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3년 일했으면 한달 마음껏 놀아라…미친 복지 이 회사 어디? [어쩌다 회사원]

임영신 기자, 진영태 기자
입력 2022/08/10 17:15
수정 2022/08/11 15:02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맞아 지난 7월 새로운 근무제도를 시행하면서 사내 복지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두 기업 모두 새 수장이 취임하면서 MZ세대 직원들을 껴안기 위해 사내 복지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최신 업무 환경을 자랑하는 새 사옥도 선보였다. 사옥 자체가 복지라는 말이 나온다. 달라진 근무 방식과 기업 문화에 대해 직원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집에서 일해도 되고 도쿄에서 해도 되고…'네뽕'이 충만해지네


70609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분당 네이버 제2사옥 `아트리움`. [사진 제공 =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사내 커뮤니티 제도인 '클럽 그리니(Club Greeny)'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사내 클럽(동호회)을 통해 네트워킹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한다. 최소 10명부터 클럽으로 등록할 수 있고, 클럽 회원은 매월 3만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네이버에 이런 동호회 지원이 생긴 것은 거의 10년 만이다. 2012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동호회 활동 지원이 사라졌다. '삼성 출신 직원이 편하게 일하러 NHN(네이버 전신)으로 옮겼다'고 올린 사내 게시판 글에 대해 이 창업자가 "회사를 '조기축구 동호회' 쯤으로 알고 다닌다"고 말한 건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최 대표가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부활시킨 것이다. 네이버 직원 A씨는 "칵테일을 겸한 북클럽, 꽃꽂이, 골프, 테니스, 킥복싱, 서핑, 맛집 탐방, 애완동물 케어 등 사내 클럽이 봇물 터지듯 개설되고 있다"며 "네이버는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보다 개인주의가 강한 편인데, 클럽이 활성화되면 동료들 간 유대가 끈끈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706094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네이버의 사내 복지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회사가 파격적인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있어서다.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서 "'네뽕'(네이버에 대한 자부심)이 차오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주 5일 원격근무와 주 3일 이상 회사에 출근하는 근무 형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커넥티드워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휴가와 일을 함께하는 워케이션 제도가 추가됐다. 네이버 직원들은 회사가 보유한 강원도 춘천시 연수원과 일본 도쿄 베이스캠프에서 최대 4박5일간 워케이션을 할 수 있다.

도쿄 베이스캠프는 메구로 지역의 주거용 건물을 숙소, 업무 공간, 공용 주방 등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네이버 직원 B씨는 "집이든 사무실이든 리더(팀장급 이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근무 장소를 당당하게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새 휴가제도가 도입되면서 재충전 시간을 갖는 직원도 늘고 있다. 네이버는 연차를 이틀 이상 붙여 사용할 경우 일당 5만원씩 휴가비를 지원하고, 3년 이상 근속한 직원은 자기계발이나 휴식을 위해 최대 6개월까지 무급휴직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다.

네이버 직원 C씨는 "연차와 '빨간 날'(공휴일)을 활용하면 '긴 연휴'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의 사내 공지까지 떴다"며 "불과 몇 개월 만에 기업 문화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706094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국내 최초 로봇 친화 빌딩으로 건설한 제2사옥(일명 1784)도 사내 복지 수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대 100여 대의 자율주행 로봇을 제2사옥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에는 로봇이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다. 로봇이 지하 식당에서 덮밥, 샌드위치, 분식 등을 몸통에 싣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원들 업무 좌석까지 배달해준다.

직원들의 건강 관리를 돕기 위해 제2사옥에는 사내병원도 운영하고 있다. 애초 약 200평(약 661.1㎡) 규모였는데 300평(약 991.7㎡)까지 커졌다. 진료과목은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내과 등이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다른 기업에서 보기 드문 '회사 생활 밀착형' 복지도 화제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사내식당의 메뉴를 갱신하고 무료로 지원하고 있는데, 직원이 한꺼번에 몰려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불만이 폭주했다. 이에 점심·저녁시간대에 1시간 이상 CCTV를 가동해 '현재 대기 현황'을 사내망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한다.

네이버 직원 D씨는 "줄이 얼마나 긴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회사가 카메라 위치나 각도 변경까지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사내 엘리베이터 운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특별한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한참 걸린다는 불편이 다수 접수되자 네이버가 공급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탑승자 수요 예측 모델 등을 만들기로 했다.

[임영신 기자]

3년 연속 일했으면 한달간 마음껏 놀라…카~ 안식휴가 좋네


706094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판교테크노밸리 내 카카오 신사옥 `카카오 아지트`. [사진 제공 = 카카오]

지난 6월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재택근무 및 복지제도 개선 과정에서 '격주 놀금' 제도와 같은 새로운 안을 만들면서 '안식휴가'를 없애는 안을 고려했다.


앞서 남궁 대표는 카카오게임즈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격주 놀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안식휴가를 폐지한 바 있다. 안식휴가는 카카오 크루(임직원)의 재충전을 위해 3년 근속 시마다 한 달의 장기 휴가를 부여하는 것으로 급여와 함께 휴가비 200만원도 지급되는 제도다.

'안식휴가 폐지설'이 나돌자 카카오 크루의 민심은 급격히 악화됐다. 다른 복지가 추가돼도 이를 폐지하면 '개악'이라는 의미였다. 내부 반발에 안식휴가는 유지하기로 선회됐다. 카카오 크루 A씨는 "일하다 힘들 때면 '유럽 한 달 살기' '동남아시아 한 달 살기' 등을 꿈꾸며 버티고 있다"며 "안식휴가는 다른 회사에는 없는 카카오의 최고 복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706094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한 배를 탄 선원이자 가보지 않은 길을 항해하는 동료라는 뜻에서 구성원을 크루로 칭하는 카카오는 지난달부터 격주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가족과의 유대를 강조하는 다양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식휴가 외에도 가족돌봄휴가, 졸업휴가도 시행하고 있다. 자녀 양육, 질병, 고령자 돌봄 등으로 매년 10일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학교 졸업식 참석에 따른 휴가 사용도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가족 돌봄을 위해 단축근무나 휴직도 할 수 있다. 최대 1년 동안 주당 15~30시간 사이로 단축근무를 하거나 연 30~90일 휴직을 하는 식이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병원 치료·입원비는 본인과 직계가족에게 최고 3000만원을 지원하고, 실손의료보험에는 치과 치료 비용도 포함된다.

출산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출산휴가 외에도 태아검진휴가, 난임휴가, 유사산휴가, 배우자유사산휴가, 입양휴가, 최대 2년간의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했다. 임산부일 때와 자녀 육아기, 입학기 때 모두 단축근무를 할 수 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입학기에 필요한 가방 등 문구류, 텀블러나 키즈폰과 헤드셋 등 디지털기기류, 홍삼, 마스크, 손세정제 등 건강용품 등 세 가지 중 한 가지 구성을 택하는 식이다. 졸업 시에는 꽃다발과 카카오프렌즈 인형을 받을 수 있다.

또 가족 사랑 지원 제도를 통해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크루가 사망했을 경우에는 크루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지원금 2억원을 일시 지급한다. 복리 증진, 생활 안정을 위해 1억5000만원까지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지원한다. 이자의 2%는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회사가 내는 방식이다. 연 360만원의 복지포인트도 쓸 수 있다. 별도 승인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706094 기사의 5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올해 7월부터 입주한 판교테크노밸리 내 새 빌딩 '카카오 아지트'는 임직원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면서 복지가 한층 강화됐다. 카카오 크루 B씨는 "판교역에서 새 빌딩이 바로 연결되니 눈비가 내리거나 궂은 날씨여도 상관없이 출퇴근할 수 있다는 측면이 무엇보다 좋고, 건물 안에서 가볍게 식사를 해결하고 쉴 수 있는 점도 복지"라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직장 내 어린이집 유무가 이직 여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카카오 자회사 '링키지랩'에 소속된 국가 공인 안마사 자격을 갖춘 헬스키퍼가 운영하는 안마 서비스 '톡클리닉'과 '톡의보감'으로 불리는 양호실도 마련돼 있다.

요가 등 운동 클래스를 운영하는 약 330㎡(100평) 규모 리커버리센터도 확보했다. '톡테라스'에서는 매일 오전 20분간 명상을 비롯한 1대1 고민 상담 등 심리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사옥 2층에는 3300㎡(1000평)가 넘는 어린이집 '아지뜰'을 개설했다. 정원은 300명으로 카카오 본사 크루와 계열사 크루의 자녀도 위탁 가능하다.

카카오는 아지뜰 외에도 판교 H스퀘어에 1000평 규모 '늘예솔'과 제주에도 438평(1446㎡) 규모 '스페이스닷키즈' 등 총 3곳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지하에 마련된 새 구내식당도 주목받는다. 이름하여 '춘식도락'은 중식·석식을 임직원에게 1식 4000원에 제공하며 테이크아웃 코너를 통해 도시락, 샐러드, 비건 메뉴도 제공한다.

[진영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