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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값 인상에…K조선 수주 낭보에도 울상

입력 2022/05/22 17:33
수정 2022/05/23 06:04
후판 값 1년 새 2배 이상 껑충
원자재 값 올라도 반영 못해

카타르서 수주한 LNG 운반선
수익성 악화 감수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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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에 악재가 쌓이고 있다. 연초부터 수주 낭보를 이어가면서 올해는 조선사들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던 장밋빛 전망도 흔들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카타르 프로젝트 수익성 하락, 러시아 수주대금 미지급, 인력 수급난 심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조선사들이 '호황 속 불황'을 맞고 있다.

22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했다.

선박용 후판 값은 지난해 t당 50만원가량 오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t당 10만원 안팎이 인상된다. 후판 값은 2020년 말 시중 유통가 기준 66만7000원에서 올해 3월 말 121만5000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선박용 후판은 두께가 6㎜ 이상인 철판으로, 선박 제조 원가 가운데 약 20%를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조선사들은 수주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견적을 낸다. 수주 후 약 1년간 설계 기간을 거친 뒤 실제 선박 건조에 착수하기 때문에 자재 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를 선박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후판 가격이 인상됐다. 조선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만큼 공사손실충당부채를 늘려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사손실충당부채란 수주액보다 공사원가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회계상 부채로 미리 인식하는 것이다.

신조선가가 바닥을 찍은 2년 전 100여 척 규모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약정을 맺은 카타르 LNG 프로젝트도 국내 조선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약정 당시 합의한 가격은 시장가보다 높은 수준이었지만 그사이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어 조선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됨에 따라 러시아 선주로부터 쇄빙 LNG선 수주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국내 조선업계에는 속 쓰리는 일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LNG선 1척에 대한 건조 대금이 기한 내에 들어오지 않자 선주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10월 LNG선 3척을 러시아 선사로부터 1조137억원에 수주했다.

이번에 파기한 1척의 계약 규모는 약 3379억원이다.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러시아와 총 8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수급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오는 9월께 조선 현장에서 약 9500명의 생산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용접공·도장공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채용 요건을 완화했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인원을 모두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잔액을 불려가는 한편 미래 예상되는 손실액 규모를 늘려 잡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조선 3사의 수주잔액은 총 88조965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 수주잔액인 43조4857억원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조선 3사의 공사손실충당부채는 9074억원에서 3조4038억원으로 3.7배 커졌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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