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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아이유 잇는 CF퀸…나만 비호감인가요? [생생유통]

입력 2022/08/13 18:01
수정 2022/08/14 10:28
유통업계 활용범위 점차 넓어져
미디어에서는 열광하고 있지만
실제로 체감되는 인기에는 의문

갈등·트라우마 없는 인물은 문제
인물에 스토리텔링 부여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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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에서 선보인 가상인간 `와이티`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생생유통] 완벽한 '그들', 가상인간을 광고모델로 선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가상인간들은 패션, 화장품, 건강식품에 이어 자동차 광고까지 휩쓸며 대세가 되고 있는 듯하다. 업체들은 직접 가상인간을 만들어 활용하기도 한다.

롯데홈쇼핑은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모델이자 디자인 연구원이라는 설정을 가진 '루시'를 선보였다. 루시는 홈쇼핑 쇼호스트, 광고모델을 넘어 드라마 출연까지 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신세계도 가상인간 '와이티'(YT)'를 선보이며 열풍에 동참했다. 와이티는 삼성전자와 매일유업, 파리바게뜨 등의 광고모델로도 발탁되며 대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로지는 신한라이프의 TV광고로 등장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단순한 가상인간을 넘어서 자신만의 개성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면서 '국내 첫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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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로지`

업계의 반응과 미디어의 열광적인 성원만 본다면 가상인간은 분명한 대세다.


하지만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인기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부자연스러운 표정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골짜기'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여론도 있으며, 실제 사람의 몸에 얼굴만 붙인 딥페이크일 뿐이라는 의견도 다수 있다. 또한 인기 배우나 가수, 아이돌 그룹, 유명 인플루언서와 비교한다면 인기와 영향력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가상인간에 대한 수많은 기사들은 대중이 열광하며 인기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연예' 기사가 아닌 기술력과 자본력, 산업계의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한 '경제' '산업' 'IT' 등에 머무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중에게 가상인간은 마치 좋은 기획사에서 데뷔해 실력도 검증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대작 영화나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신인 배우 같은 느낌을 주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말 등장한 가상인간 '아담'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우려는 단순히 기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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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말 등장한 사이버가수 `아담`

가상인간들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들을 '스타'라고 부를 것이다. 그때는 모두가 공감하는 '대세'라고 말할 수도 있다.

대중이 열광하는 스타는 단순히 실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잘 생기고 연기를 잘하지만 뜨지 못하는 배우들도 무수하다. 뛰어난 실력에도 수많은 가수들이 무대를 떠난다. 무수한 금메달을 따도 기억에 남지 못하는 운동선수도 너무 많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을 넘어서 한 시대의 대중이 가진 두려움, 욕구, 꿈 등을 자극하는 것이 필수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대중의 꿈, 욕구, 두려움 등을 가상인간은 자극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의문이 따를 것이다. 가상인간들에게는 설정이 있다. 나이, 직업, 성격 등이 자세하게 정해져 있다. 외모는 하나 같이 모두가 부러워하게 생겼다. 분명 가상인간들의 설정만 본다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두려움, 욕구, 꿈 등을 자극하는 것들로 구성됐다.

그런데 문제는 가상인간들이 대중에게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대중은 그들의 설정을 보고 "어차피 가상인데" 하며 부러워하지 않는다.

가상인간에게 대중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도 완벽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가상인간들에게 시련은 없었으며 갈등할 만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가상인간들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으며 일으킬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가 쓴 '트라우마 사전'이라는 작법서는 매력적인 캐릭터 구성을 위한 다양한 조건을 제시한다. 그중 핵심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인물의 트라우마다.

저자는 "우리 모두 남에게 다 드러낼 수 없는 내면의 상처, 즉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트라우마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주인공이 이를 이겨내고 뜻한 바를 성취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을 되살리고 새삼 잊었던 꿈을 다시 떠올린다. 따라서 주요 등장인물의 트라우마를 얼마나 잘 설정하고 표현해 내는가는 창작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트라우마 없는 주인공은 평면적인 마네킹과 같다"고 말했다.

소아마비를 극복한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백인이라는 차별을 극복하고 최고의 래퍼가 된 에미넘 등 대중이 열광하는 스타에게는 트라우마가 분명 존재한다. 2010년대 인기를 끈 Mnet의 '슈퍼스타K’가 눈물을 짜낸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참가자의 사연이 보여준 이유도 결국 대중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인물에게 감동하기 때문이다.


완벽해 보이는 스타들조차도 그 완벽 속에는 소위 흑역사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한 대중은 스타가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민MC라는 칭호를 받는 방송인 유재석에게 긴 무명 생활과 웃기기 위해 메뚜기탈을 썼던 과거가 있다는 것을 대중은 알고 있다. 또한 가족에게 휴일을 함께 못 보내 미안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가 느끼는 갈등과 무게도 느낄 수 있다. 대중은 유재석의 과거의 노력과 더불어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내면의 갈등까지 매력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가상인간이 대중의 마음을 잡는 진정한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갈등, 후회, 트라우마 등 부족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인간이 아닌 가상인간에게 부족한 인간의 모습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적인 부분을 부여할 수는 있다. 문제는 인간적인 부분을 어떻게 전달하는가이다.

롯데홈쇼핑이 선보인 루시에게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모델이자 디자인 연구원이라는 설정이 있다. 그러나 설정만 있을 뿐이다. 비유하자면 회사에 이력서만 낸 지원자 같은 것이다. 스펙만 나열된 단순한 이력서는 RAM, CPU 등의 성능이 적힌 최신형 컴퓨터와 다를 것 없는 느낌만 줄 뿐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취업하려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를 요구한다. 하나는 이력서, 또 다른 하나는 자기소개서다. 이력서에는 그 사람의 경력과 특징이 단순히 나열됐다. 그에 비해 자기소개서는 글로 풀어서 설명한다.

어느 누구도 이력서에서 감동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역경과 갈등을 담아낼 수 있으며 그를 통해서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다. 이력서를 통해서 스펙상의 숫자만 존재하던 개인은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으로 변모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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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한 웹툰 `로어 올림푸스`<사진제공=네이버웹툰>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에게도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해준다. 그를 통해 가상의 캐릭터는 영원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의 주인공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실제 인물 못지않은 스타로 성장했다. 스토리텔링은 대중을 혹하게 했고 그들이 가짜라는 사실을 망각시켜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그리스·로마의 신들일 것이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독자적인 캐릭터성을 가지고 무수히 재창조되고 있다. 심지어 중세 시대에는 이교로 치부되며 탄압받았지만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그 위기마저 넘길 수 있었다.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실수도 했으며 흑역사도 가지고 있고 갈등도 했다.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는 신화라는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서 수천 년 동안 전달됐고 그로 인해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다.

가상인간은 분명 전망이 밝은 기술이다. 무수한 활용도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 많은 사람이 말하는 가상인간 모델의 장점 중 하나는 학교폭력. 갑질 논란 등 여러 사건 사고에 휘말릴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를 치지 않는다는 것, 사고를 친 적이 없다는 것은 대중이 그들을 공감할 수 없는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실수하고 후회하며 갈등한다는 것이다.

가상인간이 대중의 마음 뺏고 매력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가상'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느끼지 못해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가상인간의 완벽하지 않은 이야기, 완성되지 않은 부족한 가상인간은 더 큰 가능성을 가질 것이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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