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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맞댄 韓日재계 "수출규제 풀고 CPTPP 가입 속도내야"

입력 2022/07/04 17:41
수정 2022/07/05 09:48
3년만에 만난 전경련·게이단렌

양국정상 나토회의 교류 이어
재계 최대 교류행사 '재시동'
허창수·신동빈 등 회장단 참석
비회원 4대그룹 사장들도 동참

허창수 "과거 아닌 미래 봐야
韓민첩함과 日신중함 시너지"
日측도 "정부대화 재개 희망"
통화스왑 재개도 주요의제로
◆ 숨통 트이는 한일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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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앞줄 왼쪽 여섯째)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앞줄 왼쪽 일곱째),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앞줄 왼쪽 다섯째)이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개최됐다. [한주형 기자]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나라입니다. 전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관계지만 역설적으로 협력할 여지가 많아 일본 기업의 신중함과 한국 기업의 민첩함이 합쳐지면 세계 최강의 조합이 될 수 있습니다."(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근 몇 년간 한일관계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정신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구축을 위해 양국이 협력해 대처해야 합니다.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 경제계 인사가 모이는 한일재계회의가 4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렸다. 1983년 첫 회의 이후 매년 개최되던 한일재계회의는 양국 관계 경색과 코로나19 등으로 3년 만에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이 참석했다. 아울러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등 4대 그룹 계열사 사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4대 그룹은 현재 전경련 회원사는 아니지만 이번 회의가 양국 기업인이 모여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행사 취지에 공감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경제계는 한일관계 재개를 위한 뼈대로 1998년 한일공동선언을 다시 내걸었다. 20세기 말 일본 도쿄에서 만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대신은 "양국이 21세기에 확고한 선린 우호협력 관계를 구축해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20세기 불행했던 과거사를 딛고 21세기에는 우호적인 파트너가 되자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공동선언 직후 일본 역사교과서 파동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파문 등이 줄줄이 터지며 양국 우호관계 정립은 출발부터 삐걱댔다. 2018년에는 한국 대법원이 일본 신일철주금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자 2019년 일본이 반도체 등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나섰고 한국 소비자들은 이에 대응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이 같은 고리를 끊고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인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한일 공동선언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이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쿠라 회장 역시 "저 스스로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한국 출장을 통해 많은 분과 만나 논의해왔고 그 경험으로 사람 간 직접 교류야말로 한일관계의 초석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경색된 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이번 한일재계회의와 같은 민간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대목이다. 이를 위해 한일재계회의는 오랜 기간 유지되다가 코로나19 등으로 중지된 한일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어 도쿠라 회장은 "양자 간 경제 교류, 인적 교류를 추진하는 데 있어 정치외교 측면에서 양호하고 안정된 관계 구축이 대전제"라며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교류를 위해 양국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일본 지지, 한·미·일 3국 경제계 협력을 위한 비즈니스 서밋 개최, 한일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 스왑 재개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한편 게이단렌 회장단은 한일재계회의를 마치고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환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만들고자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안보 시대에 협력 외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양국 기업인들이 계속 소통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양국 관계의 현안 해결을 위해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가 양국 교류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본 경제계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도쿠라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긴밀하고 호혜적인 관계"라며 "일본 경제계도 한일 양국 경제 분야에서 우호 관계를 유지·발전시킬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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