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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에서 개인으로…코로나가 옮긴 소비의 중심, 다시 옮기긴 쉽지 않을걸 [생생유통]

입력 2022/05/21 18:01
수정 2022/05/21 23:15
집단주의 한국 사회 소비도 타인 중심
팬데믹으로 개인 취향 중심 소비 확산
잠시 잠깐 이전으로 돌아간 듯하지만
결국은 개인 취향 중심 문화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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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 [한주형기자]

[생생유통]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한국 사회에서 관계는 힘든 노동이다. 관계에 편입되지 않으려는 시도는 반사회적인 시도와 같이 간주된다. 시작은 학교다. 같은 반, 같은 학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고 친하게 지내기를 강요받는다. '가족과 같은 회사' '가족과 같은 팀'이라는 표현이 존재하고, '동기 사랑은 나라 사랑'이라는 이상한 문구는 동기애와 애국심이라는 집단주의적 사상을 한 번에 두 가지나 강요한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개인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축복이었다.


학교, 회사, 가족 등 수많은 집단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개인으로서 있을 수 있는 많은 시간을 제공했다. 소비 문화도 팬데믹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눈치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듯이 타인의 시선과 취향, 강요를 중시했던 한국 사회에서 팬데믹은 개인의 취향이 소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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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3가역 인근 일명 `노가리골목`이 야외 간이테이블에 앉아 음주를 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승환 기자>

가장 좋은 예시는 술 문화다. 회식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부어라 마셔라' 음주 문화는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소주 업체의 매출은 하락세를 그렸다. 그 대신 사람들은 집에서 좋은 술을 취향에 따라 음미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술을 마시더라도 소주보다 와인과 위스키를, 맥주를 마시더라도 개성 있는 수제맥주를 찾았다. 패션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 원격수업,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나 집 근처에서 입을 수 있는 원마일웨어나 라운지웨어 등 편한 복장이 트렌드를 이끌었다. 불편하지만 타인이 볼 때 좋고 예쁘다고 하는 옷 대신에 내가 편한, 나를 위한 옷이 인기를 끈 것이다.

집 꾸미기 인기도 코로나19 팬데믹을 잘 설명하는 소비 문화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고 가구·가전산업 등은 성장했다. 자신이 머무르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2019년 24조5000억원이었으나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41조5000억원까지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을 정도다.

엔데믹이 현실화되면서 팬데믹이 가져다준 변화도 마무리를 향해 가는 듯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코로나 블루'라는 말은 이제는 과거의 단어가 됐고, 원치 않는 모임과 경조사 등으로 인해 생기는 '엔데믹 블루'라는 말을 걱정해야 할 때가 됐다. 이에 맞춰 당연히 소비도 달라지고 있다. 집에서 간편하게 1·2인분 분량의 밀키트로 식사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직장 동료, 친구들과 함께 음식점을 찾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먹기 싫은 음식도 타인과의 취향에 맞춰 먹어야 할 때가 많아지고 있다. 와인, 위스키보다는 마시기 싫더라도 소주와 맥주를 '소맥'으로 만들어 마셔야 할 일이 많아졌다. 소맥을 건배사와 함께 다 같이 원샷하는 일도 허다하다.

매일 출근하며 직장 동료에게 자신의 패션을 보여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매일 같은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없어 보이는 화장도 패션도 그로 인해 나오는 뒷담화도 모두가 피하고 싶다. 이른 아침에 출근하고 회식 또는 야근 때문에 늦은 밤에야 들어오게 되는 집은 다시 잠만 자는 곳이 된다. 가구의 색깔, 어두운 조명 등 코로나19 팬데믹 때 눈에 거슬렀던 집 안 인테리어 따위는 피로에 묻혀서 보이지 않게 된다. 자신의 취향에 맞춰 소비하기보다 타인의 눈치 또는 나의 생활에 맞춰 소비할 수밖에 없는 타율적인 소비의 시간이 가까워지는 듯하다.

시장은 발 빠르게 엔데믹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발간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외식업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외식업 매출액은 8조7471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3750억원(18.7%)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6372억원(7.9%) 뛰며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전인 3월인데도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부터 전년 대비 소상공인 매출 증가율은 13.7%(1주차, 4월 18~24일), 16.6%(2주차, 4월 25일~5월 1일), 19.7%(3주차·5월 2~8일)로 계속 늘고 있다.

지난 4월 백화점 정기 세일에서도 코로나19 엔데믹의 훈풍이 불어왔다. 재택근무 해제와 야외 활동 증가에 따라 의류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여성과 남성 의류 매출은 각각 20%, 10% 올랐고 신세계백화점은 27.3%와 28.7% 증가했다. 또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이후 판매에 어려움을 겪던 립스틱을 비롯한 색조화장품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에서 색조화장품 매출은 45.1%나 뛰었다. 경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미뤘던 결혼식이 이어지면서 주요 호텔 웨딩 예약은 연말까지 가득 차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지난 2년간 패션 트렌드인 원마일웨어나 라운지웨어와 다른 방향의 패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편안함을 추구하던 최근 트렌드와 달리 개성과 화려함을 표현할 수 있는 스타일이 유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엔데믹이라고 시계가 2년 전으로 돌아가진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시기는 2020년 1월이다. 2022년 5월인 지금은 2년4개월이 지난 후다. 문화인류학자 칼레르보 오베르그는 새로운 문화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기존의 익숙한 문화가 산산이 부서졌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문화충격'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문화충격에 따른 단계적 반응을 설명한 '문화충격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문화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다가 6개월을 기점으로 점차 적응을 시도하고, 1~2년이 흐르면 적응을 달성한다고 본다. 문화충격이론으로 바라봤을 때 우리는 이미 2019년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와 함께한 생활이 익숙한 인류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회식 자리에서 '위하여'를 외치며 마시는 소맥보다 집 안에서 여유롭게 마시는 와인 한 잔에 익숙해졌다. 과거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 좋아하는 인류는 잠시 잠깐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그때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지만 시간의 흐름은 역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소비 트렌드에서 타인의 시선보다 개인을 중심에 두는 것은 팬데믹 이전부터 존재했던 흐름이다. 1인 가구, 개인주의의 확산 등으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 다만 2년 만에 코로나19로 전 연령층에서 변화가 빠르게 확산됐을 뿐이다.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독특하다'는 소리를 듣던 사람들의 문화가 널리 알려졌고 일반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엔데믹과 함께 사용하는 말이 '일상 회복'이다. 하지만 일상 회복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우리의 일상이 뭔지는 정확히 정의하지 않는 듯하다.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다. 일상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날마다 반복되는 날이다. 결국 우리 사회 그리고 유통업계가 간주해야 하는 일상은 2019년이 아니라 2022년일 것이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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