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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분리매각땐 매수자 찾기 쉽지만 대규모 투자 불가피

입력 2022/08/04 17:50
수정 2022/08/04 21:19
방산 매출 전체 10~20% 차지
몸집 줄이면 인수자 부담 덜어

선박 건조작업 따로 하지만
방산·상선 기초공정 서로 공유
무 자르듯 나누기 쉽지 않아
회사 분할땐 수익성 악화 우려
◆ 대우조선 처리 어떻게 / 시나리오 ① 분리매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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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쥔 정부와 KDB산업은행이 '통매각'을 고수하지 않고 '분리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던 방안이 유럽연합(EU) 독과점 규제장벽에 걸려 좌초된 데 이어 최근 하도급노조 파업으로 부실 규모가 커지면서 '통매각'을 고수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조선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산업은행이 6년 만에 다시 분리매각 카드를 꺼내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체적인 매각 방향은 이르면 이달 중 산업은행이 받게 될 외부 경영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논의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재 대우조선 구조조정 원칙과 관련해 "분리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다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의 방산과 민수부문을 분리매각하는 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던 기존 판단과 달라진 것이다.

지난달 25일만 해도 산은은 분리매각 가능성에 대해 "어떠한 방안도 현재까지 논의된 바 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정하기도 했다.

대우조선 방산·상선부문을 분리하는 방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 조선사들이 최악의 '수주 가뭄'을 겪었던 2016년 당시 대우조선은 경영 정상화 대책의 일환으로 특수선 사업 부문에 대한 물적분할을 검토했었다.

이를 통해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IPO)에 나서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계획은 무산됐다.

조선소 공간을 물리적으로 나누기 어렵다는 이유로 분리매각 시나리오는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

물론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구조상 방산부문과 상선부문을 무 자르듯 나누기는 쉽지 않다. 대우조선은 현재 잠수함·수상함 등 특수선을 일반선박과 분리된 보안구역에서 건조하고 있다. 다만 대우조선 특수선과 상선은 강재 가공·블록 제작 등 기초공정을 공유하고 있다.


특수선과 상선 간 작업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게 된다면 공정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지고 가격 경쟁력도 약화된다는 게 대우조선 측 설명이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도 지난 1일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분리매각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대우조선은 특수선과 상선을 쪼개 팔 수 없는 내부 구조로 돼 있어 물리적으로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산은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분리매각 시나리오가 현재 시점에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대우조선 민영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매각작업에 다시 불을 붙이려면 몸집부터 줄이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금융권과 조선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대우조선 전체를 매수할 주체를 국내에서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방산부문은 대우조선 전체 매출의 10~20%를 차지한다. 대우조선 방산부문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 기업이 있더라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유조선, 컨테이너선까지 한 묶음으로 인수해야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대우조선 시가총액은 2조1834억원이다.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 55.7%의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하고 시가 수준에서 단순 계산하면 1조2162억원으로 평가된다.

물론 인수금액 자체보다 더 부담이 큰 대목은 조선업이 호황·불황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극심한 산업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막대한 부채까지 떠안아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분리매각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뒷받침된다면 방산·상선부문 작업 공간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며 "다만 기초 내업 공정을 공유하면서 가격 효율화를 이뤘던 기존의 장점은 다소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민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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