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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민망한가?"…수영장에서 비키니 입고 물놀이 갑론을박 [방영덕의 디테일]

입력 2022/08/13 19:01
수정 2022/08/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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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 [사진출처 = 연합뉴스]

"실내 수영장에서 비키니 입을 수 있나요?"

"(당황한 목소리로) 네?"

"아니, 수영 강습 때 말고 자유수영 시간에 말이에요."

"(단호한 목소리로) 안 됩니다. 실내 수영복이라고 검색해 보세요. 검색해서 나온 수영복만 입을 수 있어요."

수영 강습 전용 실내 수영장에서는 비키니 착용이 금지다. 비교적 명확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엔 비키니가 수영을 배우는데 있어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본인은 물론 타 수강생들에게 불편함을 유발한다는 이유가 크다. (수영 강습 전용) 실내 수영장에서 비키니 착용 금지는 일종의 불문율인 셈이다.

그런데 여름휴가철이면 또다시 여기저기에 묻게 된다. 워터파크에 놀러 가는데, 혹은 호텔 수영장에 가는데, 한강 수영장에 가는데 비키니를 입어도 되는지에 관해서다.


확실한 대답을 듣기가 어렵다.

오히려 찬반 의견이 크게 갈린다. 수영 강습 전용 수영장과 달리 이들 수영장에선 딱히 정해진 차림새가 없기 때문이다. 찬성이냐, 반대냐로 갈린 양쪽 의견을 들어봤다.

◆ "지나친 노출에 가족들 보기에 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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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호텔 실내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서 비키니 착용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우선 지나친 노출을 이유로 꼽는다. 특히 유아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이나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수영장에서 비키니 차림은 민망함을 유발해 더욱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다.

최근 경기도에 위치한 한 워터파크를 다녀온 박 모씨(48·서울 강서구)는 "비키니도 그냥 비키니가 아니라 몸매가 훤히 다 드러나 보이는 사람을 봤다"며 "워터파크에 태닝하러 온 것도 아닐텐데, 그런 옷을 입고 와 미끄럼까지 타려고 계단에 줄을 섰더라. 줄 서 있는 내내 내가 다 민망했다"고 말했다.

워터파크에서 원피스 수영복을 입으려는 아내도 뜯어 말렸다는 그는 "모든 옷차림엔 'TPO'라는 게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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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 [사진출처 = 연합뉴스]

TPO는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을 줄여 쓴 말로 때와 장소를 가려 옷을 입을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고등학교 선생님인 조 모씨(41·서울 마포구) 역시 "한창 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아이나 청소년에게 굳이 불필요한 노출을 할 필요가 있느냐"며 "대부분이 래시가드나 워터레깅스 또는 짧은 반바지를 입고 노는데 서로 불편하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내 수영장이나 워터파크를 가는 목적은 주로 미끄럼이나 파도풀을 즐기기 위함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비키니는 해당 목적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안전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워터파크 내 안전요원들은 미끄럼을 타다 비키니 끈이 풀려 아찔한 순간이 발생하거나, 안전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를 요구하기도 한다.

◆ "해외에선 어디서든 비키니 착용…특별한 추억 남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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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호텔 실내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서 비키니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은 수영복 차림에 제한을 두는 것 자체가 개인의 자유를 상당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30대 김 모씨는 "해외에선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비키니를 입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누구나 다양한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단지 보기 민망하다는 이유만으로 (비키니 착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비키니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 만큼 수영복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들어 비키니 종류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모노키니'(허리나 가슴 부분을 드러낸 원피스 형태), '탱키니'(상의가 탱크톱 형태), '마이크로키니'(초미니 비키니) 등이 대표적이다. 비키니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나 온라인 쇼핑몰 등 예전에 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비키니 구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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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 [사진출처 = 연합뉴스]

20대 손 모씨(서울 강북구)는 "사실 태닝하려는 목적이 아니면 바닷가에서 놀 때 비키니를 입으면 피부 손상이 우려된다"며 "도대체 누가 정한 기준 때문에 실내 수영장에서 비키니를 입을 때마다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실내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서 비키니 착용을 찬성하는 의견 중에는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란 목적성도 있다. '한여름 비키니 착용을 위해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기 때문에'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고 싶다' 등의 이유에서다.

한 호텔 관계자는 "확실히 젊은 층이 호캉스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호텔 수영장에 비키니를 입고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그리고 이들 대다수는 수영장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고 전했다.

여름마다 수영장을 뜨겁게 달구는 '비키니'. 비키니는 1946년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가 처음 투피스 수영복을 선보이며 지은 이름이다.

이 이름은 남태평양 마셜군도에 속한 조그마한 섬, 비키니섬에서 유래했다. 같은 해 미군은 비키니섬에서 핵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루이 레아르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비춰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수영복을 내놓으며, 마치 핵실험과 같은 충격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예상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의 예견이 맞았다. 비키니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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