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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팬이라면 한번쯤 꿈꿨다…프로야구 '프런트'의 세계

이용익 기자임정우 기자
입력 2022/06/29 17:12
수정 2022/06/29 19:14
주말없는 스포츠·공연업계

프로야구·프로축구 팀 직원들
홈경기 있을땐 오후 1시 출근
원정경기 때 대휴 쓰며 휴식

유연근무제·추가 수당 '당근'
시즌 끝난 후엔 장기휴가 가능

개인사업자 신분인 골프 캐디
주말 대신 평일에 쉴수 있지만
일한만큼 수입…과로 우려도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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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경기에서 손형권 FC서울 마케팅팀장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 FC서울]

"오늘 프로농구는 누가 챙기지? 주말 프로야구는 당직 순서 그대로지?" 보통 직장인이 퇴근하는 오후 6시에 더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스포츠 업계 직장인들이다. 맡은 업무 특성상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장인이 꺼리는 '주말 근무'가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대기업 프로야구팀에서 근무하는 A과장의 출근 시간은 다른 직장인이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때인 오후 1시다. 야구 경기가 끝나는 밤 늦은 시간까지 근무해야 하는 대신 시즌 중 탄력근무제를 운용해 출근 시간을 늦춘 것이다.

A과장은 "스포츠업 특성상 시즌 중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근무가 많다.


원정 경기 날에는 상대 팀이 경기 관리를 하기에 현장지원팀 몇 명만 빼고 일반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데 가끔 출근 시간을 홈경기 때인 오후 1시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요즘에는 주말 홈경기의 경우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로테이션으로 휴무하고 원정 경기 일정에는 대휴나 연차를 활용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요일만 빼고 주중 6일 내내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일정 특성상 휴일을 월요일로 지정하고 그 외에는 상황에 맞게 하루 더 쉬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모 프로축구팀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B팀장 역시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B팀장은 "스포츠를 사랑해 이 길을 택했는데 정작 바빠져서 다른 스포츠나 문화생활은 못 챙기는 것 같다"면서 "주말 근무에 피곤함을 느끼다가도 우리 팀이 극적으로 역전승을 거둘 때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회사 일이 잘됐다고 소리치며 뛰어다니는 직장인을 보기가 흔한 일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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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팀장 말대로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만의 장점도 있다. A과장은 "주변에서는 야구장이 사무실이고 유명한 프로 선수들과 일한다며 부러워한다"면서 "상황에 따라 팀별로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귀찮은 전체 회식 같은 일이 적다. 월요일에 쉬면 은행이나 병원 등 볼일을 보기도 좋고 어디를 놀러 가도 한산해서 편하다.


특히 시즌이 끝난 뒤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동기들과 달리 장기 휴가를 쓰며 재충전할 수 있어서 부러움을 살 때도 있다"고 말했다. A과장 팀의 모기업 역시 스포츠단 구성원들 노고를 인정해 최근 경기 수당이라는 일종의 보너스를 특별히 신설했다.

그럼에도 이런 '당근'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일부 대기업 정직원에 그치고 있기에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프로 구단에서 일하는 C씨는 "보통은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다른 분야에 있는 입사 동기보다 고생을 더하는 이들이 많다. 아무래도 모기업에서 보기에 직접 돈을 벌어오는 부서라고 생각하지 않아 직원을 적게 배정하고 현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 비중이 높아 주말 당직을 바꿀 사람도 얼마 없다. 또한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과 비교되다 보니 심적인 불만이 생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마케팅 업무를 하는 D씨 역시 "일하다 보면 전화로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물어오는 관계자가 많은데 내가 휴무일이라고 해서 응대하고 돕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쪽 분야의 최대 단점은 남들이 놀 때 같이 놀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린이날 등은 프로스포츠 대목이다 보니 아이와 함께 보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 프로스포츠 최다 관중 기록(6만747명)을 세운 2010년 FC서울과 성남 일화 간 경기가 열린 날이 어린이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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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를 돕는 캐디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일하는 만큼 수입을 늘릴 수 있어 주말 대부분을 근무지에서 보낸다. [매경DB]

회사원들이 이럴진대 '개인사업자' 신분인 이들은 고민이 더욱 커지기도 한다.


골프 분야가 대표적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회 대부분이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목요일에 시작해 일요일에 끝나고 일반 골퍼 역시 주로 주말에 골프를 치기 때문에 관계자 또한 주말에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따른 휴무를 모두 챙긴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매니지먼트 회사들은 일정 관리부터 후원 계약, 통역 업무 등을 담당하는 매니저나 에이전트에게 주말에 일하는 만큼 평일에 쉴 수 있는 대체휴무와 함께 수당을 지불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정당한 보상 없이 주말 근무를 강요하기도 한다. 올해로 10년 차가 된 한 매니저는 "요즘은 회사와 선수 모두 일정이 없는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아무 걱정 없이 푹 쉴 수 있도록 보장하지만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평일에도 못 쉬곤 했다"고 돌아봤다.

아예 매니저 일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에 취직한 한 전직 매니저는 "처음에는 내가 맡은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성과를 내면 그것만으로 기뻐서 모든 피곤함이 해소되곤 했지만 때로는 사적인 일까지 시키는 선수를 만나 곤혹스럽기도 했다"며 "매니저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선수가 대부분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부하처럼 부려먹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씁쓸한 과거를 돌아봤다.

대회에 나서는 골퍼를 돕기 위해 30㎏ 가까이 되는 캐디백을 드는 프로 캐디, 일반인 골퍼를 돕는 캐디들도 마찬가지다. 캐디들은 평일 중 이틀을 골라 쉴 수 있지만 골프장 소속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직이 상당수여서 반드시 쉬어야 하는 휴무일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경기도 한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는 "주말에 골프장을 찾는 골퍼가 많은 만큼 캐디 대부분이 일하는 것에 대해 딱히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을 많이 할수록 더욱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에 가끔 욕심을 내서 몇 주나 쉬지 않고 근무하는 사람도 봤다.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주기적으로 휴식을 챙기는 것이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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