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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직원들 번아웃 막고 싶다면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게하라

입력 2022/06/3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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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료 교수가 필자에게 이런 고충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핵심은 예전에는 연구가 즐거웠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 괴롭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평소 매우 가깝고 서로를 믿는 사이이기에 이 동료 교수에게 솔직하게 한 마디 했다. "연구가 즐겁다고? 그렇다면 그 결과물인 논문이 잘 나오지 않아도 연구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말이 되잖아? 연구 자체는 재미있지 않지. 다만 그 고단한 연구에서 나오는 논문을 통해 보람과 의미를 찾는 거잖아. 논문이 잘 나오지 않아 괴롭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야. 연구는 원래부터 재미없는 거야." 다소 엉뚱한 이 말을 들은 동료 교수는 '허허' 하면서 오히려 속이 후련하다는 대답을 고마움과 함께 표했다.

그렇다.


일, 공부, 훈련 어느 하나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은 없다. 다만 우리는 그 결과물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묵묵히 해 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아도 우리를 버티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성장감이다. 이 성장감은 결과물이나 업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우리를 더 참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강장제다. 그런데 이 일에서 성장감마저 가지기 어려워진다면 다른 어디선가 빌려오기라도 해야 한다.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필자 역시 자주 주위 분들께 들려 드리는 이야기다. '번아웃은 일을 많이 해서 온다기보다는 일만 해서 온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의외의 곳에 있다. 바로, 전문가가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문가는 오랜 시간 그 일을 해왔기 때문에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며 타인들에 비해 평균 이상의 결과를 안정적으로 내놓는 사람이다. 그런데 전문가에 대한 이런 상식적인 정의와 특징에 더해 심리학자들은 색다른 정의 하나를 추가한다. '전문가는 자신이 만들어 낸 상당히 괜찮은 결과에도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일에 경험과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과 측근이 해 놓은 일에 만족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감까지 같이 떨어지게 되면 말 그대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동력 자체를 상실하기 가장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바보 같은 결론은 전문가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는 말도 안 되는 결론이다. 따라서 마땅한 결론은 숙련된 경지에 이른 사람일수록 자신이 다른 어딘가에서 초보자가 돼야 한다. 필자는 이런 말을 자주 드린다. "초심자가 누릴 수 있는 특혜 중 하나가 바로 강한 성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한 측면에서 느낀 긍정적·부정적 감정들을 다른 영역들로 잘 전염시킨다. 그래서 나의 일에서 사라진 성장감을 어디에서든 가져와 전염시켜야만 그 답보의 상태를 버티면서 이후 찾아올 일에서의 성장을 기다릴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일' 이외의 것에 해당하는 활동이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상식적으로 문화, 예술, 취미, 레저와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나가 더 있다. 자신의 직업이나 생계와 관련이 많지 않은 영역에 대한 공부다. 사실 이것이 가장 저렴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조직의 리더라면 구성원들이 일 외에 앞서 열거한 활동들 중 한두 곳 이상에서 무언가 작은 성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장려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과 막연함은 해소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간다. 그 결과는 대부분 번아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들 말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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