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죽기 전 꼭 타봐야 할 SUV"…절박함이 만든 '걸작', 토레스의 파격 [카슐랭]

입력 2022/07/06 09:01
수정 2022/07/06 13:04
절박·절실함에 '디자인 걸작' 탄생
'가격파괴' 2000만원대 중형 SUV
'급한 마음'에 완성도 마무리 미흡
품질 아쉬움, 역대급 가성비 상쇄
59148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토레스 [사진 출처 = 쌍용차]

"목숨 걸었다"

쌍용자동차가 1년 전부터 J100(프로젝트명)의 디자인 스케치, 티저 이미지, 예상 가격대 등을 잇달아 공개할 때마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된 느낌이다.

IMF 구제금융 이후 20년 넘게 주인을 잇달아 잘못 만나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쌍용차가 이번엔 제대로 된 주인을 맞아 다시 부활하고 싶다는 절실함이 전해졌다.

절박함과 절실함을 담은 토레스(TORRES)의 디자인과 가격은 파격적이었다. 17년 전 단종된 '국산 SUV의 전설' 무쏘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은 잃어버린 야성의 회복을 뜻했다.

3주만에 3만대, 신기록 갈아치워


591484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무쏘와 J100 [사진 출처 = 쌍용차]

무쏘와 코란도가 잇달아 단종된 뒤 끊어진 '정통 SUV' 혈통을 아쉬워하던 40~50대와 개성과 실용을 모두 추구하는 20~30대는 토레스의 야성미에 환호했다.


호평이 쇄도하며 쌍용차는 첫술부터 배불렀다.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달 13일 1만2000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쌍용차 역사상 사전계약 대수가 첫날은 물론 사전계약 기간 통틀어서 1만대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사전계약 첫날 역대 실적은 지난 2005년 액티언이 세운 3013대다.

토레스 사전계약 첫날 실적은 현대차·기아에서만 볼 수 있었던 대기록이다. 또 현대차 투싼이 세운 1만842대도 넘어섰다.

사전계약 실적은 3주 만에 3만대를 넘어섰다. 쌍용차 판매 1위인 렉스턴 스포츠의 지난해 판매대수(2만5813대)보다 많다. 지난해 쌍용차 총 판매대수 5만6363대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토레스, 스포티지와 쏘렌토 틈새 공략


591484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토레스 [사진 출처 = 쌍용차]

토레스는 지난 5일 공식 출시행사와 시승행사를 통해 사진과 제원표에 감춰둔 실력을 공개했다.

실물은 사진보다 더 크고 위풍당당하다. 전장x전폭x전고는 4700x1890x1720mm,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680mm다.

이제는 동생이 된 코란도는 4450x1870x1630mm, 2675mm다. 기아 준중형 SUV인 스포티지는 4660x1865x1665mm, 2755mm다.

체급상 경쟁차종인 기아 중형 SUV인 쏘렌토는 4810x1900x1700mm, 2815mm다.

각각 준중형과 중형 SUV 시장을 주도하는 스포티지보다 크고 쏘렌토보다 작다. 크기 측면에서는 두 차종의 틈새를 공략하는 셈이다.

토레스는 평면 위에 펼쳐진 2차원 세상과 달리 직접 눈으로 보는 3차원 세상에서 더 폼나게 등장했다.

수평선과 수직선, 면과 면, 음과 양이 때로는 대비되고 때로는 조화를 이루면서 '사진발' 효과를 뛰어넘었다.

길게 옆으로 이어진 보닛과 그릴 및 스키드 플레이트 일체형의 수평선, 좌우 그릴 테두리와 안개등 테두리의 수직선, 6개의 직사각형 슬롯은 강렬한 첫인상을 완성했다.

북두칠성과 태극기, 한국적 디자인 추구


591484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태극기에서 영감받은 토레스 디자인 [사진 출처 = 쌍용차]

그릴과 이어지는 아웃터 렌즈 클린 타입 LED 헤드램프는 정통 SUV에 어울리는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그 안에 들어간 국자 모양의 주간주행등은 '북두칠성'에서 영감을 받았다.

알파벳 'J'를 닮은 리어램프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해를 뜻하는 '리' 문양을 적용했다.

건(하늘), 곤(땅), 감(달), 리(해)와 태극은 우주만물의 근원이자 음양의 조화를 추구한다.

북두칠성은 도교에서 유래한 한국 민간신앙에서 비(雨)를 관장하는 신(칠성)으로 여겨진다. 사람의 생명·운명·재물도 관장하고, 북극성처럼 길잡이 역할도 담당한다.

쌍용차는 북두칠성과 태극기를 토레스 앞뒤에 적용, 생명의 원천인 비와 해의 조화를 추구했다.

보닛에는 손잡이를 닮은 가니시 2개가 장착됐다. 후크를 사용해 텐트나 차양막 등을 거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C필러(뒷문과 뒤 유리창 사이의 기둥)는 두텁다. 수평 차체와 대비되는 수직 기둥인 필러를 통해 강렬한 대비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C필러에는 아웃도어 활동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스토리지 박스를 부착할 수 있다.

후면 중앙에는 과거 정통 오프로더가 부착했던 스페어타이어를 형상화해 육각형 타입 양각 장식을 넣었다.

3개의 디스플레이로 미래지향성 향상


591484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토레스 [사진 출처 = 쌍용차]

실내는 공간감과 시야감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대시보드는 선과 면을 얇게 적용했다. 스티어링휠도 아래 부분만 자르는 D컷 형태에서 더 나아가 윗부분도 잘라냈다.

12인치 정도 되는 3분할 와이드 디지털 클러스터도 슬림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12.3인치 다기능 인포콘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에는 정통 SUV가 종종 부착하는 나침반을 디지털화해 적용한다.

AVN 밑에는 8인치 버튼리스 통합 컨트롤 패널을 적용했다. 비상등 버튼을 제외한 통풍 및 열선 시트, 드라이브 모드, AWD 등 운전자가 조작해야 하는 기능을 모두 넣었다. .

자주 쓰지 않는 버튼을 쉽게 찾을 수 없었던 단점을 없앴다. 아울러 3개의 디스플레이로 미래지향성도 향상시켰다.

591484 기사의 5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토레스 트렁크 [사진 촬영 = 최기성]

뒷좌석에는 평균 체형 성인 3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다.


트렁크도 넉넉하다. 적재 용량은 703ℓ다.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여행용 손가방) 4개를 동시에 수납할 수 있다.

2열을 접으면 1662ℓ까지 확장된다. 캠핑 및 차박 등 레저 활동에도 즐기기에 충분하다.

실내 디자인은 우수하지만 재질과 마감은 아쉽다. 자세히 살펴보면 부품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고 부착 부위도 살짝 들떠 있다.

차체 안정감과 승차감, 개선 필요


591484 기사의 6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토레스 엔진 [사진 촬영 = 최기성]

시승차는 코란도에 적용한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최고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28.6kg.m, 복합연비는 10.2~11.2km/ℓ다.

스티어링휠은 가벼운 편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버튼형 방식에 익숙해진 운전자에게는 불편하다. 직관성도 부족하다.

손가락으로 통합 컨트롤 패널을 왼쪽으로 밀어야 나타난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말, 스포츠, 스노우로 구성됐다.

시동을 걸면 엔진 떨림이 느껴진다. 노멀 모드를 선택한 뒤 저속으로 움직일 때는 부드럽다. 다만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엔진소음이 실내로 파고든다.

고속에서 가속반응은 더딘 편이다. 탄력이 붙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엔진소음이 좀 더 크게 들린다. 가속반응은 노멀 모드보다는 조금 더 빨라지는 수준이다.

591484 기사의 7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토레스 [사진 촬영 = 최기성]

저중속에서는 안정감과 승차감은 무난하다. 다만 차체 뒤쪽이 들뜨고 자잘하게 통통거리는 느낌이 전달된다.

고속에서 차로를 바꿀 때나 코너 구간을 돌 때 안정감도 부족하다. 브레이크도 살짝 밀린다.

저중속 성능은 괜찮지만 고속주행 안정감, 승차감, 주행성능은 현대차 싼타페와 투싼, 기아 쏘렌토와 스포티지보다는 한 수 아래다.

대신 급가속·급브레이크를 지양하고 부드럽게 조작하면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하지 않을 수준이다. 오르간 타입 가속페달도 부드럽게 다루면 매끄럽게 움직이다.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성능은 수준급이다. 앞 차량과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차선을 이탈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구간단속 구간에서 규정 속도를 지켜준다.

디자인과 가격경쟁력, 성능 단점 상쇄


591484 기사의 8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토레스 주행 [사진 출처 = 쌍용차]

쌍용차의 절박함과 절실함은 성능에서는 단점으로 드러났다. 개발기간 단축으로 안정감과 승차감의 완성도를 개선할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

반면 절박함과 절실함은 디자인에서는 장점이 됐다. 17년간 잃어버렸던 야성에 다시 눈떠 쌍용차만의 존재감을 다시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은 '디자인 걸작'을 탄생시켰다.

쌍용차에 실망하고 떠났던 소비자들을 되찾기 위해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높인 것도 절박함의 결과물이다.

반도체 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구매 부담이 커진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격(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은 T5가 2740만원, T7가 3020만원이다. 당초 3000만원대 중반대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591484 기사의 9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토레스 주행 [사진 출처 = 쌍용차]

토레스 차명에도 절박함과 절실함, 그리고 희망이 담겨있다. '세상의 끝'인 남미 파타고니아 남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절경이라 불리고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 유래했다.

이곳은 유네스코의 생물다양성 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낙원'으로 꼽힌다.

쌍용차는 토레스가 그동안 주인을 잘못 만나 '세상 끝'까지 밀려났던 회사를 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추억의 명차' 'SUV의 전설'로 불렸던 무쏘의 뒤를 이어 '죽기 전 꼭 타봐야 할 SUV'가 되기를 바라는 쌍용차의 희망과 욕망이 들어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