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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애플 구글보다 더 맞았다…'특허괴물' 싸우느라 지친 삼성

입력 2022/07/06 17:34
수정 2022/07/07 12:49
삼성도 맞소송 92건 제기
미국 애플·구글보다 많아

초격차 향해 갈 길 바쁜데
소송 대응에 비용·시간 낭비
지재권 전문가 영입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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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세계 유수 기업 가운데 '특허괴물'들과 다툼을 가장 많이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미국 법원에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한 건수가 애플과 구글보다 앞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3나노 공정을 처음 도입하고 모바일 부문은 세계 최초로 4세대 폴더블폰 공개를 예고하는 등 기술 초격차를 벌려가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틈새를 노리는 특허괴물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원자재와 물류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수익성 악화 가능성에 대응하는 가운데 하루가 멀다 하고 전개되는 특허분쟁에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특허 분석기관 유나이티드 페이턴츠가 이달 초 내놓은 정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미국 특허심판원에 특허 권리무효심판 92건을 제기했다.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한 기업이 해당 특허에 대한 원천적인 권리 무효를 요청하는 것으로 일종의 '맞소송'에 해당된다. 삼성이 제기한 무효소송 92건은 같은 기간 76건으로 2위를 기록한 애플, 47건으로 3위에 오른 구글과 비교했을 때도 월등하게 많다.

삼성이 이처럼 올해 상반기에 종전보다 더 많은 특허분쟁에 내몰린 까닭은 지난해 도합 68건에 달하는 특허침해 소송을 선제적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삼성은 올해 상반기에도 벌써 18건이나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상태다.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추가 공격이 이어졌다. 지난 1일에도 특허전문업체(NPE) Wfr Ip가 무선이어폰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NPE는 특정 분야에서 사업 철수를 하는 기업에서 특허를 저렴하게 매입한 뒤 살아남은 기업을 공격하는 패턴을 갖고 있다.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지 않고 특허 관련 소송을 유일한 수익 모델로 삼기 때문에 '페이턴트트롤(특허괴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스마트폰부터 가전, 반도체까지 사업 분야가 넓은 삼성전자는 이 같은 NPE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삼성은 2020년과 2021년에도 특허 무효심판 청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면 올해도 연간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할 가능성 높다.

대표적으로 삼성은 NPE 최대 기업인 스크래모지와 전쟁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크래모지가 보유한 특허 4건을 무효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크래모지가 올해 1월 미국 텍사스 동부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소송 7건에 맞대응한 것이다. 스크래모지는 2019년 관련 사업을 철수하는 한 국내기업에서 무선충전과 관련한 응용 특허 100건 이상을 무더기로 매입한 뒤 삼성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함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라며 소송을 걸었다.

특허괴물의 집중 타깃으로 유명해지다 보니 내부 출신 적까지도 생겨났다. 삼성전자 특허담당 임원이었던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지식재산권) 센터장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 '갤럭시S20' 시리즈와 갤럭시 버즈, 빅스비 플랫폼 등에 적용된 오디오 녹음 장치 등이 총 10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특허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보강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한용 변리사를 법무실 IP 센터 담당 임원(상무)으로 영입했다. 이 상무는 2000년대 초반 네이버(당시 NHN) 1호 사내 변리사에 이어 로펌 롭스앤그레이 미국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을 거친 지식재산권 전문가다. 특허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연구개발(R&D) 비용 역시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22조596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1조3735억원 증가한 수치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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