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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iz] 출구 없는 미중 패권전쟁…중국을 어찌하리오

입력 2022/06/23 04:01
The United States vs China / C. 프레드 버그스텐

80대 이코노미스트의 경고

"경제는 안보와 따로 봐야"
바이든 정부 정책에 비판

새 강자 중국의 패권도전
美, 봉쇄정책만으론 한계
'조건부 경쟁 협력'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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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미·중 패권경쟁을 둘러싼 해법을 찾는 책들이 홍수다. 새로울 것도 없다.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집권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출판시장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신간이 쏟아져 나왔다. 양국의 역사, 경제, 정치, 외교를 넘어서 요즘에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합친 '경제안보' 시각에서 바라본 책들도 많다. 이렇게 많은 책들에도 불구하고 새 책이 나오면 또 집어들게 되는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책도 근본적 질문에 속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기 때문. '도대체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제 경제 정책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C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명예소장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담은 책 'The United States vs China(Polity Press)'를 들고 나왔다. 올해 81세, 눈썹까지 하얀 경제학자 버그스텐은 1969년 헨리 키신저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밑에서 국제경제 담당 부보좌관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50여 년간 경제 정책 분야에서는 초당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그동안 펴낸 책만도 46권. 한국과의 인연도 남달라서 경제학자로는 이례적으로 한국 외교부로부터 수교훈장까지 받았다. 1980년대 한국 경제발전 전략에 발을 디딘 이래 이명박정부 때는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40년간 끊임없이 한국 경제에 질책·조언·칭찬을 섞은 변속구를 던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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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국제경제 질서에 평생을 바친 이 노학자는 2022년 현재 중국에 대한 견해를 바꿨을까.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중국의 걸어 잠긴 대문을 노크하기 시작해 이제는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시종일관 개혁·개방을 주문했던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는 자유시장경제주의자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후회는커녕 오히려 반대다. 중국이 미국의 이익과 가치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맞지만 도리어 미국의 잘못된 경제 정책들을 조목조목 꼬집는다. 야심찬 제목의 저서 '미국 대 중국'에서 그는 "경제문제를 안보·가치 문제와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와 안보는 하나라는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안보' 논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인데, 그 근거는 이렇다.

버그스텐은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킨들버거 함정' 중에서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둘 다"라고 답한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써서 유명해진 '투키디데스 함정'은 기존 패권국가가 신흥강대국이 도전하면 결국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버그스텐은 기존 패권국 미국에 신흥강대국 중국이 도전하면서 미·중 두 강대국이 이끌어가는 세계 질서 'G2'는 'G-2(G 마이너스 2)'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중 충돌로 미·중을 뺀 나머지 국가들의 세계 질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킨들버거 함정'도 비슷하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써서 유명해진 이 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마셜플랜을 입안한 국제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의 이름에서 따왔다. 킨들버거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의 원인을 미국의 역할 부족에서 찾았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했던 영국으로부터 그 지위를 이어받았지만,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면서 국제 경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해 대공황과 같은 세계경제 충격을 가져왔다는 것. 결론적으로 버그스텐은 미·중 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짐으로써 결국 킨들버거 함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버그스텐은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어떤 시도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미·중관계는 과거 미·소 냉전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는 것. 당시 미국과 소련은 서로 다른 경제축을 이끌고 있었고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단절된 두 개의 시장이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이미 미국과 상당 부분 경쟁관계를 보이면서 세계시장에서 얽히고설킨 관계다. 버그스텐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이 중국 경제를 봉쇄하려고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중국은 너무 크고 역동적이기 때문에 억압할 수도 없으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완전히 동조해줄 가능성도 낮다"는 게 그의 주장. 트럼프 대통령 시절 중국 화웨이 제품 수입금지를 비롯한 각종 수출입 통제 조치를 펼쳤지만 미국의 우방국들이 여기에 동참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한국 대만 일본 등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2015년 미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동맹국들의 참여를 막아섰던 것도 잘못된 정책의 예로 거론됐다.

버그스텐은 여기서 '조건부 경쟁 협력(Conditional Competitive Cooperation·CCC)'이라는 카드를 꺼내든다. 미국 경제의 근간이자 자유시장 경제의 밑바닥에는 경쟁이라는 핵심가치가 깔려 있다. 미국은 결코 경쟁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게 버그스텐의 주장. 경쟁은 무역·투자·금융 등 미·중관계 바탕을 형성하고, 협력은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국제 경제 질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다. 여기에 상대방이 합의된 게임의 규칙을 수락하고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건도 꼭 필요하다. 결국 룰이 있는 경쟁협력이 돼야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 미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새로운 통상협정에도 들어가고, 중국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서 비중을 현실화 하는 등 위안화의 자유로운 외환거래도 수반돼야한다는 주장이다.

안보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이 책의 주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중국은 외교적 갈등을 빚는 나라에 대해 무역 제한 등 경제적 보복카드를 종종 써왔다. 2020년 호주에 대해선 소고기 수입 금지령을 내리고, 관광, 유학 등 전 분야를 압박했다. 한국도 초고고도미사일(THAAD) 배치를 빌미로 수년간 경제압박을 견뎌야했다. 그런데도 '조건부 경쟁 협력'이 가능하다고 쉽게 얘기할 수 있을까.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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