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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in Biz] 혁신 인재 탈출하는 佛, 몰려드는 美…한국의 선택은?

입력 2022/07/21 04:05
이민자 몰린 佛 출산율 높지만
권위적·관료적 연구환경에
과학자들 한해 8만명 해외로

미국은 전세계 인재 속속 유입
창업·고용 이끌며 경제성장 기여

저출산 한국도 인재 유출 심각
신산업 육성하고 사람에 투자
교육 개혁으로 해결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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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신저 RNA(m-RNA) 연구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업적을 쌓은 헝가리 생명과학자 커털린 커리코는 헝가리 세게드대 연구소에서 일하던 연구원이었다. 그는 프랑스 대학에서 RNA를 연구하고 싶어했다. 프랑스 대학과 정부는 비자 문제 등 행정적 이유로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대학들은 오히려 나은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그는 1985년 미국 템플대에서 박사후과정으로 미국 연구 생활을 시작한다. 그의 나이 30세였다. 유전자가위를 개발해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는 원래 프랑스 출신 과학자였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의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연구 환경이 너무 싫었다. 그가 연구 행선지로 택한 곳은 독일이었다.

프랑스만큼 이민을 많이 받아들였던 나라도 드물다.


프랑스에는 약 500만명의 이민자가 있으며 이 중 200만명이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고 한다. 알제리 모로코 등 아프리카 중동 국가 출신들이 프랑스행을 택했다. 속지주의인 만큼 이들의 자녀들은 모두 프랑스 국적이 된다. 이민자들로 인해 프랑스는 유럽연합(EU) 국가 중 출산율이 최고치인 국가로 꼽힌다. 가임 여성 1인당 출산율이 지난해 1.85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 이 수치는 30년 전 출산율 1.66보다 높다. 인구도 지난해 6550만명으로 1950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역설적으로 프랑스에선 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태다. 네이처에 따르면 프랑스는 두뇌 유출(브레인 드레인)이 인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국가로 낙인찍히고 있다. 한 해 8만명의 과학자가 해외로 나간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두 배가 증가한 수치다. 청년 과학기술자들이 고국에서의 꿈을 저버리고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하물며 해외에서의 인재 유입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은 프랑스보다 인구 감소가 더 심하다. 줄곧 2.0을 넘던 미국의 합계 출산율은 2010년 이후 하락해 현재 1.7까지 떨어졌다. 베이비붐 현상과 반대로 '베이비 버스트(Baby Bust·출산율 급락)' 현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은 인구 감소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계의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인재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기업을 창업하고 다른 인재들을 고용한다. 미국 대학들도 전 세계 우수 연구자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연구자의 연구 성과를 경제 성장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 평균 2%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지속하는 이유도 바로 해외 우수 인재들의 역할이 크다.

인구 규모가 국력이라는 전통 모델은 차츰 사라지고 있다. 인재가 국력이고 특히 이공계 인재들이 부국강병의 근간인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산업 사회에서는 인구 증가가 곧 생산가능인구 증가를 의미하면서 경제 성장과 직결됐지만, 디지털 정보사회에서는 오히려 그 사회의 지적 능력과 축적, 경험 등이 경제 발전과 혁신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1월 펴낸 '노동력의 확장'이라는 보고서는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는 기술 혁신을 한층 가속화할 필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성장의 본질은 인구 증가 등 여건 변화가 아니라 경제활동 내부에서 일어나는 혁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는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고, 인재를 적극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혁신의 시작이요, 성장의 관건이 되고 있다.


단순히 근로자들의 머릿수가 아닌, 지성의 수준이 기업의 수익과 한 나라의 GDP를 결정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해외 인재의 유치와 활용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0.84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다. 2020년보다 0.03 떨어진 수치로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출산 감소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저출산 고령화가 사회 문제에서 사회 위기로 변모하고 있다. 자칫 고연령 근로자가 많아져 이들에게 적합한 기술이나 산업만 발전하는 연령 편향적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이제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사회를 디자인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인구 감소에 맞춰 사회를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그 핵심 중의 하나는 해외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할 수 있는 국가 제도와 시스템의 개편이 중요하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공장의 노동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외국인이 아니라 기업과 대학의 연구소를 메꿀, 유니콘을 만들 외국 인재를 받아들일 제도적 준비가 필요한 때다.

한국은 혁신에 있어서 앞으로 프랑스가 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이 될 것인가. 지금 우리의 준비와 선택에 달려 있고, 아직 늦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우수 인재들이 해외에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그 중심에는 새로운 산업의 적극적인 육성이 있다. 성숙한 산업과 함께 우주, 모빌리티, 첨단바이오, 인공지능 등 신성장 산업의 적극적인 육성이 산업의 역동성을 만들고, 기존 산업과의 상호 융합 및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며, 새로운 인재들이 참여할 많은 기회를 창출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기반의 창업 생태계를 더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기존 산업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해외 인재들도 한국을 자연스레 찾게 될 것이다. 결국 인구 감소에 직면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사람과 기술을 키우는 것이다. 교육 개혁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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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준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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