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꼼데가르송 티셔츠 1만원' 이벤트, 민지가 기획했다?

입력 2022/07/27 17:04
수정 2022/07/28 08:52
"힙하게 일하자"…2030 팀원으로만 꾸린 TF 속속 가동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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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패션부문 MZ세대 팀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답은 민지(MZ·밀레니얼+Z세대를 친근하게 지칭하는 용어)에 있다."

유통기업 중에서도 패션업계는 유행에 민감하다. 봄여름(SS)과 가을겨울(FW) 두 시즌으로 크게 나뉘는 업계 특성상 항상 시장의 변화에 촉을 곤두세워야 한다. 유행을 선도하고 만들어야 하는 패션업계가 최근 푹 빠진 대상이 있으니 바로 MZ세대다. 똑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려운 MZ세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패션기업들이 꺼낸 비장의 카드는 바로 MZ세대다. 상명하복식 기존 조직 구조가 아닌 MZ세대를 위주로 팀을 꾸리고, 이들이 직접 2030 동갑내기 소비자를 위한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기업 내 좌충우돌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어느 날 우리 회사 현관으로 들어온 2030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패션기업 MZ세대의 사내 분투기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 그게 된다고? 대표사업, MZ가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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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브랜드 꼼데가르송을 1만원에 판다고?"

지난해 하반기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업부에서는 '분열'이 일었다.


신선한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조직된 MZ세대 중심 태스크포스(TF)에서 기획한 사업 아이템 때문이었다.

1만원을 내면 고급 브랜드 상품을 임의로 제공하는 '래플'을 기획하자는 MZ 직원들 제안에 임원들이 난색을 표했다. 10만원이 넘는 상품을 1만원에 래플로 제공하는 데 대한 의구심이 가득했다.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숱한 반대에도 MZ TF 구성원들은 "젊은 세대는 새로운 마케팅에 열광한다"며 밀어붙였다. 결과는 대성공.

래플 이벤트에 참여한 인원만 9만명에 달했다. 주력 소비계층인 MZ세대의 유입도 대폭 늘었다. 당시 래플 이벤트 사업을 담당했던 하영철 프로는 "유입자 수, 신규 가입자 수, 브랜드 매출까지 모두 기대를 상회했다"며 "MZ세대 TF라고 하면 형식적으로 하는 곳이 많은데, 젊은 조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포용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MZ세대 TF는 회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떠올랐다. 래플 이벤트·온라인 프로모션 등 잇단 사업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MZ세대 TF는 회사에서 40대 이하로만 조직된다.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마케팅을 기획하기 위해서였다. 래플 이벤트로 보듯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성장동력은 온라인 부문이다.


여기에도 MZ세대 TF에서 나온 '싱싱한 아이디어'들이 큰 힘이 됐다. 온라인 사업인 'SSF샵' 내 커뮤니티 '세사패 다이버'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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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삼성물산]

세사패는 '세상이 사랑하는 패션'이란 의미로 패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공간이자 각종 브랜드를 '다입어(Diver)' 보는 공간이다. '다이버'를 작명(作名)한 이재영 프로는 1991년생. 그는 "고객이 패션에 빠져드는 모습을 이미지로 상상하면서 '다이버'라는 이름이 떠올랐고, 거기에 '다 입어'라는 중의적인 표현이 더해졌다"며 웃었다. 커뮤니티의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어 SSF샵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대표 사업으로 떠올랐다. 1993년생인 황지혜 프로 역시 세사패 다이버 콘텐츠를 옹골지게 채우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황 프로는 "직접 착장 샷과 스타일링을 커뮤니티에 올려 다른 회사 서비스에 비해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MZ세대 TF 조직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 뱅크' 창구 역할을 계속할 전망이다. 본인을 'MZ세대 막차'라고 소개한 전선희 프로는 "사업 부장과 같은 의사결정 위치에 있는 분들이 젊은 아이디어에 열려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근묵 프로 역시 "날것의 아이디어들이 이 조직에서 나온다"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 조직에서 준비 중"이라고 부연했다. TF에 속한 최아리 프로는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조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올려주는 문화가 업무 성장동력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 '덕업일치'는 MZ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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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주 LF 라이브·미디어커머스팀장(왼쪽 셋째)이 팀원들과 기획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MZ세대 직원들을 색안경 끼고 보진 마세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거든요. 그 '덕력' 무시 못합니다."

생활문화기업 LF가 주력으로 육성하는 라이브커머스를 이끌고 있는 한민주 LF 라이브·미디어커머스팀장은 자신의 팀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7월 온라인 사업부 내 신설된 라이브·미디어커머스팀 구성원은 8명. 평균연령 20대 초반인 젊은 조직이다.


과장 때부터 홀로 팀을 꾸렸던 한 팀장 역시 30대 후반으로 대표적인 밀레니얼 세대다. 한 팀장은 Z세대 팀원들과 일할 때 핵심은 '덕업일치'라고 강조했다. 덕업일치, 즉 '자신이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도록'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팀장은 "Z세대 특징 중 하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선 깊이 파고든다는 것"이라며 "팀원들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직 구성원을 장단점으로 나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장단점은 제가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우선은 그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그러면 Z세대도 즐겁고 재밌게 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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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LF]

라이브·미디어커머스팀에선 모두가 PD라고 불린다. '수평적'인 문화와 더불어 개개인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즐겁게 책임감을 갖고 일하자는 취지다. 젊은 직원들이 모여 있는 만큼 회의도 정적이지 않다. 한 팀장에 따르면 의사결정 '속도'가 중요한 팀인 만큼 회의는 자유롭고 수평적 분위기에서 각자가 의견을 덧붙이고 결론을 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히트작이 '2시 압구정'이다.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 후 잠시 한숨을 돌리는 오후 2시를 겨냥해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10부작 시즌제 구성으로 시청자들 반응이 좋아 추가 시즌을 계획 중이다.

패션기업 세정도 박이라 세정 사장 직속 부서로 꾸린 WMC 팀이 성과를 내고 있다. WMC 역시 기존 성공 공식을 벗어나 있다. 일반적으론 브랜드별로 사업부가 있고 그 아래 영업, 디자인, 마케팅 등 업무별로 팀이 세분화돼 있지만, WMC는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원팀으로 움직인다. 평균연령 30대 초반인 WMC 역시 팀원들이 직접 제품을 입고 모델이 되며 실제 착용 리뷰를 남기는 등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 新조직에 舊평가기준은 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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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사내벤처 브랜드 WMC 소속 MD 권수진 주임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 [사진 제공 = 세정]

MZ세대가 꾸린 TF의 특징은 수평적 권한의 소수정예 조직이란 점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효율적이란 장점은 분명하다. 단 소수로 움직이는 만큼 일인다역을 맡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기존 조직이 일하는 방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기성세대·조직의 불안한 시선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LF 한 팀장은 "콘텐츠 특성상 영상 조회 수를 핵심성과지표(KPI)로 보는 분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단순히 조회 수로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 활용 가능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관점으로 봐달라고 끊임없이 설득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새로운 시각으로 팀 활동을 응원해준다면 더 멋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MC 마케터로 활동 중인 박미수 대리는 WMC 활동에 대해 "팀원들이 비슷한 성향과 가치관을 갖고 있어 회의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 불필요한 설득이 들어가지 않아 효율적"이라며 "무엇보다 세대 차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여성복 브랜드 영업MD로 근무하다 WMC 온라인 MD로 합류한 권수진 주임은 "빠른 업무 진행, 깊이 있는 업무가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라면서도 "각 파트를 개인이 담당하다 보니 온라인 MD부터 AMD 업무까지 홀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욱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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