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단독] "농업계의 테슬라도 한국 온다는데"…판 커진 이 시장

입력 2022/06/22 17:19
수정 2022/06/23 09:26
美 존디어 자회사 '크라이젤'
국내 2위 충전업체 에버온과
한국·아시아 사업 공동추진

국내 대기업 선점 경쟁 속
글로벌 기업까지 도전장
기술·서비스 경쟁 치열
54725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농업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 세계 1위 농기계 기업 '존디어'가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사업으로 한국에 진출한다. 트랙터, 콤바인 등 농기계 업체로 유명한 존디어가 최첨단 모빌리티 기업으로 혁신을 꾀하는 가운데 아시아의 '테스트베드'로 불리는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존디어의 한국 진출은 국내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글로벌 기업이 진입하는 첫 사례로, 한국이 아시아 시장의 관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존디어가 올해 하반기 한국 진출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존디어가 올해 인수·합병(M&A)을 완료한 오스트리아 에너지 기업 크라이젤일렉트릭을 통한 진출로 한국의 전기차 충전기 주요 업체인 에버온과 손을 잡는다.


에버온 관계자는 "최근 오스트리아 라인바흐에 있는 크라이젤 본사에서 한국 사업 공동 추진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마쳤다"며 "양사의 기술력·서비스를 결합해 아시아 시장에 공동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라이젤은 2014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배터리 팩 제조(패커)에서 전기차 충전기·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제품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디어는 자사의 전동화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크라이젤을 전격 인수했다.

에버온은 국내 2위 충전기 업체(지난해 완속충전기 설치 대수 기준)로 올해 초 SK네트웍스에서 100억원을 투자 유치해 주목받았다. 2012년 LG CNS의 자회사로 출범한 에버온은 국내 최초 전기차 공유 서비스(2013년), 환경부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 사업자 선정(2017년), 카카오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서비스 제휴(2021년), 서울시 전기택시용 급속 충전기 설치 사업자 선정(2022) 등의 업력을 쌓았다. 작년엔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일제히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주)는 지난해 4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 업체인 시그넷EV(현 SK시그넷)를 2900억원에 인수(지분 55.5%)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같은 해 7월 GS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GS에너지는 국내 충전업체인 지엔텔과 합작법인 '지커넥트'를 설립했다.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를 출범시킨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올해는 LS그룹이 LS이링크(LS E-Link)를, 한화솔루션이 한화모티브를 설립해 판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시장 규모는 2020년 149억달러(약 18조원)에서 2027년 1154억달러(약 142조원)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을 계기로 향후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또 다른 합종연횡과 합작사 설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는 완속충전기 중심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충전기 수는 완속이 9만대(86%), 고속이 1만5000대(14%)다. 업계에서는 에버온이 완속 중심의 인프라를 구축한 상황에서 크라이젤의 초급속 충전기가 도입되면 소비자 선택의 폭은 물론 사업 시너지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라이젤의 전기차 충전기 '치메로'는 ESS 내장형 초급속 충전기로 화재 방지와 전력망 부담을 낮춘 기술이 적용됐다. 내부에 설치된 배터리 팩은 로열더치셸이 생산한 특수 액체를 이용해 화재 위험을 현저히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