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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까지 연구하죠"...고객사 '기술 멘토'나선 LG화학

입력 2022/05/17 17:27
수정 2022/05/17 21:23
LG화학 기술지원조직 오산 CS캠퍼스 가보니

'고객의 해' 선포하고 고충해결
연간 200건 기술 솔루션 제공
제품 출시부터 소재 개발 도와

1500억 투자해 글로벌 센터 구축
27년간 5천여 곳에 기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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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CS캠퍼스 연구원이 고흡수성수지(SAP)가 적용된 기저귀의 물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화학]

"여름마다 건설업체에서 포장을 뜯지도 않은 벽지가 노랗게 변한다는 항의를 받는 고객사가 있었죠. 현장을 직접 찾아가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2020년 LG화학에서 가소제(벽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첨가제)를 구매하는 벽지 제조업체 A사가 고질적인 황변 현상 때문에 매년 수천만 원의 손해를 떠안고 있다는 소식에 CS캠퍼스 전문가들이 나섰다. 이들은 도배업체를 비롯한 현장 관계자 의견을 듣고 실제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서 수차례 실험을 한 끝에 원인을 찾아냈다.

포장 비닐에 포함된 산화방지제가 공기 중 질소산화물과 반응하면서 내부 벽지 색깔을 변화시킨 것이다. 흰 와이셔츠의 비닐 포장을 벗기지 않고 밀폐된 공간에 오래 보관하면 변색되는 것과 동일한 원리였다. 포장지의 산화방지제 함유율을 낮추고 보관 창고를 자주 환기시킨 결과 지난해 A사의 황변 불만접수는 0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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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고객의 해'로 선포한 LG화학은 CS캠퍼스를 중심으로 '고객사의 고객사'까지 챙기는 맞춤형 기술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1995년 출범한 LG화학 CS캠퍼스는 석유화학 분야 고객사·협력사를 대상으로 제품 개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종합적인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지원 전문 조직이다. CS란 고객 지원(Customer Solution)을 가리킨다.

세계적인 화학기업들이 연구소 산하에 소규모 지원 조직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LG화학은 250여 명의 국내외 전문인력이 별도 조직을 꾸려 매년 200건 이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지원을 받은 고객사가 전 세계 5000여 곳에 달한다. 신학철 부회장 등 경영진의 전폭적 후원으로 한국, 중국, 미국, 유럽을 잇는 전 세계 지원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박병철 LG화학 CS캠퍼스 총괄(상무)은 "고객사들이 우리 제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경험하기 위해 직접 완제품도 만들어 보려고 한다"며 "내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CS센터를 완공하고 2025년에는 국내외 전문인력을 400여 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찾아간 LG화학 CS캠퍼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지원개발(TS&D) 전용센터라는 명성에 걸맞은 규모를 자랑했다. 축구장 6개 크기인 4만3000㎡ 용지에 지어진 5층 건물에는 60여 개 특성화 실험실, 전시실뿐만 아니라 고객사 양산설비 수준의 기기 3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사출기들이 이례적으로 한곳에 모여 있어 대전기술연구원에서도 이곳에 찾아와 제품을 점검하고 있었다.

CS캠퍼스 인력들은 고객사 요구를 미리 파악하는 마케팅 사고와 생산공정에 대한 전문지식을 함께 갖춘 '테크니컬 마케터'를 지향한다. 고객사의 다양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사항)'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첨단 기술력을 활용해 시장 개척까지 돕고 있다.


올해 초에는 기저귀 제조업체 B사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폐식용유, 팜 부산물 등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고흡수성수지(SAP) 채택을 제안하고 제품 개발을 도왔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기후변화와 지구환경을 고려한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는 소식에 출시 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S캠퍼스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전 한 달간 300여 개의 기저귀 SAP를 구해와 성능을 살펴봤다"며 "경쟁사의 소재 제품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에서 쓰는 기저귀까지 뜯어봤다"고 말했다.

SAP는 물을 흡수하면 부피가 30배로 커지면서 젤 형태로 변하는 고기능성 수지로 기저귀를 만들 때 필요한 핵심 재료다. 국내에서는 LG화학만이 SAP를 공급하고 있으며 CS캠퍼스 기저귀랩을 통해 실제 기저귀 생산공정을 완벽히 구현한 뒤 다양한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하나에 수백만 원이 넘는 고가의 인체 모형을 10여 개 마련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제품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

LG화학 CS캠퍼스는 협력사와 상생 경영을 위해 다양한 기술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2200여 명의 고객사·협력사 임직원이 전문 교육과정을 통해 플라스틱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압출·사출 등 성형 전반의 기초지식과 제품 설계·개발 과정을 배웠다.

[오산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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