어 펠로로 활동하다가 60대 나이에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과정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논문 주제는 시진핑의 세계관. 시진핑과 직접 백주를 나눠 마시고 중국어로 환담하던 서방세계 지도자 러드 전 총리가 시진핑에 대한 박사 논문을 쓰겠다고 리서치를 시작한 것이다.

그때 그가 하버드대에서 만난 교수가 '예정된 전쟁'의 저자 그레이엄 앨리슨. 앨리슨 교수는 이 책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지적하면서 미·중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의 충돌은 피할 수 없으며 미·중 간에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앨리슨 교수의 미·중 충돌 불가피설에 반대했던 러드 전 총리는 답가 형식의 저서 'The Avoidable War'에서 "전쟁은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전략적 사고를 더 잘 이해하고 상호 억지력으로 강화된 지속적인 경쟁 상태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세계를 개념화해야 한다"고 썼다. 상대방을 잘 알면 제 아무리 힘든 전쟁이라도 피할 수 있다는 것.

미국과 중국에서 모두 살아본 그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을, 중국 입장에서 미국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중국 공산당의 생존에서부터 미국이 주장하는 규칙 기반 질서까지 시진핑을 움직이는 10가지 핵심 우선 순위를 꼽아놨다. 러드 전 총리가 중국어를 잘하고 시진핑을 이해한다고 해서 덮어놓고 중국을 편드는 건 아니다. 호주가 왜 중국의 무역보복에 반기를 들었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는 "중국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따끔하게 꼬집는다. 결국 러드 전 총리가 제안하는 것은 '관리된 전략적 경쟁(Managed Strategic Competition)'이다. 미·중 양국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레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고위급 백채널을 개발한다면 미·중 충돌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조 바이든 정부 초기 관료들이 미·중 관계에는 경쟁·갈등·협력이 모두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경쟁이고 어디부터가 협력인지를 정확하게 도려낸 러드식 해법이 책 속에 담겨 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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