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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이던 원통형 배터리, 화려한 부활

입력 2022/06/20 17:16
수정 2022/06/20 20:18
공간효율성 낮고 수명 짧아
각형·파우치형에 밀렸지만
테슬라 중대형 배터리로 반전

에너지밀도·출력 3~5배 개선
LG엔솔, 韓美中 대규모 증설
삼성SDI, 日파나소닉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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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효율성이 떨어지고 수명도 상대적으로 짧아 파우치형과 각형에 밀렸던 원통형 배터리가 부활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기존 원통형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중대형 배터리가 출시되면 전 세계 완성차·배터리업계 판도를 흔들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 원통형 배터리 신증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마더팩토리' 격인 충북 오창 공장에 7300억원을 투자해 1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원통형인 '4680 배터리'를 생산한다.

미국 애리조나주에는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1조7000억원을 투자해 15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


중국 난징 공장에도 1조2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2025년까지 60GWh 이상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천안과 말레이시아에서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20% 이상 늘리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수요 대응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2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름 46㎜ 규격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원통형 배터리는 표준화된 규격과 낮은 제조원가 덕분에 휴대폰, 전동공구 등에 주로 쓰인다. 다만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다양한 디자인 설계가 불가능하다는 한계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계륵' 취급을 받았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2018년 29%, 2020년 23%, 2022년 1분기 15.6%로 점차 낮아졌다.


반면 각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주력하는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최근 수년 새 대규모 증설에 나서면서 각형 배터리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현대자동차와 폭스바겐, 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높은 제조원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태로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채택했다.

이러한 시장 구도를 깨뜨리고 있는 것이 테슬라의 4680 배터리다.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를 가리킨다. 기존 '2170 배터리'와 비교해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고 주행거리는 16% 이상 향상됐다. 업계에서는 4680 배터리가 향후 전기차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게임 체임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리비안, 루시드, 재규어랜드로버, BMW까지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거나 탑재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2021년 83억개에서 2030년 285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한·중·일 3국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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