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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만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대형투자 막히나

입력 2022/08/10 17:44
수정 2022/08/11 08:44
동반성장위 중기적합업종 검토

中企 "폐플라스틱 선별, 손떼라"
대기업 "원료수급위해 불가피"

관련 시장 매년 7%씩 급성장
투자 계획했던 대기업들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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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법률적 리스크로 투자가 위축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탄소중립 의무와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 측면에서도 친환경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선제적 투자가 중요하다.

10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동반위는 현재 대기업·중소기업과 각각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의견을 별도로 청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간담회를 통해 입장 차를 조율하지 못하면 다음달 협의체를 구성해 중기 적합업종 조정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양측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크게 나누면 3단계로 이뤄진다.


폐플라스틱을 모으는 '수거' 단계, 재활용할 플라스틱을 고르는 '선별'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활용' 단계로 나뉜다. 재활용 방법은 다시 플라스틱을 잘게 부수는 물리적 재활용과 촉매나 열 등을 통해 재활용하는 화학적 재활용으로 구분된다. 수거 단계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중소기업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데 양측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선별과 재활용 단계다. 중소기업 측은 선별 단계에 원칙적으로 대기업이 진출하면 안 되며 설령 대기업이 진출하더라도 생활폐기물 재활용은 중소기업에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은 "폐플라스틱은 가정에서 분리수거를 통해 배출하는 생활계 폐플라스틱을 비롯해 사업장에서 나오는 시설계 폐플라스틱, 건설 폐기물 속 폐플라스틱 등 종류가 다양하다"며 "이 중 생활계 폐플라스틱이 20%를 차지하는데 이 부분만이라도 중소기업이 그대로 선별하고 재활용하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석유화학 업계는 안정적으로 폐플라스틱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동선별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따라서 선별 단계에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활용 단계의 경우 화학적 재활용에 대해선 대기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는 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만 선별 사업을 영위하면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석유화학 업계 측 주장이다.

물리적 재활용도 중소기업 측은 대기업 진출 불가를 주장하지만 석유화학 업계는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를 위해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안 된다고 맞선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컨설팅 업체 삼일PWC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19년 368억달러에서 향후 연평균 7.4% 성장해 2027년에는 약 63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오염 우려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만약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다면 최소 3년, 길면 6년까지 석유화학 대기업들의 진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그러면 대규모 투자가 늦어져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는 사실상 어렵다고 석유화학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우제윤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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