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스타벅스에도 의자·테이블이 없네?…강남역 지하에 10평대 매장 [생생유통]

입력 2022/05/28 18:01
수정 2022/05/29 10:27
47239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지난 24일 오후 스타벅스 강남역신분당역사점에서 주문한 고객들이 음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 매장은 매장 내에 테이블과 의자가 없는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으로 강남역 신분당선과 2호선 사이를 잇는 연결통로에 10평 남짓의 작은 규모로 자리를 잡았다. <송경은 기자>

[생생유통] 지난 24일 오후 5시 50분께 강남역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 사이의 지하 연결통로. 퇴근시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한 매장 앞에서 흠칫 멈춰섰다 가길 반복했다. 스타벅스 강남역신분당역사점으로 지난 12일 새롭게 문을 연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이었다. 10평 남짓의 작은 매장에는 테이블도, 의자도 없었다.

한 남성은 신기하다는 듯 "와~ 스타벅스도 이런 매장을 여네?" 하며 지나갔다. 몇몇 매장을 찾은 손님들 중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주문을 넣고 대기선에서 음료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 매장 내부는 북적임이 없었다. 일명 '스타벅스 음악'으로 불리는 특유의 재즈 음악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스타벅스가 지하철역과 연결된 지하쇼핑센터에 좌석이 없는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을 출점한 것은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벅스 매장은 역세권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대부분 지하철역 바깥의 지상에 있거나 100평 안팎의 널찍한 매장이 대부분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낯설게 느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스타벅스의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운영 중인 '고객 맞춤형 서비스 매장' 중 하나로 좌석 없이 운영된다. 그 밖에 고객 맞춤형 서비스 매장으로는 리저브, 티바나, 드라이브스루(DT), 딜리버스 매장이 있다. 국내 최초의 스타벅스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은 인천공항중앙점으로 2016년 1월 출점했다.

현재 스타벅스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은 강남역신분당역사점을 포함해 총 11곳이다. 인천공항, 스타필드 고양(대형 쇼핑몰), 인천 SSG 랜더스필드(야구장),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 명동(호텔), 강북삼성병원, 네이버 본사 사옥 등 대부분 카페보다는 공간 자체에 방문 목적이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 중에서도 매장에 서서 머물러 있을 수 있는 별도의 내부 공간을 만든 것은 강남역신분당역사점이 유일하다. 또 공항이나 병원, 야구장, 호텔 등은 사람들이 음료를 픽업해 앉아 있을 공간이 주변에 있다는 점에서 출퇴근시간 유동인구가 몰리는 지하철역 지하쇼핑센터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472397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스타벅스 강남역신분당역사점 내부. 10평 남짓의 공간에는 테이블과 좌석이 없다. 오른편에 작은 선반만 있다. 이런 매장은 주로 중저가 카페나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탠딩 에스프레소바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형태다. <송경은 기자>

업계에서는 스타벅스의 이번 강남역신분당역사점 출점을 두고 다양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미국 본사인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50% 중 17.5%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고, 이에 따라 '프리미엄' '공간 마케팅' 등으로 대표됐던 출점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분위기 있는 대형 카페가 많지 않았다. 따뜻한 느낌의 목재 가구와 은은한 조명, 잔잔한 배경음악 등은 스타벅스를 방문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 줬다. '카공(카페에서 공부)족'이 늘어난 것도 스타벅스의 공간 마케팅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벅스가 국내에서 한창 '프리미엄 커피'로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한때는 '스타벅스가 한국에서만 커피를 비싸게 판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등 수많은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오히려 100%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게 됐다.

그런 데다 이제는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고객만 850만명에 이를 정도의 '국민 카페'로 자리를 잡은 만큼 더 이상은 프리미엄 전략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가 이디야커피, 메가커피 등 중저가 커피 브랜드가 보유한 고객층까지 넘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스타벅스 강남역신분당역사점과 2호선 방향으로 불과 200m 떨어진 거리에는 메가커피 강남역지하도점이 자리해 있다. 이 매장은 메가커피 본사가 아닌 개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매장이다. 결국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가 자영업자들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벅스가 좌석 없는 매장을 낸 데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탠딩 에스프레소바가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출퇴근길 가볍게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스타벅스 측은 출퇴근시간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특성을 고려해 출점한 매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은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전 세계 스타벅스에서 보편화된 매장 형태 중 하나"라며 "매장 이용 고객과 테이크아웃 이용 고객의 동선을 분리해 혼잡도를 줄이고 '사이렌오더'(앱 선주문)를 통한 빠른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도록 만든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타벅스 강남역신분당역사점은 해당 지하쇼핑센터의 위탁 운영사인 GS리테일 측이 먼저 제안해 출점하게 된 매장으로 전해졌다. 현재 스타벅스 강남역신분당역사점 자리는 지난해 말까지 SPC그룹의 카페 파스쿠찌가 있었던 공간이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