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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우유 1100원, 초코 우유 800원?…결국 거리 나선 '젖소 아빠들' [뉴스 쉽게보기]

입력 2022/08/13 09:01
수정 2022/08/13 11:00
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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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요즘 식품 가격이 무섭게 오르죠? 외식을 하거나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가 깜짝 놀란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젠 우유 가격까지 크게 오를지도 모른대요. 우유의 원료인 원유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요.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가격만 인상되는 게 아니에요. 치즈나 생크림, 아이스크림, 빵, 커피 등 원유를 가공해 만든 유제품 가격도 오르죠.

이런 원유 가격을 두고 최근 낙농업계와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어요. 낙농업자들은 그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원유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얘기까지 하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우유 가격은 어떻게 정하나

낙농업자들은 젖소의 젖을 짜서 원유를 생산하는데요. 원유를 살균 또는 멸균 처리하면 우유가 되고, 원유를 가공하면 유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서울우유나 매일유업, 빙그레 같은 유가공업체들이 원유를 구입해 우유나 유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파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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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원유는 다른 농축산물에 비해 생산량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요. 젖소는 주기적으로 젖을 짜주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요. 그래서 원유는 매일 일정량을 꼭 생산해야 하죠. 또 원유는 쉽게 상해서 오래 보관하기도 어려운데요. 반면 우유 소비는 계절에 따라 들쭉날쭉해요.

이런 특성 때문에 예전에는 혼란이 생기기도 했어요. 우유 소비량이 적은 겨울에 원유 가격이 폭락하면 낙농업자들이 큰 손해를 봤거든요. 또 원유를 팔아봤자 생산비도 안 나온다며 낙농업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었고, 낙농업자들이 모여 시위를 하거나 조직적으로 원유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죠.

보다 못한 정부는 낙농업계를 보호하겠다며 2013년 '원유 가격 연동제'란 걸 도입했어요. 1년에 한 번씩 원유 가격을 정해 일정하게 유지하겠다는 건데요. 그리고 이 가격은 시장의 수요나 공급과는 상관없이 생산 비용의 변동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어요. 원유 가격이 생산비보다 낮아져 손해를 보는 낙농업자가 없게요.

통계청에서는 매년 원유 생산비 통계를 내놓는데요. 정부는 이 통계를 보고 생산 비용이 오른 만큼 원유 가격도 올리기로 했어요. 그리고 유가공업체들엔 매년 정해진 가격으로 정해진 양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했고요.

불만 커진 유가공업체

그러자 이젠 유가공업체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생산 비용에 따라 원유 가격을 올리다 보니 가격이 너무 빠르게 상승한다는 거죠. 결국 정부는 2015년부터는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가 협상을 통해 원유 가격을 정하도록 했지만, 이 역시도 생산비 증감액의 10% 이내에서만 조정이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영향이 크진 않았어요. 2020년 국내 원유 가격은 1083원이었는데요. 2001년에 비해 72% 넘게 상승한 가격이죠.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의 원유 가격 상승률은 10%대에 불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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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농림축산식품부

유가공업체들은 국내 원유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했어요. 마시는 우유의 경우 유통기한이 짧아 수입 원유를 사용하기 어려운데요, 그 대신 유제품을 만들 땐 수입산 원유를 사용하는 거죠. 국내 유제품 중 상당한 비중이 수입산 원유로 만들어진다고 해요.

특히 요즘엔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점점 줄어드는데, 유제품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결국 국내에서 생산한 원유는 남아도는데 국내 원유 가격은 오르고, 유가공업체들은 점점 더 많은 원유를 수입하는 모순이 발생한 거죠. 2001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원유 소비량 중 국산 원유의 비중이 77%를 넘었는데요, 2020년에는 48% 수준까지 하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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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농림축산식품부



정부의 새로운 해결책

결국 정부는 새로운 대책을 내놨어요. 과거 낙농업계를 위해 원유 가격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이젠 낙농업자들이 과도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본 거죠. 그래서 정부는 원유를 용도별로 나눠 가격을 달리하려고 해요. 이를 '용도별 차등 가격제'라고도 부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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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원유는 '음용유', 유제품을 만드는 원유는 '가공유'로 나누기로 한 거예요. 사실 둘 다 똑같은 원유지만 유가공업체가 구입하는 목적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받으라는 거죠. 정부는 음용유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을 유지하고(ℓ당 1100원), 가공유는 수입산과 경쟁할 수 있도록 가격을 좀 내리는(ℓ당 800원) 방안을 제시했어요.

억울하다는 낙농업계

이런 정부의 제안을 접한 낙농업계는 반발하고 나섰어요. 결국 일부 원유의 가격을 내린다는 얘기니까요. 낙농업계는 우리나라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원유 가격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해요. 미국에선 넓은 초원에 젖소를 풀어놓고 키우지만 우리나라는 그럴 여건이 안 된다는 건데요. 대규모 목장을 운영하는 미국 낙농업체들과 달리 국내 낙농업자들은 개별 사업 규모가 작고, 그마저도 주로 축사에서 젖소를 키우다 보니 비용이 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낙농업계는 우리나라와 원유 생산 여건이 비슷한 일본과 비교하면 원유 가격이 많이 오른 것도 아니라고 주장해요. 지난 20년간 일본은 원유 생산 비용이 11% 정도 올랐는데, 원유 가격은 33% 넘게 상승했어요.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원유 생산 비용이 약 76% 올랐지만 원유 가격은 72% 정도만 상승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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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농림축산식품부, 통계청, 일본농림수산성

게다가 최근 국제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료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원유 가격을 내리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죠.

또 낙농업계는 우유 가격이 오른 게 원유 가격 상승만의 탓은 아니라고 주장해요. 유가공업체 등이 가져가는 유통마진이 더 큰 문제라는 건데요. 한국낙농육우협회는 2019년 기준 국내 원유 유통마진이 38%에 달한다고 주장해요. 10~20%에 불과한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너무 높다는 거죠. 20년 동안 원유 가격은 ℓ당 400원 정도 올랐는데, 우유 가격은 1200원 넘게 상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이들은 오히려 지난 2년 동안 낙농 농가의 빚이 40%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에만 목장 200여 곳이 폐업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주장해요.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갈등

양측의 대치는 장기화하고 있어요. 정부는 차등 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낙농업계는 차등 가격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물론 원유 가격을 ℓ당 50원 정도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요. 2020년에 원유 가격이 ℓ당 21원 인상됐는데요, 당시 우유 판매 가격은 ℓ당 200원 정도 올랐다고 해요. 만약 원유 가격이 50원 오르면 올해는 우유 가격이 ℓ당 500원 정도 오를 거라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원유 가격은 매년 8월 1일까지 정해야 하는데요. 올해는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 기한을 넘겼어요. 낙농업계는 정부가 차등 가격제 도입을 철회하지 않으면 원유 가격 협상 자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에요. 상황이 장기화하면 원유 납품을 중지하겠다는 얘기까지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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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 공원에서 낙농인들이 원유 가격 인상 등을 요구하며 원유를 큰 통에 쏟아붓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를 지키려면

차등 가격제 도입을 두고 갈등을 빚는 정부와 낙농업계 양측 모두 '우리나라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해요.

정부는 우리나라 원유 가격이 너무 높아서 유가공업계의 손실이 커지고 있고, 해외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하죠. 그리고 수입산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면 결국 국내 낙농업자들도 설 자리가 사라질 거란 논리예요.

낙농업계는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채 가격 인하만 요구한다고 주장해요. 게다가 최근에 원유 생산 비용이 가파르게 올랐는데, 가격까지 인하하면 국내 낙농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없단 거죠. 그렇게 되면 해외 낙농업자들이 비싼 가격에 원유를 팔아도 국내 유가공업계가 손쓸 방도가 없어질 거란 주장이고요.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결국 '우유 대란'이 올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과연 정부와 낙농업계가 모두를 만족시킬 최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뉴스 쉽게보기]는 매일경제 뉴미디어팀 '디그(dig)'의 주말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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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팀 디그(dig) = 박재영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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