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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조용하게, 강력하게…아이언맨의 전기차가 내달렸다

입력 2022/06/15 04:03
수정 2022/06/15 09:39
아우디 'e-트론 GT RS'

고성능 전기차 표방한 야심작
獨 '가장 아름다운 차'로 선정

전장 5미터 육박…대형SUV급
거대한 차체 튕겨나오듯 가속
부스터모드 제로백 3.1초 불과
절묘한 무게배분에 주행감UP

주행거리·2열 공간은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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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자동차.'

2018년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마블 마니아라면 수십 차례 챙겨봤을 이 영화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와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의 화해 장면이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시간 이동, 즉 타임머신 원리를 깨달은 스타크는 어벤져스를 돕기 위해 아우디를 끌고 그를 찾는다. 소리 없이 도로를 이동하는 아이언맨의 차. 아우디의 마크 밑에는 'e-tron'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아우디 e-트론 GT의 콘셉트카가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알린 순간이었다. 스타크 역을 맡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시사회에 영화 속 차 e-트론 GT를 타고 나타났다.


그간 영화 아이언맨에서 등장한 아우디 차량이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속도감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면 e-트론 GT는 달랐다. 영화의 내용이 갖고 있는 무게감만큼이나 중후한 느낌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된 e-트론 GT를 최근 시승했다. e-트론 GT보다 고성능이 강조된 'RS'가 붙은 모델이었다. RS는 한 트림만 판매된다. 가격은 2억632만원.

외관은 어벤져스에서 등장하던 모습과 크게 다른 점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고성능 모델이었던 만큼 스포츠카 느낌이 물씬 풍겼지만 차에 관심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한 번쯤 눈길이 갈 만큼 매끄럽고 날렵한 디자인을 자랑했다. 특히 영화에서 보여줬던 인상 깊은 헤드라이트는 똑같았다. 자동차의 나라 독일에서 지난해 말 '가장 아름다운 차'에 오른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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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e-트론 GT의 전장은 4989㎜로 현대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보다 9㎜가 길다. 다만 전고는 1414㎜로 상당히 낮다. 문을 열고 좌석에 앉으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으로 시트가 감싼다. 운전석과 운전석 옆자리는 상당히 넉넉했다.


운전석으로 향해있는 12.3인치의 디스플레이와 센터 콘솔, 몸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와 나파가죽은 고급스러움과 함께 운전자 중심의 설계를 보여줬다.

다만 긴 전장에 비해 2열의 공간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아이를 위한 카시트 두 개를 설치하기에 충분했지만 키 175㎝ 이상인 성인이 앉아 장거리를 달리기에는 다소 좁았다. 트렁크도 4989㎜라는 넉넉한 전장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았다. '장거리 고속주행용 스포츠카'라는 'GT'에 충실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공간감에 대한 아쉬움은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사라졌다. 아우디 최초의 순수 전기 RS 모델인 만큼 고성능 차량 특유의 강력한 힘과 부드러운 핸들링을 보였다.

액셀을 밟자마자 조용한 소리와 함께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 앞으로 내달렸다. 제로백은 3.6초, 부스터 모드일 경우 3.1초에 불과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시속 50㎞ 과속방지카메라 앞 신호 대기에 걸려서 잠시 섰다가 신호가 바뀌어 액셀을 살며시 밟았을 때 순식간에 속도계가 시속 50㎞를 가리킬 정도라 주의해야 할 수준이었다.


시내 주행을 하다 시속 100㎞ 이상으로 고속도로를 달리자 e-트론 GT가 갖고 있는 장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액셀을 밟자 몸이 시트로 파고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최고 출력 598마력의 위력이었다. 부스터 모드로 바꾸자 전기차임에도 '부르릉' 떨리는 느낌이 났다. 부스터 모드는 646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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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앞좌석, 뒷좌석 모두 나쁘지 않았다. 아우디는 "아우디 RS e-트론 GT에 탑재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속도와 주행 스타일에 따라 자동으로 차체 높이가 조절돼 다이내믹하고 안정감 있는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선사한다"며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은 자동차의 가장 낮은 지점인 차축 사이에 있어서 스포츠카에 적합한 낮은 무게중심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방·후방 차축 사이의 하중 분포를 이상적인 값인 50대50에 매우 근접하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카지만 사각지대나 후방에서 차량이 접근해오는 경우 사이드 미러에 경고등을 점멸하는 '사이드 어시스트', 접근 차량과의 충돌 가능성을 경고하는 '교차로 보조 시스템', 전방·후방 주차 보조시스템과 서라운드 뷰 디스플레이, 360도 카메라,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으로 패밀리카 못지않은 편의사양을 갖췄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36㎞로 다소 아쉽기도 하지만 급속 충전이 가능한 만큼 장거리 이동에 큰 어려움은 없다.

2억원이 넘는 가격과 2열 공간감 등으로 패밀리카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만 차를 좋아하고 빠르고 부드러운 주행 성능이 자동차가 갖고 있어야 하는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RS e-트론 GT는 최선의 선택이 될 듯하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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