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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Biz] 리걸테크 입법 서둘러야…늦을수록 소비자에 손해

입력 2022/05/1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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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리걸테크(Legal Tech·법률 정보기술) 시스템과 서비스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리걸테크 시스템이란 법률가가 주로 수행하는 특정한 업무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자동화하는 것을 말한다. 리걸테크를 기반으로 한 정보화 기술은 이미 법률실무, 행정과 재판 그리고 사업자 간 거래(B2B)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점차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B2C 시장에서도 법률소비자에게서 많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법률소비자에게 빅데이터에 기반한 법률정보나 자문 제공, 자동 계약서 작성, 법률문서 자동 검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 불만 처리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기술적 수단을 제공하는 리걸테크 플랫폼도 늘어나고 있다. 속도·주차 위반에 대한 불만 제기, 항공료 환불 청구, 과도한 임대료의 반환 청구 등과 같은 간단한 법률 문제에서부터 노동법적 문제, 이혼과 자녀 양육비 청구, 이민 신청, 유언과 유증 등과 같이 복잡한 법적 문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 중이다. 일부 리걸테크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자동화된 분쟁 해결과 소액분쟁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 법률 시장은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으로 꼽힌다. 변호사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법률소비자는 변호사에 대한 제한적 정보만 갖고 있어 자신에게 적합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법률소비자는 변호사의 서비스가 적합한 것인지를 평가할 방법이 없고 변호사에게 지급한 수임료가 적합한지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리걸테크 기업은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이때 기존 변호사가 제공한 서비스의 경우 법률 의뢰인들의 이용후기를 통해 평가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가격도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투명성을 높이고 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할 수 있는 소비자 편익이 있다.

그런데 최근 로톡 사례를 보면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기존 변호사법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제정한 규정들을 바탕으로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변호사법을 바탕으로 한 규제가 리걸테크 기업에도 적용된다면 이는 혁신적 기술 서비스가 진출하는 새로운 시장의 과잉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혁신적 서비스 개발에 제약을 가하게 된다면 소비자와 사회가 혁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리걸테크 기업에 법률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면 전통적인 소비자법 등과 같은 법률로는 충분한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지 못해 소비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독일에서는 리걸테크 산업 발전을 위하여 2021년 변호사서비스법을 개정했다. 또한 영국과 미국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인 사업모델,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존의 법적 환경이 아닌 새로운 법적 환경 안에서 규제 집행자의 감독하에 시험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정보통신 강국인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리걸테크 산업에 명함을 내밀고 리걸테크 서비스가 제공하는 편익을 법률소비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 정부에서는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는 정책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고 공약했다. 리걸테크 사업도 이와 같은 방향에서 정부의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입법은 법률소비자의 보호와 권리 신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병준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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