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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는게 아니라 다시 잘 쓰는 것…나의 '플라스틱 해방일지' [CEO의 ESG 편지]

입력 2022/07/06 17:02
수정 2022/07/07 10:51
의류 상당수가 플라스틱 소재
친환경 옷 생산부터 처리까지
휠라코리아와 '선순환' 협업

환경문제 핵심은 협력·연대
착한 영향력 확대될 수 있게
국가·기업·고객 함께 나서야
◆ ESG 경영현장 / 플라스틱 팬데믹 3부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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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지난 4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지금의 시대는 플라스틱을 되도록 덜 사용하자는 것이 중요한 화두입니다. 플라스틱은 기본적으로 화석 연료로 생산되다 보니 이 과정에서 탄소 발생량이 늘어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의 증가는 쓰레기 문제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인류의 삶에 편의를 가져다준 플라스틱 사용은 계속 늘어납니다. 과연 우리가 어떻게 플라스틱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SK지오센트릭 구성원들이 꽤 바쁩니다. 전국 각지에서 재활용하기 좋은 플라스틱을 찾아내고, 유럽·미국 곳곳에서 재활용 기술을 가진 업체들을 만나고, 또 좋은 파트너들과 협업하기 위해서입니다.

친환경 화학 회사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SK지오센트릭은 최근 의미 있는 협업에 나섰습니다.


휠라코리아와 함께 의류 등 자원 선순환 구축에 나서기로 하고 양사가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옷은 상당수가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통해 양사는 향후 의류 생산 시 친환경 소재 활용을 늘리고, 남는 자투리 원단과 버려지는 옷도 재활용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의류 하나가 만들어져서 사라지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플라스틱 섬유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손을 잡은 거지요.

SK지오센트릭은 재활용 페트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생산 중이며, 여기에 자투리 원단 등 폐섬유를 수거한 뒤 이를 재활용하는 작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폐섬유 중 폴리에스테르(PE)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가진 루프인더스트리사와 협업해 원단을 제작해 친환경 제품에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휠라코리아는 개발된 소재를 자사의 친환경 제품 개발에 우선 활용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양사는 의류 생산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폐섬유를 회수하는 캠페인 또한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SK지오센트릭과 휠라의 협업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친환경 분야의 협력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플라스틱 사용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기술을 보유한 선도 기업의 존재 그리고 기업들 간 연쇄적인 협력은 좋은 영향력을 전파합니다.

해외에서 협력 문의도 이어집니다. SK지오센트릭이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2024년까지 울산에 짓고 선진 재활용 기술을 한곳에 모으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등의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이 많이 옵니다. 울산과 같은 제2의 클러스터를 확장해 유럽 등지에 짓는 것도 동시에 검토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재활용 사업은 기술과 협력이 핵심입니다. 맥킨지·IHS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50년이면 플라스틱 수요 중 재활용 플라스틱 비중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럼에도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시장의 수요 대비 공급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활용 플라스틱의 탄소 저감 효과가 인정되면 탄소배출권 확보를 통한 경제적 가치 또한 발생할 것입니다. 탄소 감축이라는 본질적 가치는 그 이상입니다.


플라스틱 재활용과 순환경제의 완성은 기업들만의 노력으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SK지오센트릭은 재활용 클러스터 조성을 계획하고 있지만 고민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재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폐플라스틱 확보가 관건입니다. 플라스틱 수거 및 선별 단계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인공지능(AI), 디지털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등 선진화와 대형화가 필수입니다. 또 정부와 지자체의 지대한 관심과 협력도 절실합니다. 정부·사회·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합해야 합니다. 다행히 친환경 재활용 플라스틱을 쓰겠다는 착한 기업과 소비자가 많아지고 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미닝아웃(Meaning-out)'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선택합니다.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죠.

이제 플라스틱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했던 플라스틱을 다시 사용하는 재활용률을 얼마나 높이고, 재활용품의 품질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저의 '플라스틱 해방일지'는 여기까지입니다. 플라스틱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는 기술과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플라스틱으로부터 우리가 해방되는 길입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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