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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안올리고 돈만 푸는 中 日…세계와 따로 노는 정책 왜? [뉴스 쉽게보기]

입력 2022/07/02 09:01
수정 2022/07/02 13:50
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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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기준금리가 급등한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평소에 올리던 것보다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서 빅스텝이니, 자이언트스텝이니 하는 처음 들어보는 말도 이제는 익숙해졌을 정도인데요.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줄여 고공 행진 중인 물가 상승세(인플레이션)를 완화하기 위해서라고 하죠. 거기다 최근에는 '양적 긴축'이라는 더 적극적인 정책까지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은 *통화 정책에 따라 대체로 함께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시장에 돈을 많이 푸는 '확장적 통화 정책'을 펼치면, 투자할 돈도 늘어나고 소비도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는 동시에 물가도 오르는 거죠. 반대로 돈을 거둬들이면 투자·소비가 줄어서 물가 상승률도 낮아질 거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억눌렸던 소비의 급증, 전쟁과 이상 기후에 따른 국제유가·원자재·식량 가격 폭등 같은 현상들이 맞물리면서 물가만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어요. 이런 변수에 따른 물가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돈을 거둬들이는 '긴축 정책'을 펴야 할 텐데, 이러면 물가 상승률과 함께 경제 성장률도 낮아져 경기 침체가 일어날 수 있겠죠.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먼저 '돈 거둬들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섰고,대부분 국가들이 비슷한 정책을 선택하는 추세예요. 우선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거예요.

물가보다 다른 걸 먼저 챙기는 두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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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는 이때, 다른 길을 선택한 주요국들이 눈에 띄어요. 멀리 있는 국가도 아니고 다름 아닌 일본과 중국이에요. 두 나라는 빠른 기준금리 인상 흐름을 따르지 않는 것은 물론, 돈을 거둬들이는 양적 긴축에도 나서지 않고 있어요. 일본은 아예 정반대인 '양적 완화'까지 하고 있죠. 분명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왜 이렇게 다른 선택을 한 걸까요?

장기 저성장 극복이 먼저라는 일본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0%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기 시작해 최근까지도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예요. 이런 장기 저성장 국면을 두고 '잃어버린 30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할 정도죠. 일본은 이 기간에 아주 낮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해왔고, 심지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까지 경험했어요. 대체로 경제가 호황을 맞았을 때 소비가 늘어나면서 물가도 오르고, 불황일 땐 소비 침체로 물가 하락이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물가 상승세가 무서운 최근에도 미국이나 우리나라처럼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지는 않고 있어요. 지금 미국은 7~8%대 상승률을, 우리나라도 5%를 넘어서 6%를 향해 간다고 예상하는데, 일본은 아직 2% 수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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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일본은 물가를 잡기 위한 주요 정책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있어요. 일본의 기준금리는 6년 넘게 -0.1%예요. 마이너스라서 헷갈리실 수도 있지만 사실상 0%(제로금리)라고 보시면 돼요. 앞으로 금리를 인상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대요.

계속되는 일본의 양적 완화


일본은 '양적 완화'도 계속 진행 중이에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돈 풀기'를 위해 국채를 계속해서 매입하고 있죠. 올해 6월에 일본은행이 매입한 국채는 사상 최대 규모(약 150조원)에 달했대요.

일본은행이 국채를 계속해서 사들이는 건 일본의 낮은 기준금리 유지와 관련이 있어요. 보통 중앙은행이 정한 기준금리를 시장의 여러 금리(이자율)가 따라간다고는 하지만, 미국 등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땐 일본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쉽게 생각하면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로 돈을 풀어서 금리를 낮게 유지하도록 개입하고 있는 거예요.

금리는 돈을 빌려주는 대가에 해당하니까 '돈의 가격'과도 같잖아요. 중앙은행이 시중의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이면 그만큼의 돈이 시장에 풀리게 되고, 돈의 가격(금리)을 낮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거죠.

엔화 가치 폭락은 기업 살리기 전략?


이렇게 일본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완화적 정책'을 펼치다 보니 일본 화폐인 엔화 가치는 뚝뚝 떨어지고 있어요. 달러 대비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1달러당 136엔)이 돼버렸죠. 엔화 가치 폭락은 요즘 언론에서 '일본 위기론' 같은 말이 나올 때 자주 등장하는 근거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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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본의 전략을 두고 자국 기업들의 수출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해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는 높아져요. 예를 들면 '1달러=100엔'이었던 환율이 '1달러=130엔'이 되는 거예요. 이러면 외국에 수출을 하고 달러로 대금을 받았을 때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겠죠. 똑같이 100달러를 받아도 1만엔이 아니라 1만3000엔을 벌게 되니까요.

그래서 일본의 수출 기업들은 과거 '엔저(엔화 가치가 낮아지는 현상)'가 일어났을 때 무역에서 큰 폭의 흑자를 냈고,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서 주식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어요. 이러면 곧 엔화 가치가 하락을 멈추고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곤 했죠.

이런 이유 때문에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인 일본은 오히려 엔저 현상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쳤어요. 기업 수출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예요. '기업 실적 개선→임금 인상→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긍정적 순환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거죠. 앞으로도 이 전략을 계속해서 밀고 나가겠다는 거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엔저로 인한 수출액 증가 효과보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액 증가 효과가 더 커서 일본의 무역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요.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전략인 셈이에요.

엔저, 전략일까 딜레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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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가 약 24년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36엔 후반대를 기록한 지난달 22일 도쿄의 한 외환중개업소 전광판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엔저 전략이 일본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식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세계 경제의 흐름을 고려하면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이제 와서 되돌리기가 힘든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에요. 이런 해석도 나오는 이유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두 가지 정도예요.

우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은 부채 규모가 너무 커서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와요. 지난해 기준 일본 정부의 국채 잔액은 1000조엔(약 9570조원)을 넘어섰는데, 이게 다 빚이거든요. 금리를 인상하면 일본 정부가 갚아야 할 이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겠죠. 단순 계산으로는 금리가 연 1% 오를 때마다 연간 100조원가량을 더 갚아야 하는 셈이니까요.

또한 일본 정부가 10년 가까이 유지해왔던 완화적 통화정책을 중단하고, 갑자기 금리 인상으로 전환할 경우 '한계에 봉착했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는 우려도 존재해요. 조금만 금리를 올려도 시장이 이 신호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거예요.

중국도 "물가 상승? 아직 괜찮아"


중국 정부도 일본과 정책의 방향성이 비슷해요. 일본처럼 물가 상승 부담이 덜한 상황이어서 돈 풀기에 나서고 있죠. 다른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동안,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도 했고요.

중국의 올해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CPI)은 2.1%였어요. 일본과 비슷한 수치지만, 비교적 낮은 물가 상승률의 원인은 달라요.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 추세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산업 구조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죠. 일단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제조업이 발달해 있어서 대부분 상품의 가격 인상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혀요. 많은 선진국이 여러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지만, 중국은 직접 생산하는 제품이 많으니까요.

또한 중국은 최근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인 '곡물 가격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요.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10%를 밑돌고, 중국에서 자체 생산한 곡물로 충분히 자급자족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중국 소비자 물가상승률(CPI) 조사에 포함된 품목들이 미국 등 주요국과 크게 차이 나는 점, 중국이 이 품목들을 정확히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통계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점도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존재해요.

경제 성장이 먼저라는 중국


물가 상승률 부담이 적은 중국 정부는 국채와 지방채(지방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를 발행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판다는 건 국가 재정에 쓰기 위해 빚을 낸다는 의미예요. 빚까지 져가며 각종 산업을 지원해서 경기 부양에 나선다는 거죠. 돈줄 조이기에 나서고 있는 미국 등 세계 주요국과는 정반대 전략이에요.

중국이 이런 정책을 선택한 건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예요. 중국은 코로나19 유행 직전까지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던 고성장 국가예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조금 둔화되긴 했지만 2019년 경제 성장률은 5.9%였고, 그전에도 꾸준히 7%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해왔죠. 2011년 성장률은 9.6%에 달했어요. 우리나라는 보통 3% 내외였으니, 우리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해 온 셈이에요.

그런데 중국이 최근까지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코로나19 방역에 대규모 예산을 쓰고, 주요 도시 봉쇄를 감행하면서 중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어요. 특히 건설 경기가 불황기에 진입한 상태라 고성장을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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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국 상하이의 텅 빈 거리에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위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의 봉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등 주요 도시의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는 5.5%인데, 달성을 자신하는 중국 정부와 달리 많은 전문가들은 어려운 목표라고 평가해요. 그래서 중국 정부는 이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고요.

세계와 다른 길을 가는 두 이웃나라


하필 우리와 이래저래 밀접한 관계가 있는 두 나라가 세계적 흐름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어요. 두 국가 모두 경제적 영향력이 큰 곳들인 만큼, 우리나라는 물론 여러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아요.

과연 일본과 중국의 '마이웨이'는 목표했던 성과를 얻게 될까요? 세계적인 흐름과 크게 엇갈리는 길을 선택한 이웃 나라의 미래라니, 주목해보지 않을 수 없겠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임형준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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